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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악비)

악비 <만강홍(滿江紅)"의 진위 문제

by 중은우시 2018. 11. 29.

글: 아초광인(我楚狂人)


악비가 썼다고 하는 <만강홍> '노발충관(怒髮沖冠)' 사(詞)는 악비의 작품인지 아닌지는 오래된 문제이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다. "위작설(僞作說)"을 취하는 사람은 여가석(余嘉錫), 하승도(夏承燾)가 대표적이다. 나중의 이오(李敖)도 같은 견히이다. 주요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악비의 손자가 악비의 글을 편집할 때,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는 명나라 중엽에 비로소 나타난다. 이것은 여가석의 주장이다. 둘쨰는 '하란산(賀蘭山)'은 금나라의 세력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를 쓴 것은 명나라 왕월(王越)이 변방전투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본다. 


"비위작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시사학의 대가인 등광명(鄧廣銘), 당규장(唐珪章)을 대표로 한다. 주오 근거는 첫째, 악가(岳珂)가 악비의 글을 편찬할 때 완벽하지 않았고, 빠진 것이 시시때때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등광명의 견해이다. 그리고 예를 들어 설명한다. 둘째는 '하란산'은 그저 시사에 쓰는 용어이고, 북방을 가리키고, 변방을 가리키는 대명사라는 것이다. 이것도 등광명이 다른 시사를 사례로 들어 입증한다. 셋째는 당규장이 발견한 것으로 <수강랑봉축씨족보>에 악비의 <만강홍>에 대한 축윤철(祝允哲)의 '화사(和詞)'가 있다는 것이다.원작은 현재 전해지는 것과 약간 다르다. 전해지는 것은 악비의 나중의 '정본(定本)'이다. 다만 주서희(朱瑞熙)는 <수강랑봉축씨족보>가 위작이라고 본다. 주요 논거는 '송나라 약서상 축윤철이라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약간 견강부회격이다. 양송대의 명사인 왕고(王皐)도 <송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여 그 사람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래에서는 필자의 견해를 말하고자 한다. 먼저, <만강홍>이 악가가 편찬한 악비의 시문집에 나오지 않는 것에 관한 점이다. 이 문제는 해명하기 좋다. 왜냐하면 생전에 정치적 박해를 받아서 피살되었으므로 그의 글도 몰수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리에 맞는다. 송효종에 이르러 명예회복되었고, 그의 손자가 시문집을 편찬하는데,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두개의 글이 누락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전당시>에 빠진 시들을 모으지 않는가. 만일 나중에 발견한 것이 모두 위작이라면 빠진 것을 수집하는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음으로, '하란산' 문제이다. 확실히 하란산은 서하 경내에 있고, 금나라 경내에 있지 않다. 다만 고대인의 지리적 지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자주 실수가 나온다. 이백도 자주 착오를 저질렀다. 다시 말해서 하란산은 여기에서 그저 변방을 의미하는 대명사이다. 고대인들의 시사에 자주 나타나는 '서북망(西北望), 사천랑(射天狼)'이라고 하여 모두 곽거병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주서희가 축윤철이라는 사람이  <송사>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가지고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얘기한 것은 반박할 가치도 없다. 우리가 앞에서 말한 왕고의 일만 봐도 알 수 있다. 왕고는 송고종을 도와 강남에 기반을 다지게 한 중신이고, 관직이 태위(太尉)에 이른다. 한때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송사>에 그의 이름은 없다. 설마 그렇다고 하여 그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최소한의 사학 상식이다. 그ㅐ서 '위작설'은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만강홍>의 저작권이 악비에 있다고 보는데 의문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먼저, 시사의 언어특징으로 보아 '위작설'을 반박하기는 휩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을 가지고 악비의 작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데는 힘이 부족하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규장 선생이 찾은 <수강랑봉축씨좁고>에 악비 <만강홍>과 축윤철의 화사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증(孤證)'이다. 이를 뒷받침할 방증(傍證)이 없다. 만일 우리가 축윤철과 악비가 교류했다는 증거를 찾는다면, 혹은 악비의 신변에 있는 사람과 교류했다는 증거라도 있다면 유력할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악비의 이름으로 된 <만강홍>의 위작여부에 대하여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최근 어떤 사람이 "삼십공명진여토(三十功名塵與土), 팔천리로운화월(八千里路雲和月)'의 두 구는 악비의 신세내력과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가소로운 주장이다. 이것은 아마추어의 말이다. 지금까지 이런 숫자는 모두 허지(虛指)이다. 이백은 "천태일만팔천장(天台一萬八千丈)"이라고 했는데 그대로 계산하면 60킬로미터가 된다; 그는 또한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고 했는데, 그대로 계산하면 10킬로미터이다. 이것을 근거로 이 작품이 위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가는 수학이 아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장지기찬호로육(壯志饑餐胡虜肉), 소담갈음흉노혈(笑談渴飮匈奴血)"이 악비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건 더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두 구절을 가지고 악비가 식인종이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는 과장수법이다.


어찌되었건, 악비의 이름으로 된 <만강홍>은 일대 또 일대의 중국인들에게 애국정서를 불러 일으켰고, 이 점만으로도 필자는 이것이 정말 악비의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