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명)

명나라시기 오이라트(瓦剌)는 언제 멸망하였는가?

중은우시 2021. 5. 1. 21:53

글: 역사백가회(歷史百家匯)

 

토목보의 변(土木堡之變)은 오이라트(瓦剌)의 '가장 휘황했던 시기'이다. 그들은 가볍게 명영종(明英宗) 주기진(朱祁鎭)을 포로로 잡았을 뿐아니라, 명나라의 병방요지까지 맹렬하게 진격해 들어갔었다. 만일 우겸(于謙)이 없었더라면 명나라는 그때 멸망했을 것이다. 다만 오이라트의 운은 좋지 못했다. 명나라에 패배하면서 크게 타격을 입었을 뿐아니라, 내부에서 모순이 폭발하여, 스스로 무너진다. 이는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이라트의 역사는 당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민족은 아주 사납다. 하루종일 주변부락과 당나라의 변경을 돌아다녔다. 당나라는 그들의 항복을 받아내려 했으나, 오이라트는 죽어도 투항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당나라는 할 수 없이 그들과 싸워야 했고, 백여년간 싸웠지만, 오이라트에게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다.

 

징기스칸이 초원을 통일할 때, 오이라트인은 징기스칸과 동맹을 맺는다. 아마도 그들과 징기스칸은 모두 초원사람들이고, 몽골과 대대로 통혼을 해왔기 때문에, 몽골이 세계를 정복하는데 빠질 수 없는 '형제'가 된다. 나중에 몽골인이 원나라를 건립하면서 오이라트인은 우대받는다. 그러나 후기에 오이라트는 몽골과 갈등이 약간 생긴다. 그러나 그들은 힘이 약하여 몽골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저 시기를 기다리게 된다.

 

원나라의 통치는 민심을 얻지 못하여 90여년만에 멸망한다. 몽골의 통치자는 중원에서 자리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가 다시 몽골초원으로 되돌아간다. 신흥 명나라는 몽골로 도망친 북원(北元)세력을 타타르(韃靼)라 부르며 계속 출병하여 토벌한다.

 

오이라트는 명군이 타타르를 공격하는 틈을 타서 굴기한다. 그리고 많은 토지를 빼앗아간다. 다만 오이라트의 역량은 여전히 명나라와 직접 대항하기는 부족했다. 명나라의 세 명의 사나운 황제 영락제, 홍희제, 선덕제가 재위할 때 오이라트는 명나라에 비교적 공손했고, 일을 벌이지 못했다.

 

나중에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명영종 주기진이 즉위하고, 오이라트의 새로운 우두머리인 에센(也先)은 기회를 보았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명나라를 공격한다. 젊은 나이에 혈기가 왕성했던 주기진은 태감 왕진(王振)의 꼬드김에 직접 나서서 어가친정(御駕親征)한다. 태감의 말을 듣고 중도에 마음대로 노선을 바꾸면서 오이라트인들에게 명군의 진군노선이 파악당한다. 결국 토목보에서 명영종은 포로로 잡혀 초원으로 끌려간다. 이는 명나라에 있어서 크나큰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오이라트의 계획은 괜찮았다. 주기진을 대동(大同)으로 데려가서 대동의 수비장수들에게 성문을 열게 하고, 그 후에 기회를 틈타 중원으로 진입하여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스스로 중원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다만 명나라의 대신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병부시랑 우겸을 위시한 주전파는 국가를 지키겠다는 결심을 하고 일찌감치 준비를 마쳤다. 나중에 오이라트와 혈전을 벌였고, 신무기인 홍의대포(紅衣大砲)를 사용한다. 오이라트인들이 어찌 이런 신무기를 경험했겠는가. 그제서야 자신들의 기병이 홍의대포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초원으로 되돌아간다.

 

강대한 초원연맹은 겉으로 보기에 굳건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접시 위의 모래알이었다. 초원에 명목상의 군주를 모시기 위해, 모두가 원나라의 후손인 토크토아부카(脫脫不花, <고려사>에서는 篤朵不花라고 적혀 있음)를 대칸으로 옹립한다. 그러나 모두 그는 허수아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권자는 오이라트의 태사(太師)인 에셴이었다. 

 

원래 토크토아부카에게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에센이 명나라에 패배하고, 기운이 빠져서 되돌아오자, 토크토아부카는 희망을 보았다. 그는 도처에 에센이 패전한 것을 얘기하고 적극적으로 몽골에 충성하는 부락들을 회유하여, 에센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명나라는 오이라트 내부의 갈등을 알아차린 것같다. 그들은 명나라와 오이라트의 변경에 "마시(馬市)"를 열고 에센의 사람들에 대하여는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토크토아부카의 사람들에 대하여는 우호적으로 대우한다. 이렇게 하다보니 많은 부락은 명나라가 토크토아부카를 지지한다고 생각하고, 속속 토크토아부카의 편에 선다.

 

토크토아부카는 시기가 성숙했다고 보고 즉시 에센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와 에센의 누나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칸의 자리에서 내려보내고, 다른 아들을 그의 후계자로 삼는다. 에센은 아주 총명한 사람이다. 토크토아부카는 아예 자신의 눈아래 두지도 않고 있었다. 에센은 바로 토크토아부카를 죽여버리고 스스로 대칸의 지위에 오른다.

 

이렇게 되니 초원은 대혼란에 빠진다. 토크토아부카가 비록 허수아비이긴 했지만, 명목상의 지도자였다. 에센이 그런 그를 죽였으니, 자연히 몽골인들은 오이라트에 대하여 원한을 품게 된다. 그들은 금방 내전상태로 치닫는다. 오이라트는 이것은 모두 명나라때문이라고 여겼고, 다시 한번 명나라를 쳐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명나라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고, 이번에도 에센은 대패한다. 그의 부하는 에센의 무능함을 보고는 기회를 잡아 에센을 죽여버린다.

 

에센의 사후, 일찌기 강대했던 오이라트부는 지도자를 잃었고, 사분오열된다. 삼십여년의 내부투쟁을 거치면서 타타르인이 최종적으로 오이라트인을 대체하여 초원의 왕자가 된다. 명무종때 명나라의 변방을 공격해온 몽골의 '소왕자'는 바로 타타르부의 후손이다. 그때는 오이라트인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철저히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