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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공통)

역사에 기록된 3번의 괄골요상(刮骨療傷)

by 중은우시 2019. 1. 9.

글: 독사방(讀史坊)


<삼국연의>에 관우의 괄골요상에 대한 장면이 나온다. 우리에게 관우는 진짜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주었다. 화타는 관우를 위해 뼈를 긁어내고, 관우는 한편으로 술을 마시면서 한편으로 바둑을 두었다. 마치 아픔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피가 한 바가지나 흘렀고,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눈을 가릴 정도였지만, 관우는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했다.


진실한 역사에서 확실히 관우의 괄골요상의 이야기가 있다. 다만 그의 병을 치료해준 사람은 화타가 아니라, 이름을 남기지 않은 어느 의원이다. <삼국지.관우전>에 따르면, 관우는 팔에 화살에 맞은 상처가 있었다. 매번 흐리고 비가오는 날씨가 되면, 뼈가 아파왔다. 의원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화살에 독이 있어서, 독성이 이미 뼈까지 스며들었다. 만일 치료하려면 할 수 없이 괄골요독해야 한다.


괄골요독? 그때는 아마도 신규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관우는 겁내지 않고,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뭐든지 좋다고 했다.


수술하는 날, 마침 관우는 다른 사람과 식사약속이 있었다. 의원가 수술을 할 때, 관우는 식사하며 술을 마셨다. 피가 한 바가지나 흘렀다. 그러나 관우는 술은 술대로 마시고, 고기는 고기대로 먹으면서,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마치 수술이 아예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이것은 절대로 사나이의 모습이다. 역사상 관우를 제외하고, 두 사람이 유사한 괄골요상의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관우보다도 더욱 사나이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수나라말기의 고개도(高開道)와 후주(後周)의 장경(張瓊)이다.


고개도는 수나라말기 농민반란군의 지도자중 한 명이다. 그는 용맹하고 싸움을 잘 했다. 그리고 매우 용감한 인물이었다. 그가 유주(幽州)에서 전투를 벌일 때, 날아온 화살이 얼굴에 꽂혔다. 고개도는 의원을 부른다. 그리고 그에게 화살을 뽑아내라고 말한다. 의원은 너무 깊이 박혀서 뽑아낼 수 없다고 대답한다.


고개도는 화를 내며, 그 의원을 죽여버린다. 그리고 다른 의원을 부른다. 그 의원은 화살을 뽑아내려면 아마 매우 아플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고개도는 다시 그 의원도 죽여버린다. 그리고 세번째 의원을 부른다. 이전의 두 명이 죽임을 당한 교훈을 알고 있어서, 이 의원은 뽑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뼈에 쐐기를 파야 한다고 말한다.


뼈에 쐐기를 파다니 그는 뼈가 무슨 나무토막인줄 아는가. 그러나, 고개도는 동의했다. 화살을 빼낼 수만 있다면, 무슨 방법을 쓰든 좋다는 것이다.


의원은 고개도의 얼굴살을 가르고, 화살이 박혀 있는 뼈에 쐐기를 판다. 그 후에  화살촉을 뽑아냈다. 전체 수술과정에서 고개도는 아프다고 소리지르지 않았을 뿐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요리를 먹었다. 한편으로 수술받으며 한편으로 식사를 했다.


마찬가지로 대단한 인물은 후주시기에 장경이라는 아장(牙將)이다. 그는 중하급장교였는데, 일찌기 조광윤의 목숨을 구해준 바 있다.


<자치통감.후주기4>의 기록에 따르면, 956년 3월, 수춘(壽春)을 공격하는 전투에서, 조광윤이 탄 우피선(牛皮船)이 수춘의 호성하(護城河)로 들어갈 때, 성을 수비하던 병사들이 화살을 마구 쏘아댔다. 화살이 조광윤을 향하여 속속 날아온다.


총사령관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경은 몸으로 조광윤의 앞을 막는다. 그 결과 화살 하나가 허벅지에 박힌다. 화살이 아주 깊이 박혀서, 화살촉은 뼛속에 박혔다. 뽑으려 해도 뽑을 수가 없었다. 장경은 술을 한잔 마시고, 사람을 시켜 뼈를 부수고 화살촉을 뽑아내게 한다.


고골취전(敲骨取箭)? 뼈를 부숴서 화살을 뽑는다고? 이는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다. 당시에 아마도 더 좋은 방법이 없었던 것같다. 그래서 부하는 장경이 시키는대로, 뼈를 부수고, 화살을 뽑아냈다. 장경은 몇되의 피를 흘렸으나 표정은 태연자약했다.


3사람, 3번의 수술. 모두 뼈에 화살이 박힌 것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갈수록 더 아팠을 것같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관우와 고개도는 정규수술이라고 할 수 있고, 전문적인 의원이 한 것이므로, 각종 의료설비는 갖추어 놓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경은 전쟁터에서 완전히 달랐다. 전쟁터에 제대로된 의원이 있을 수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군의가 쏟아지는 화살 속에서 병을 치료하려면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자면 장경이 가장 사나이답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