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문학/문학일반

저팔계(猪八戒)의 스승은 도대체 누구인가?

중은우시 2018. 3. 8. 17:20

글: 섭지추(葉之秋)


저팔계의 사부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항간에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해외삼도 방장선산(方丈仙山)에 사는 동화제군(東華帝君)이 바로 저팔계의 사부라는 것이다.


서유기를 탐구하려면 우리는 주요논거를 서유기에서 찾아야 한다. 저팔계의 사부가 통천교주(通天敎主)라고 보는 것과 같은 견해는 너무 황당하다. 왜냐하면, 통천교주는 제자를 아무나 마구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화제군의 지지자들은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저팔계가 자신의 수련경력을 얘기할 때 이렇게 말했다: "득전구전대환단(得傳九轉大還丹), 공부주야무시철(工夫晝夜無時轍)" 저팔계는 성격이 나태하여, 사오정이 근수고련(勤修苦練)하는 것과 다르다. 그가 득도하여 신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부가 내린 선단(仙丹)의 힘을 빌어서이다. 이 선단의 이름은 바로 '구전대환단'이다.


손오공이 인삼과수를 쓰러뜨린 후, 해외삼도로 가서 선약을 구한다. 동화제군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에게는 구전태을환단(九轉太乙還丹)이 한 알 있다. 세상의 생명을 구할 수는 있지만, 나무를 치료해줄 수는 없다." 동화제군이 가진 선단은 바로 '구전태을환단'이다. 아주 신기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을 치료할 수 있지만, 인삼과수는 천지개벽시대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오래된 선수(仙樹)이기 때문에 구전태을환단으로도 치료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친구들은 구전태을환단이 바로 구전대환단이라고 본다. 그래서 동화제군이 바로 저팔계의 사부라는 것이다.


단지, 이 결론을 끌어내는데, 논리가 너무 엉성하지 않은가?


책속의 인물이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구전대환단은 세근벌수(洗筋伐髓)하여 체질을 개조하는데 써서 범인이 선도로 오를 수 있게 하는 신기한 단약이다. 그러나 구전태을환단은 그저 세상의 병을 치료해주는 약이다. 하나는 먹엇을 때 신선이 되는 것이고, 하나는 먹었을 때 그저 신체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약효의 차이는 크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지지자들이 동화제군을 저팔계의 사부라고 보는 것은 동화제군이 전통신화에서 초연한 지위를 가진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쨌든 저팔계는 천정(天庭)에서 관직이 천봉원수(天蓬元帥)에 이른다. 오방오로와 비교할 만하다. 그러니 그의 사부는 절대로 이름없는 무명지배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서유기>에는 많은 신선이 나온다는 것을. 이들 신선은 단지 극소수만이 작자의 창작이고, 대다수는 전통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다만, 전통신화인물을 차용할 때, 원작자는 많이 고쳤다. 우리가 이들 인물을 대할 때 기존의 눈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어, 동화제군도 그렇다.


전통신화에서, 동화제군은 동왕공(東王公)이라고도 부르고 목공(木公)이라고도 부른다. 이 신선은 일찌감치 진한시기부터 민중의 광범위한 숭배를 받아왔다. 선계의 지위가 아주 높다. 그는 서왕모(西王母)와 함께 지위가 가장 높은 남선과 여선으로 존경받는다.


즉, 당송이전의 신화체계에서, 동화제군은 지고무상의 신이다. 송원명청시기의 옥황대제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서유기>의 동화제군도 전통신화에서처럼 그렇게 대단한가?


유감스럽게도, 이 오래된 신선은 서유기 세계에서, 작자에 의하여 냉대를 받고,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인간선계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것은 오방오로(五方五老)이다. 그중 동승신주의 주인은 동방숭은제군이다. 동승신주에 두 무리의 선인이 있는데, 일군은 동승신주대륙에 거주하고, 일군은 별처럼 흩어져 있는 동해섬에 거주한다. 동해의 여러 섬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십주삼도인데, 그중 삼도가 각각 봉래, 방장, 영주이다.


봉래도에는 복록수삼성(福祿壽三星)이 살고, 방장도에슨 동화제군 사도가 살고, 영주도에는 구로(九老)가 산다.


지지자들은 동화제군은 삼도선인의 우두머리라고 본다 이유는 다른 섬에는 여러 명이 같이 살지만, 방장도에만 동화제군이 혼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실, 삼도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면적이 넓고 선인이 가장 많은 곳은 의문의 여지없이 봉래선도이다.


복록수삼성중 수성은 바로 동해십삼주삼도의 진정한 우두머리이다.


수성(壽星)은 <서유기>에서 남극성군(南極星君)으로 존칭된다. 혹은 남극선옹(南極仙翁)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천정에서의 관직이 아주 높아서, 오로의 바로 다음가는 육사(六司)의 으뜸이다. 신선의 생사를 결정한다. 금선자(金蟬子)의 전세투태(轉世投胎)도 그가 직접 주재했다.


서유세계의 동화제군은 선계의 지위가 그다지 높지 않다. 관음보살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고, 손오공과 비교하더라도 한참 떨어진다.


손오공이 방장선도에 내렸을 때, 동화제군이 스스로 문밖으로 나와 영접한다. 손오공은 비교적 거리낌없이 인사를 건넨다: "제군, 기수료(起手了)!" 여기서 기수(起手)는 손을 든다는 것으로 손오공이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다고 포권하면서 인사하는 것이다.


동화제군의 선계에서의 지위가 초연했다면, 당연히 구천탕마조사나 관음보살과 마찬가지로, 고개만 끄덕이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화제군은 어떻게 했는가? 원문을 보자.


그 제군은 급히 예를 갖추며 말한다: "대성. 실례했습니다. 누추하지만 들어가서 차를 받들겠습니다."


황망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동화제군의 지위가 낮고, 실력이 약소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손오공이 부탁할 일이 있다고 말했을 때, 동화제군은 이렇게 말한다: "무슨 일입니까. 가르침을 주십시오." 완전히 상사를 모시는 부하의 태도이고, 상사가 일을 시키주는 것이 영광이라는 투이다.


손오공이 온 이유를 얘기하자, 동화제군은 자기는 그러고 싶지만 능력이 안된다고 상세히 해명한다.


그후에 손오공은 과단성있게 말한다. 방법이 없다면 그냥 가겠다. 원문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동화제군은 그래도 붙잡아서 옥액을 한잔 바치려 한다" 동화제군은 자기가 아껴두었던 미주까지 끄집어내서 손오공에게 맛을 보게 하려고 한다. 완전히 아부하는 모습이다.


취경(取經)의 길에서 손오공이 어떻게 괴롭히더라도, 저팔계가 마음 속으로 그에게 진정 고개숙인 적은 없다. 왜냐하면 배경으로 보나, 지위로 보나 저팔계는 손오공과 차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은 선계의 지위가 손오공에 못미치는 선인인데, 어찌 저팔계같이 대단한 대신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저팔계의 진정한 스승은 마땅히 태상노군의 화신이다. 태상노군은 서유세계에서 최고의 연단고수이다. 그가 제조한 단약은 신선의 육신을 강화시켜주고, 금강불괴지신으로 만들어준다. 그가 제조한 선단은 신선과 범인이 명계를 넘어서 죽은 후에 부활하도록 해준다.


오로지 노군만이, 한 알만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는 신기한 선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오로지 그의 제자만이 신선이 되자마자 직접 천정의 수군대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팔계가 천강변(天罡變)을 하고, 손오공은 지살변(地煞變)을 한다. 이는 그들이 모두 노군의 제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간단명료한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