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성명(曹聲明)
벼랑끝에 몰린 사람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잠재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진2세 원년7월, 진승(陳勝)은 9백여명의 피로에 지친 술졸(戌卒)을 이끌고 어양(漁陽)으로 변방을 지키러 가고 있었는데, 큰 비를 만나서 길을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대택향에서 머물게 된다. 진율(秦律)에 따르면, 기한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참형을 당한다. 벼랑긑에 몰린 진승은 앞으로 나가든 뒤로 물러서든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곤란한 처지에 놓인다. 이때, 그의 곧 떨어져나갈 머리 속에 돌연 천재적인 영감이 떠오른다: 바보같이 죽임을 당하기 기다리기 보다는, 나라를 위하여 죽는 것이 어떨까? 그래서 진승은 높은 곳에 올라가 소리친다: "왕후, 장상에 씨가 따로 있느냐?" 이 분노의 외침은 마치 석파천경(石破天驚)과도 같이 즉시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수천수만의 노예들을 일깨운다. 진나라에 반기를 드는 분노의 불길이 온 하늘로 신속히 번져갔다. 진시황이 천추만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강산은 순식간에 돌연 붕괴한다. 재미있는 점은 그후 2천여년의 역사무대에서, 왕조가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교체되면서, 대택향의 역사메아리는 이 무대의 배경음악처럼 수시로 울렸다. 곡조는 항상 이전에 알던 것같았다. 그 연유는 실로 음미해볼 만하다.
진승이 의거를 일으키기 전에, 먼저 두 가지 난제에 대답을 해야 했다. 하나는 "나는 왜 반란을 일으켜야 하는가?" 다른 하나는 "나는 무엇을 가지고 지도자가 될 것인가?" 진용이 한 한 마디, "왕후, 장상에 씨가 있느냐?"는 질문은 유력하게 군권신수의 신화를 깨트린다. 반란에 합법적인 겉옷을 입혀준 것이다. 그와 오광(吳廣)은 어장단서(魚藏丹書)사건을 만들고, 사람이 여우울음을 배우게 하는 연극으로 위신을 세워 무리들을 복종시킨다. 진승이 팔을 휘두르자, 천하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마치 동장철벽같던 진왕조는 순식같에 와해된다. 이는 진승이 창조한 인간기적이라기 보다는, 진시황의 "천하고진구의(天下苦秦久矣)"의 자해극이 진승의 위대한 업적을 완성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후 무릇 대규모의 농민의거에서 걸었던 것은 진승이 열었던 바로 그 길이었다. 그들이 의거를 일으킨 두가지 절초(絶招)는 모두 진승이 처음 만든 것이다: 하나는 먼저 인심을 고무시키는 혁명구호를 내놓아,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 도리에 맞다는 혁명여론을 크게 조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힘들게 살아가는 대중을 재난에서 구해줄 구세주로 분하여, 새로운 신을 하나 세우는 것이다.
역대이래로 대규모 농민의거중 두가지 아주 재미있는 구호가 등장했다: 동한말기, 황건적의 난의 구호는 "창천이사(蒼天已死), 황천당립(黃天當立]). 세재갑자(歲在甲子), 천하대길(天下大吉)", 그리고 원나라말기 홍건적의 난의 구호는 "막도석인일지안(莫道石人一只眼), 도동황하천하반(挑動黃河天下反)" 어떤 사람은 이를 가지고 무당이나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얘기하지만, 구호가 있어야 호소력이 있다. 하늘이 너를 망하게 하였고, 하늘이 나에게 반란의 기치를 들게 하였다면, 자연히 반란에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편이 그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무 곳이나 마구 칼을 휘둘러대는 것보다는 훨씬 전략적이다. 이는 최고의 유머상을 받을만한 구호이다. 이자성이 당초에 의거를 일으키기 전에, 십팔자좌천하(十八子坐天下)의 신화여론을 조성한다. 이자성의 신비한 참언은 진승의 장신농귀(裝神弄鬼)보다 훨씬 고명하다. 그렇게 하여 이자성은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는 밑밥을 깔아놓았던 것이다. 이자성의 구호중 가장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등귀천(等貴賤), 균전면량(均田免糧)"(귀천을 없애서 동등하게 만들고, 토지를 균등하게 나누고 세금을 면제해준다). 더욱 고명한 것은 그가 이 정치구호를 통속적인 유행가사로 만든 것이다: "소와 양을 잡고, 술을 준비하자, 성문을 열고 틈왕(이자성)을 맞이하자, 틈왕이 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노래가 천하에 울려퍼지게 만든 것이다. 이자성의 정치선전업무는 역대 농민의거중에서 가장 뛰어났고, 가장 성공적이었다. 이자성이 북경의 금전에서 황제놀이를 한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 이름모를 선전부장의 공이 지대하다고 할 것이다. 그 구호는 매력상을 받을 만하다.
태평천국은 중국역사상 규모가 가장 컸던 농민의거이다. 홍수전이 진승과 다른 점이라면 홍수전은 서방에서 서양신을 모셔온 것이다. 홍수전은 서방의 기독교를 썩고 버무려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외혼혈아 배상제교를 만든다. 홍수전은 상제에게 아들 하나를 추가시켜버린다. 그 아들이 바로 자신이다. 홍수전은 스스로 천왕이라 칭하고, 양수청은 스스로 천부(天父)의 대리인이라 칭한다. 나중에 천왕과 천부의 대리인이 서로 누가 대장인지를 놓고 싸운다. 그리하여 천경성내에 혈우성풍이 불고 천왕의 보좌는 내분가운데 무너져 버린다. 태평천국은 최고구호상을 받아도 될 만하다. 태평천국의 지도자들은 천하의 힘들게 일하는 백성들을 위하여 아주 아름다운 천당을 그려준다: "천하는 한 가족으로 모두 태평성대를 누린다. 평등하지 않은 곳이 없고, 누구도 배곯지 않는다. 천하의 토지는 천하인이 같이 경작한다." 나중에는 천왕, 천부등 극소수의 인물들만이 천당에 들어갔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실로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을 겪는다. 진승은 천왕과 비교하자면, 기껏해야 한 다리를 천당의 문턱에 걸쳤을 뿐이다. 천하인들은 여전히 땅바닥에 엎드려서 눈을 들어 천당을 바라볼 뿐이다. 그들의 천당에 들어가기를 갈망하는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방과 주원장은 용상을 빼앗은 두 명의 행운아이다. 그들은 모두 처음 의거를 일으킨 사람이 아니다. 인심을 고무시키는 구호는 다른 사람들이 일찌감치 내뱉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바로 하늘이 낳은 용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면 되었다. 그들의 세력이 강대해질수록,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와 조작이 들통날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들이 용상에 안전하게 앉게 된 후에는 누구도 감히 그들이 하늘이 내린 용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했다. 유방과 주원장이 진승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면, 그들의 세력이 약소했을 때, 강자의 앞에서 그들은 아주 가련한 어린 며느리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유방은 홍문연에서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어 항우에게 죄를 청한다. 주원장은 "광취량(廣聚糧), 완칭왕(緩稱王)"의 책략을 써서 총은 머리를 내미는 새를 쏜다는 리스크를 피해갈 수 있었다. 결국 어부지리를 얻었다. 후발제인(後發制人)은 유방과 주원장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이다.
진승은 처음부터 스스로 원만하게 마무리지을 수 없는 패러독스에 빠진다. 그의 말과 행동은 시종 조화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했다. 진승의 후계자도 마찬가지로 이 모순에서 헤매게 된다. "왕후장상에 씨가 있느냐?"는 실로 양날의 검이다. 야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 구호를 들은 후, 자연히 아Q와 같은 생가을 하게 될 것이다: 어린 비구니의 머리를 중이 만질 수있다면, 나라고 못할 것이 있느냐? 진승이 진현을 공격하여 함락시킨 후, 전차는 7,8백승에 불과했다. 병마는 몇 만에 불과했다. 그런데 손바닥만한 진현에 왕궁을 만들고, 그럴 듯하게 왕이라고 칭하기 시작한다. 기괴한 일은 진승이 왕을 칭하자마자 왕은 다른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게 된다. 왕후장상에 씨가 있느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자신을 천하의 유일한 왕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갈영(葛嬰)은 양강(襄疆)을 초왕에 앉혔다가, 진승이 이미 왕을 칭했다는 말을 듣고, 즉시 양강을 죽이고 진승에게 사죄한다. 진승은 그러나 여전히 갈영을 죽여버린다. 진승이 이처럼 스스로의 말을 뒤집는 거동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병력만 가지면 왕을 칭하던 그 난세에 천하에 스스로 왕을 칭하는 자들은 강물의 붕어처럼 많았다. 어떻게 모조리 다 죽여버린단 말인가. 유방은 진승보다 고명했다. 한신이 스스로 제왕이 된 후, 사자를 보내어 유방에게 보고하자, 유방은 화를 내며 욕을 해댄다. 그러나 진평이 암시를 주자 즉시 말투를 바꾸어 화를 내지 않고 기뻐하며 즉시 한신을 제왕에 봉한다. 그러나 천하를 안정적으로 얻고 나자, 다시 손을 본다. 유방과 진승의 목적은 같다. 성패의 구분은 단지 시기선택이 달랐다는 것이다. 진승이 남에게 고용되어 농사를 지을 때, 일찌기 동료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귀해 지더라도 서로 잊지 말자." 동료들은 모두 자기들이 어떻게 부귀해질 수 있겠느냐고 생각한다. 진승은 탄식하며 말했다: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 그러나 기러기,고니가 하늘을 날자, 그들 제비, 참새무리들은 기뻐하며 진왕부로 온다. 서로 잊지 말자던 말대로 부귀의 맛을 보기 위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서로 잊지 말자던 따끈한 맹세의 말은 순식간에 무정하고 차가운 칼날로 바뀐다. 말과 행동의 모순은 바로 이렇게 조화될 수 없었다. 유방과 주원장은 진승과 같은 생각이었다. 단지 시간이 달랐다. 유방과 주원장은 동료가 필요하고, 그들이 자신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야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들 동료들을 친형제처럼 따뜻하게 대한다. 그들이 자신을 2인자로 불러도 놔두었다. 다만 그들이 황위에 안정적으로 안자마자 이들 가장 친밀했던 친구들은 그의 칼아래 원귀로 바뀌게 된다.
중국의 2천여년의 봉건전제사회에서 계속하여 유행한 것은 '성공하면 왕이고, 실패하면 도적이다"라는 정글의 법칙이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작은 물고기는 작은 새우를 잡아 먹는다. 작은 새우는 진흙을 파먹는다. 작은 새우가 진흙조차 파먹을 수 없게 되면 작은 새우들은 벌떼처럼 몰려가서 큰 물고기를 공격하여 뜯어먹는다. 성공하면 극소수의 작은 새우, 작은 물고기는 큰 물고기로 된다. 그래서 새로운 물고기와 새우가 서로 잡아먹는 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택향은 영원히 중국인의 머릿 속에 기억될 장소이다. 오늘날 우리는 대택향의 역사메아리에서 얼마나 많은 분노를 깨닫고, 얼마나 많은 우상(憂傷)을 깨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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