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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스포츠

커제(柯潔): 4번의 눈물

by 중은우시 2021. 2. 5.

작자: 주유(周遊)

 

棋子落下吧   바둑돌을 놓자

勝負別留戀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인터넷드러마의 주제곡 <우리의 모험>에 나오는 가사이다. 다만 현실세계에서, 대기사가 되려면 승부욕은 반드시 갖추어야할 덕목이다. 커제가 현재까지의 직업생애에서, 4번에 걸쳐 눈물을 흘린 것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7살에 베이징으로, 엄마는 가지 않으면 안돼?

 

2004년, 나이 겨우 7살의 커제는 혼자서 베이징의 네웨이핑바둑도장으로 와서 바둑을 배웠다. 휴가를 받아 모친 저우류핑(周柳萍)이 도장으로 그를 보러 왔다. 헤어질 때, 커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가지 않으면 안돼. 북경에 나와 같이 있자." 저우류핑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린 커제

당시 커제 부모는 업무때문에 그와 함꼐 있을 수 없었다. 나이어린 커제는 혼자서 베이징으로 와서 바둑을 배웠다. 비록 고향사람인 스승이 돌봐 주었지만, 어려서 부모를 떠났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결정은 커제가 스스로 내린 것이다. 그는 바둑을 좋아했다. 자기보다 나이많은 아이 심지어 어른을 이기는 성취감을 좋아했다. 그는 챔피언이 되고 싶었다. 비록 뒤에서 몇번을 울었는지 모르지만, 커제는 그래도 계속 버텨나갔다.

 

11살에 단을 받고, 프로기사의 '크레인꼬리'가 된다.

 

2008년, 11살의 커제는 정단대회(定段賽, 우리나라의 입단대회에 상당함)를 통과하여 프로기사가 된다. 당시에 커제 가족들에게 이 기쁨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원래 커제가 몇번 더 정단대회를 거쳐야 통과할 줄 알았고, 이렇게 빨리 통과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모친 저우류핑은 결심을 내렸다. 일을 그만두고 베이징으로 가서 아들을 돌보기로 한 것이다. 커제는 정식으로 프로기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08년 정단대회

아마도 정단대회를 통과한 것은 실력보다는 운이 컸던 것같다. 게다가 나이도 어렸다. 이제 막 프로의 길에 들어선 커제는 돌연 조용해진다. 여러 대회에 나갔지만 성적이 모두 신통치 않았다. 프로기사들의 '크레인꼬리(크레인을 올리기 위해 뒤에 무게를 맞추기 위해 달아두는 것. 자신이 져서 남의 성적을 올려준다는 의미임)'가 되었다. 한번은 선발전에서 패배한 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설마 나에게는 재능이 없단 말인가?

 

"나의 재능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바둑과 관련된 드라마에서의 대사이다. 이는 그때의 커제에게 들어맞는 말이다. 몇년동안 커제는 "잠복(潛伏)"이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에서 수만판의 바둑을 둔다. 마침내 고치를 뚫고 나비가 되었다. 자신의 기풍과 자신감을 찾는다.

 

2015년초, 17살의 커제는 바이링배(百靈杯) 세계바둑오픈대회에서 5번기를 걸쳐 중국명장 치우쥔(邱峻)을 꺽고 첫 세계챔피언이 된다. 이때부터 그의 바둑 '전설'이 시작된다.  

 

19세 세계1위, AI와의 대전에서 절망하다.

 

2016년, 커제는 몽백합배(夢百合杯) 결승에서 한국의 전설 이세돌을 격패하고, 세계에서 가장 젊은 3관왕이 된다. 그리고 당시 공인된 세계랭킹 1위 기사가 된다. 다만, 득의양양할 때, 바둑 AI 알파고가 세상에 나타나, 4:1로 이세돌을 꺽고, 계속 업그레이드하여 갈수록 강해진다.

알파고에 지고 눈물흘리는 커제

2017년 5월, 커제는 최신버전의 앞파고와 우전(烏鎭)에서 3번기를 벌인다. 커제는 세번을 모두 패배한다. 특히 제3국에서 커제는 경기중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커제는 경기후 이렇게 말한다. 당시 그는 자신과 상대방의 실력차이가 너무 커서, 이번 생애에 상대를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서, 절망했다. 인류를 대표하는 커제가 진 것이다. 커제의 눈물을 스스로를 위하여 흘린 것이면서, 프로기사를 위하여 흘린 것이고, 인류를 위하여 방황한 것이다.

 

23세의 8관왕, 결승에서 처음 한국기사에게 패배하다.

 

알파고에 패배한 커제는 그렇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둑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인식을 가졌다. 거의 매년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거둔다. 2020년말, 커제는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2;0으로 한국1인자 신진서를 이기고 세계대회 8관왕이 된다. 이제 구리(古力)이 가지고 있던 중국기사 세계대회 최다관왕기록에 타이를 이룬 것이다.

 

오늘, 커제는 한국기사 신민준과 LG배 결승전을 벌였으나, 유감스럽게도 패배하고 만다. 이는 커제에게 10번째 세계대회결승이었고, 이전에 5번은 중국기사를 상대로 4승1패를 거두었고, 나머지 4번은 모두 한국기사를 상대로 불패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에 커제는 확실히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다. 평상시에 민첩하고 영활한 기풍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커제가 진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같다. 상대가 너무 잘 두었다. 특히 오늘의 결승국에서는 거의 실수가 없었다.

 

시합이 끝난 후, CCTV에서 라이브로 방송할 때, 캐스터가 60만 바둑팬이 다 같이 그를 응원했다고 말하자, 커제는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는 더욱 미안하다. 하반기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질 수 있는 바둑은 모두 졌다. 바둑팬들에게 아주 면목이 없다. 비록 이기고 지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지만,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중국기사를 대표하여 한국에 졌다는 것은 커제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LG배에서 패배한 후

많은 네티즌들은 커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기자낙하파, 승부별유련"은 그중 가장 감동적인 문구이다. 녜웨이핑도 라이브방송때 이렇게 말한다: "비바람을 겪지 않으면 어떻게 무지개를 볼 수 있겠는가"

 

승부사에 있어서, 매번 패배한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실패에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마음을 단련하여야 비로소 권토중래하여 더욱 잘 둘 수 있다. 다시 돌아온 커제가 우리에게 더욱 멋진 전설을 전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