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풍현일(馮玄一)
<삼국연의>에서 여포의 명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 비록 명성이 형편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삼성가노(三姓家奴)"라는 칭호만으로도 명예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뛰어난 무예는 여포로 하여금 삼국의 난세에 입족지지(立足之地)를 마련해준다.
여포는 무인이다. 문화는 없다. 아마도 공부를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무인은 대부분 말하는데 직설적이고, 마음 속에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는다. 속으로 생각하는 건 바로 내뱉어 버린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때로는 솔직한 말이다. <삼국연의>에서 여포는 두 번 말을 하는데, 이 말은 모든 삼국남자들이 하고 싶거나 혹은 노력하고 있으나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인은 항상 "할 수 있는 건 말하지 못하고, 말할 수 있는 건 하지 못한다" 이런 나라상황은 삼국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좋다. 여포가 어떤 두 번의 말을 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대장부가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났다면, 어찌 우울하게 오랫동안 남의 밑에 머물겠는가"
왕윤은 초선을 이용하여 완벽한 '연환계'를 사용한다. 계책에 빠진 것은 여포이고, 피해를 집은 것은 동탁이다. 기실 초선도 피해자중 하나이다. 동탁을 살해하는 밀모를 하기 전에 왕윤과 여포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왕윤: 태사는 나의 딸을 범했고, 장군의 처를 빼앗았으니, 실로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태사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나 왕윤과 장군을 비웃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 왕윤은 나이가 많고 무능한 자이니 더 말할 것이 없지만, 아쉽게도 장군은 개세의 영웅이니, 어찌 이런 치욕을 그냥 받고만 있겠습니까?
여포는 노기충천하여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지른다.
왕윤이 급히 말한다: 노부가 실언했습니다. 장군께서는 노하지 마십시오.
여포가 말한다: 이 노적을 죽여서 나의 수치를 씻겠습니다!
왕윤이 급히 여포의 입을 막으며 말한다: 장군께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노부에게까지 연루될까 겁이 납니다.
여포가 말한다: 대장부가 하늘과 땅사이에 태어났다면, 어찌 우울하게 남의 밑에 오랫동안 머물겠습니까.
왕윤이 말한다: 장군의 재능이라면 실로 태사가 제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포가 말한다: 내가 이 노적을 죽이려고 하면, 그것은 부자의 정때문에 후인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두렵다.
왕윤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장군의 성은 여씨이고, 태사의 성은 동씨입니다. 창을 던질 때 어찌 부자의 정을 논하겠습니까.
여포가 분연히 말한다: 사도의 말씀이 아니었으면 나 여포가 큰 잘못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대장부가 하늘과 땅사이에 태어났다면, 어찌 우울하게 남의 밑에 오랫동안 머물겠는가"라는 이 말은 삼국시대 남자들이 마음 속에 품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시대 남자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조급했고, 하나같이 피끓는 강인한 인물이다. 전쟁터에서는 상대를 죽여나갔다. 겉으로 내세우는 구호를 제외하고나면, 진정한 목적은 바로 언젠가 '더 이상 남의 아래에 머물지 않는 것'이었다.
이 말은 호기있는 말이다. 그러나 호기 속에는 약간의 분노가 곁들어 있다. 그것은 왕왕 실의에 빠지고 억압받고 있는 사람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말이다. 이런 '이상이 있는' 말을 여포라는 다른 사람들이 '삼성가노'라고 놀리는 사람의 말에서 나왔다는 것은 실로 놀람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원래 여포는 이런 이상을 가진 인물이었구나.
그러나 바꾸어 생각하면 여포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조는 말할 수 없다. 조조는 아주 낙관적이다. 그리고 쉽게 마음 속의 말을 드러내지 않는다. 손권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주군이다. 무슨 억압같은 걸 받는 사람이 아니다. 사마의는 노모심산으로 조조, 조비의 수하로 일을 할 때, 분명 마음 속으로 백번이고 천번이고 이 말을 되뇌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말을 입밖에 내뱉을 수는없었다. 유비는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한번은 유비가 유표와 술을 마신 후에 술김에 이런 말을 내뱉었다: "나 유비에게 만일 기반이 있다면, 천하의 자잘한 무리들은 실로 걱정거리도 안됩니다." 그러나 이 말을 내뱉자 마자 후회한다: "스스로 말실수라고 하며, 술이 취했다는 핑계로 일어서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쉬었다." 유비는 자신의 뜻을 나타낸 이런 말을 했다. 그것도 술마신 후에. 유비는 심계가 있는 인물이다. 여포처럼 '직설'적인 사람이어서 뭐든지 말하는 사람은 아니다.
2. 한나라의 성지(城池)는 사람들마다 몫이 있는데 어찌 너만 갖느냐?
만일 여포가 "대장부가 하늘과 땅사이에 태어났다면, 어찌 우울하게 남의 밑에 오랫동안 머물겠는가"라는 말이 아직 충분히 대담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한나라의 성지는 사람들마다 몫이 있는데 어찌 너만 갖느냐"라는 말을 듣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조조가 도겸을 공격하여 서주를 취하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여포가 빈틈을 노려 조조의 본거지 연주를 기습한다. 조조는 무척 화가나서, 서주를 포기하고 연주로 되돌아가서 연주를 구한다. 여포는 진궁의 계책을 쓰지 않고 부장으로 하여금 연주를 지키게 하고 자신은 복양으로 간다. 호각지세를 이루어 조조를 상대하려는 생각이다.
복양성아래에서, 조조는 여포를 가리키며 말한다. "너는 너와 원래 원한이 없는데, 어찌 나의 땅을 빼앗으려 하는가?"
여포가 말한다: "한나라의 성지는 사람들마다 몫이 있는데 어찌 너만 갖느냐?"
여포의 생각은 잘 알려진 말로 하자면, "천하는 천하인의 것이다"라는 것이다. 여포는 자신의 무력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고, 당시의 통치규칙을 멸시하고 무시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이 말을 조조라면 할 수가 없다. 유비도 할 수가 없다. 손권, 원소, 동탁도 감히 말할 수 없다. 왜 그런가? 왜냐하면 그들은 당시의 통치규칙을 무시하고 멸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은 그들이 이 규칙을 무시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왜냐하면 언젠가 그들은 황제가 될 것이고, 통치자가 될 것인데, 마찬가지의 규칙으로 다른 사람을 통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포의 이 두 마디 말은 삼국시대 남자들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말이다. 그리고 중국역사가 왜 '치란흥쇠(治亂興衰)'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했는지의 이유를 말해준다.
중국역사가 왜 항상 '치란흥쇠'의 쳇바퀴에서 순환하는가? 바로 '출인두지(出人頭地)'의 사상에 빠졌기 때문이다. 바로 여포가 말한 "대장부가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났다면, 어찌 우울하게 오랫동안 남의 밑에 머물겠는가"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보다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가? 여포의 말을 제외하고 고인의 관점은 <삼자경>이라는 아동이 읽는 책에서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유이학(幼而學), 장이행(壯而行), 상치군(上致君), 하택민(下澤民), 양명성(揚名聲), 현부모(顯父母), 광어전(光於前), 유어후(裕於後)" 까놓고 말해서, 통치자가 되고, 황제가 되는 것이다. 통치자가 있으면 피통치자가 있다. 피통치자가 이 관계를 바꾸려면 반항하는 수밖에 없다. 통치자는 통치를 지속하려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 피통치자는 통치자가 된 후에 순조롭게 통치하려면 역시 현재의 규칙을 무시하고 싶지 않고 새로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일대일대의 순환이 지속되어 가고 끊기지 않는 것이다.
중국역사의 비밀을 여포가 간파해내다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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