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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당시

"인면도화(人面桃花)": 여성의 아름다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by 중은우시 2016. 2. 9.

글: 중천비홍(中天飛鴻)


"인면도화"를 애기하면 아마도 문인들 은 모두 이 성어의 전고를 알고 있을 것이다. 고대에 많은 시사(詩詞)에서 이 성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북송의 사인 유영의 <만조환(滿朝歡)>은 이러하다:

인면도화(人面桃花), 미지하처(未知何處), 단엄주비초초(但掩朱扉悄悄).

진일저립무언(盡日佇立無言), 영득처량회포(嬴得凄凉懷抱)


그리고 남송의 시인 범성대의 <만강홍>은 이러하다:

천기신청(天氣新晴), 심작몽(尋昨夢), 지당춘조(池塘春早).

우과전군(雨過湔裙), 수상유사풍효(水上柳絲風裊)

각억거년진일(却憶去年今日), 도화인면의전호(桃花人面依前好)


당연히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당나라때의 시인 최호(崔護)의 그 <제도성남장>시이다.

거년금일차문중(去年今日此門中)

인면도화상영홍(人面桃花相映紅)

인면부지하처거(人面不知何處去)

도화의구소춘풍(桃花依舊笑春風)


작년 오늘 이 문안에서는

미인의 얼굴과 북사꽃이 서로 비추어 발그레했는데,

미인은 어디를 갔는지 알 수가 없고

복사꽃만 봄바람에 웃고 있네


당나라때 최호에게서 "인면도화"라는 말이 세상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이미 1천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자주 사람들이 '인면도화'를 가지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데 썼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인면도화'라는 이 성어에 대한 곡해와 오독이다.


중국고대의 시론저작 <본사시.정감>의 기록에 따르면, 박릉 사람인 최호는 인물이 아름다웠으나 고결했으며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무리에 끼지 않고 혼자 즐겼다. 청명절에 봄빛이 밝은데, 그는 혼자서 남쪽 교외로 답청을 갔다. 발걸음이 어느 한 장원 앞에 이르렀을 때, 안에는 녹음이 짙었고, 복사꽃이 활짝 펴 있었다. 목이 말라서 문을 두드려 마실 물을 청했다. 한 아가씨가 소리를 듣고 나와서 묻는다: 당신은 누구세요 최호가 대답한다: 나는 최호이며, 봄을 즐기러 혼자 왔는데, 목이 말라서 마실 물을 부탁하러 왔다. 아가씨는 문을 열고 그에게 들어와서 앉으라고 한 다음, 맑은 차를 한잔 대접했다. 그 후에 복숭아나무 그늘아래에 기대어 서서 최호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 아가씨는 아주 예뻤다. 복사꽃과 나란히 있으니 더욱 아름다웠다. 최호는 마음이 쿵쿵 뛰었고, 그녀에게 말로 수작을 걸었다. 그러나 아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주시하기만 했다. 최호는 차를 다 마신 후 일어나서 인사를 했고, 아가씨는 그를 문밖으로 배웅해주었다. 확실히 그녀도 그가 떠나는 것이 아쉬운 듯했다. 최호도 아쉬워하며 떠났다. 아가씨의 그림자는 최호의 머리 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고, 아가씨도 최호를 몰래 그리워했다.


다음 해 청명절, 최호는 다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성의 남쪽의 그 아가씨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장원은 그대로 있었고, 대문과 담장도 그대로인데, 대문에는 이미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복사꽃은 작년 그대로인데, 작년의 그 미인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니, 사물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그대로가 아니다. 최호는 실망한 나머지, 탄식을 하면서 장원 왼쪽의 문에 시를 썼다: 거년금일차문중(去年今日此門中) 인면도화상영홍(人面桃花相映紅) 인면부지하처거(人面不知何處去) 도화의구소춘풍(桃花依舊笑春風). 바로 그 <제도성남장>이라는 천고의 절구가 나온 내력이다.


나중에 사람들은 남녀가 첫눈에 반했지만 나중에 서로 떨어져 있게 되고, 남자가 옛날 일을 그리워하는 것을 가리켜, "인면도화"라고 했다. 자주 애정에 실패한 심정을 묘사하는 것이다. 혹은 널리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여자 및 이로 인하여 생긴 안타까운 심정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명나라때의 문학가 매정조의 <옥합기.언조>에는 "선련세화(蟬聯歲華), 파유사도처장춘괘(怕遊絲到處將春挂), 민고면장액부용(悶孤眠帳額芙蓉), 가중봉인면도화(可重逢人面桃花)"라고 썼다. '인면도화'는 '도화인면'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원나라때 산곡가 유시중은 <조천자>에서 이렇게 썼다: "양류궁미(楊柳宮眉), 도화인면(桃花人面), 시평생미료연(是平生未了緣)"


당연히, 어떤 사람은 "인거루공(人去樓空)"이라는 말로 옛사람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형용하기도 한다. 다만, "인면도화"와 "인거루공"은 옛사람을 그리워하는 심정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점도 있다. 하나는 '인면도화'는 주로 남자가 여자를 그리워하는 것을 표현한다. 그러나 '인거루공'은 널리 친구 또는 친척을 그리워하는 것을 가리킨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이 성어를 쓸 수 있다. 둘째, '인거루공'은 처량한 느낌이 있으나, '인면도화'는 그런 의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