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효(劉曉)
석륵은 오호십육국시대 후조의 개국군주이고, 시호는 후조명제이다. 석륵의 통치하에, 후조는 당시 북방에서 가장 강성한 국가가 되었다. 석륵이 이런 공적을 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고승 불도징과 관련이 있다.
<고승전>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불도징은 서진(西晋), 후조 때의 승려이다. 소년때 출가하여 불도를 닦았으며 경문 백만자를 암송할 수 있었다. 그는 귀신을 부를 줄 알았다. 그가 마유(麻油)에 연지를 더해서 손바닥에 바르면 천리 바깥의 일도 손바닥에 나타났다.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진회제 영가4년, 불도징은 불법을 널리 퍼트리기 위하여 낙양으로 온다. 그는 이곳에 절을 건립하려 했다. 당시는 마침 유요(劉曜)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여서, 낙양의 국면은 혼란스러웠다. 불도징은 할 수 없이 우선 은거하고, 사태의 발전을 관망한다. 마침 석륵도 북인 갈피(葛陂)에 주둔하고 있었다. 그는 살륙을 아주 좋아했고, 승려들 중에서 죽임을 당한 자들이 아주 많았다. 불도징은 창생을 구하기 위하여 불법으로 석륵을 교화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군주둔지로 간다. 석륵의 대장군인 곽흑략(郭黑略)은 평소에 불교를 믿어서, 불도징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그가 계책을 내서 전쟁의 승부를 예지하도록 도와준다.
얼마후, 석륵은 곽흑략에게서 불도징이 신통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그를 불러서 불법이 얼마나 영험한지를 묻는다. 불도징은 살인을 좋아하는 석륵에게 불법을 잘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사실로 증명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바리(鉢)에 물을 가득 담고는 향을 피워서 기도한다. 순식간에 물 속에서 푸른 연꽃이 피어나서 광채로 눈이 부셨다. 석륵은 바로 그의 말을 믿는다. 불도징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렇게 권한다: "왕이 된 사람은 덕으로 국가를 다스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길상을 상징하는 4령(용, 봉, 기린, 거북)이 나타날 것입니다; 만일 폭정을 펼치면, 불상을 상징하는 혜성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의 운명은 바뀌게 됩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러했습니다." 석륵은 그의 말을 들은 후, 살륙을 그친다. 많은 사람들은 이로 인하여 목숨을 구하게 되고, 사람들은 속속 불법을 믿게 된다.
나중에 석륵이 갈피에서 하북으로 돌아가며 방두(坊頭)를 지나갈 때, 방두 사람은 밤중에 군영을 약탈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도징은 사람을 보내어 석륵에게 이를 얘기해준다. 밤에 과연 도적이 군영으로 들어왔다. 석륵이 사전에 준비를 잘 해놓았기 때문에, 군영을 약탈하려던 자들은 체포된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석륵은 계속 불도징이 정말 신통력이 있는지 계속 시험한다. 그래서 하루 밤에 그는 갑옷을 입고 칼을 쥐고 장막안에 앉아 있었다. 동시에 사람을 불도징에게 보내어 이렇게 말하게 한다: "밤에 대장군이 어디에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자가 불도징이 머무는 곳에 가서 입을 미처 열기도 전에, 불도징은 큰 소리로 묻는다: "평안하고 도적도 없는데 왜 밤에 이렇게 경계를 삼엄하게 하고 있는가?"
그러나 석륵은 신통력을 지닌 불도징에 대하여 아주 우려한다. 그래서 그를 해치려고 한다. 그러나 불도징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원래 예지능력이 있는 불도징이 이미 피해버렸기 때문이다. 석륵은 아주 후회했다. 자신이 악의를 가지는 바람에 성인이 자기를 떠났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하여 이날 밤에는 잠도 자지 않고 불도징을 그리워했다. 불도징은 그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음 날 다시 돌아와서 석륵을 만난다.
328년, 유요는 병력을 이끌고 석륵을 공격하낟. 석륵은 불도징에게 자신이 친히 병력을 이끌고 유요의 군대를 맞이해야 하는지를 물어본다. 불도징은 그에게 말한다. "군대가 출정하면 유요는 붙잡힐 것이다." 사실도 과연 그러했다. 반란을 평정한 후, 석륵은 330년 후조를 건립한다. 그는 더욱 불도징을 존경한다. 이 해에 석총(石蔥)은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불도징은 은어(隱語)로 석륵에게 말한다: "금년에 파(蔥)는 벌레가 먹었으니, 반드시 사람을 해칠 것이다. 그러니 백성에게 파를 먹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래서 석륵은 백성들에게 파를 먹지 못하도록 명령한다. 팔월에 석총이 반란을 일으킨다. 석륵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모든 일에 반드시 불도징에게 물은 후에 실행했고, 그를 "대화상(大和上)"이라 칭한다.
석륵의 조카인 석호(石虎)에게는 석빈(石斌)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석륵이 그를 아주 좋아했다. 하루는 석빈이 돌연 급병이 들어 사망한다. 모두 슬퍼하는 와중에 이틀이 지났다. 석륵은 돌연 불도징을 생각해낸다. 불도징이 온 후에, 버드나무가지를 쥐고 주문을 외운다. 순식간에 석빈이 자리에 벌떡 일어서서 앉는다. 다시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몸이 회복된다. 그리하여 석륵은 자신의 모든 아들을 절에 보내어 기르게 한다. 매번 사월초파일 석가탄신일이 되면, 석륵은 친히 절로 가서 부처를 향기나는 물로 목욕시키고, 아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건평4년 사월, 바람 한점 없는데, 졸연 탑 위의 방울이 울린다. 불도징은 사람들에게 말한다: 방울은 올해 국가에 큰 상(喪)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칠월에 석륵이 죽는다. 그리고 아들 석홍(石弘)이 즉위한다. 얼마 후, 석호는 석륵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에 오른다. 석호는 석륵보다 더 불도징은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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