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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보시라이-왕리쥔사건

쉬밍(徐明): 한 신비상인의 갑작스런 사망

by 중은우시 2015. 12. 9.

글: 장명(張鳴)




 

이미 낙마한 부패관료의 배후에는 항상 한명 혹은 수명의 상인이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관료의 뒤에 숨어 있는 이들 상인은 비교적 저자세이다. 기껏해야 중자세이다. 보시라이사건의 그 뚱보(쉬밍)처럼 고자세로 축구클럽을 운영하고, 고자세로 매체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이다. 일반민중은 모두 그에게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대다수는 그의 배경이 누구인지를 몰라서,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소문들도 있었다. 그러나, 보시라이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원래 그의 배경은 그 옛날이 충칭왕인 보시라이였다. 보시라이사건의 공개재판때, 증인으로 출석한 그 뚱보는 이미 날씬해져 있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보시라이집안의 일에 그는 아주 깊이 관여되어 있다.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의 유학도 그의 일이었고, 보시라이사건의 최대수뢰프로젝트인 유럽별장도 그의 손을 거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보시라이부인의 모살사건에도 관여되어 있다. 다만, 보시라이사건과 보시라이부인사건에서, 그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그는 깨끗한지 아닌지를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즉, 그의 면목은 그저 보시라이사건을 통하여 틈 하나를 벌였을 뿐, 여전히 신비로운 것이다.

 

그 후, 그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가 언제 재판을 받았는지, 어느 변호사를 선임했는지, 몇년 형을 받았는지, 상소했는지아닌지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백성들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법률계의 인사들도 알지 못한다. 어쨌든 오늘 들은 소식은 그가 감옥에서 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향년 44세. 왜 그의 배경인 정치국위원은 공개재판을 받지만 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인물은 이렇게 신비해야할까.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관리 뒤의 상인은 운명이 모두 그다지 좋지 않다고. 내가 보기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일은 약간 러시안룰렛 도박과 같다. 총알이 없으면 큰 이익을 얻는다. 총알에 있으면 그냥 죽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정경유착하에서 카이저의 것은 카이저에게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로는 불가능하다. 정경유착, 권전교역(權錢交易)은 모두 통한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우리의 권력구조에서 정치와 경제는 근본적으로 분리할 수가 없다. 도대체 권력이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이 권력에 빌붙는 것인지, 이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이 아무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에서 쓰러지면, 뒤에서도 따라가게 된다.

 

권력에 빌붙어서 특권에 기대어 돈을 번 사람은 있다. 권력을 빌려서, 원래 있어서는 안되는 제도의 장애를 없애는 경우도 역시 있다. 깊이 연루되는 것과 얕게 관련되는 경우에 피차간에 모두 많은 비밀이 있다. 어느 관리가 낙마하건 이 비밀은 모두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어던 경우에는 항간의 소문이 있고, 각종 유형무형의 이야기가 있다. 금전, 미색, 궁중투쟁, 심지어 스파이의 그림자도 있다. 하나하나가 모두 헐리우드 블록버스트에 비견할 만하다.

 

관리의 배후에 있던 상인은 모두 이 재수없는 사람처럼 44살에 옥에서 목숨을 거두지는 않는다. 많은 똘똘한 사람들은 바람이 불기 전에 일찌감치 재산을 옮기고 가족을 이끌도 달아난다. 이들 총명한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다. 많이 알고 있는 것 자체가 화근이다. 그러나, 국외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마찬가지로 입을 꽉 다물고 산다. 비밀을 뱃속에 묻어둔다. 아주 드물게 법정에서 증언할 때 아주 약간의 소식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개재판은 흰 까마귀를 보는 것처럼 드물다.

 

사람들의 알 권리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비밀과 신비는 이 사회에서 가장 자주볼 수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 수반되는 것은 항간의 소문이 유행하고 극적인 이야기가 양산된다. 사람들의 알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원래 권력이 견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법률이 제약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런 권력은 배후에서 만들어 낸다. 그리고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상인을 만들어 낸다.

 

오늘 웨이보의 헤드라인뉴스는 27자의 뉴스이다: "12월4일, 전 실덕집단, 실덕구락부 동사장 쉬밍(徐明), 인병거세(因病去世), 종년44세." 나는 돌연 느끼게 되었다. 이 안에 든 정보는 너무나 크다. 상상력을 동원하면 소설을 한 권 쓸 수 있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