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차전(草船借箭): 전쟁은 낭비감당능력을 겨루는 것이다.

작자: 미상

 

원거리병기가 발명된 때로부터, 그 전술응용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점타격(點打擊)이고 다른 하나는 면타격(面打擊)이다.

 

고대에도 이광(李廣), 화영(花榮), "몰우전(沒羽箭)" 장청(張淸)같은 원시 저격수가 있기는 했지만, 모든 사병이 "총알 하나에 적 한명을 죽인다"는 식의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면타격, 구역성사격을 위주로 하는 것이 원거리병기의 기본적인 사용원칙이다. 활, 노(弩), 포석기의 시대에도 그러했고, 나중의 화총이 나타나고서도 역시 조준사격이 아니라 일제사격을 하는 방법이 유지되었다.

 

소총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짧게나마 '정확한 타격'의 환상을 가진다. 그러나 현재 총구앞의 적이 수도 없이 많이 나타나면, 정신을 집중하여 한발 한발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겠는가? 이때 기관총이 나타난다. 사격속도가 분당 수백발의 총탄이 비처럼 적군에 쏟아지면, 사격하는 사람은 분명 불을 한 바가지 개미께에게 퍼붓는 것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배경하에서 적벽대전때 화살을 만들라는 명을 받은 제갈량을 생각해보자. 그가 왜 마감기한 하루 전까지 대도독 주유와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위로는 천문을 아니, 그날 저녁부터 큰 안개가 낄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화살을 빌릴 수 있는 전제는 그가 조조의 군대중 물가의 경비부대에서 밀집사격전술을 운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메뚜기떼처럼 화살은 가득 짙은 안개속으로 쏘아졌다. 그런데 화살이 닿은 곳은 오촉연합군의 '초인함대'였다. 화살촉은 허수아비에게 박히면서 확연히 깨닫고는 실의와 애수에 젖었을 것이다. 배에 꽂힌 십만 개의 화살은 그래도 행운이다. 최소한 재취업할 기회는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검은 강 속으로 빠진 것은 분명 백만 개도 넘었을 것이다.

 

조조는 기실 멍청한 것이 아니다. 그의 전술은 옳았다. 밀집사격 혹은 면타격의 최대특징은 낭비에 있다. 당연히 이것은 필요한 낭비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자면, 전쟁의 속성의 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다: 전쟁은 바로 교전쌍방의 낭비감당능력을 겨루는 것이다. 1차대전이전의 개틀링기관총, 맥심기관총에서부터 2차대전, 한국전쟁 및 월남전쨍으로부터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돈을 많이 쏟아붓는 종족이다.

 

이와 상반되는 사례는 일본인이다. 비록 러일전쟁에서 일찌기 일본군은 여순구에서 러시아군이 막 장만한 맥심기관총에 엄청난 학살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사상자는 고려하지 않는 '육탄돌격법'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2차대전'때까지 일본군은 여전히 기관단총의 개발에는 돈을 들이기 아까워하고, 소총의 '한발한반 모두 명중'하는데 골몰했다. 심지어 야만적인 '백인주의(白刃主義)'까지 있었다. 1940년이 되어 비로소 졸열하기그지없는 '일백식' 기관단총을 연구개발하여, 극소량의 장비를 극소량의 낙하산부대에 배치한다. 패전때까지 생산량은 겨우 700정에 불과했다.

 

총탄을 아끼면 사람이 많이 죽는다. '육탄'전술을 일본인이 발명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의할 것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육'탄'은 전쟁소모재의 의미이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생각지 못할 것은 몇년후의 일본자위대가 한국전쟁사를 편찬할 때, 중국지원군이 '인해전술'을 썼다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근본을 잊은 것이다. 실제로, 중국군은 비록 낭비를 할 수 없는 부대이고, 총 한 정, 총알 하나까지 전쟁터에서 빼앗아 온 것이지만, 여전히 '적군을 없애야 자신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군사원칙으로 삼았다.

 

영화 <동존서>에서 동존서가 처음 참전했을 때, 총알 5발을 쏘고도 적군을 죽이지 못했다고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해방전쟁에서 태원을 공격할 때, 염석산의 군대는 성벽이 견고하여, 동북야전군은 수백문의 화포를 화북군구 제18병단에 지원한다. 전례없는 탄약을 소모하면서 태원성을 점령한다.

 

전쟁경제학에는 여러가지 계산법이 있다. 병기소모를 놓고 따지자면, 분당 수천발의 고사포판은 비행기 한 대를 격추시킬 수 있다. 이것은 당연히 아주 수지맞는 장사이다; 그러나 장거리공격능력을 갖춘 비행기라면, 아예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없이 큰 돈을 들여서 미사일을 만들어야 한다.

 

즉, 낭비를 겨루는 것은 같은 기술층면일 때나 가능한 것이다. 아무도 아이폰을 가지고 벽돌처럼 생긴 '다거다(大哥大)'와 교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