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의 지방/북경의 오늘

베이징 토박이의 방향감각

by 중은우시 2014. 4. 29.

글: 마미도(馬未都)

 

베이징토박이의 방향감은 아주 좋다. 과거에 이런 우스개말도 있었다. 부부가 침대에서 자는데 비좁게 느껴졌다. 그러자 남편이 말한다: "부인, 미안하지만 동쪽으로 조금만 옮겨주겠소." 절대로 안으로 혹은 저쪽으로 가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원인은 북경성은 네모 반듯하고, 도로는 종횡으로 직선이기때문에 오래 시간이 흐르다보니, 베이징사람들에게 방향감이 아주 강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오른쪽, 왼쪽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분명 외지인이다.

 

베이징에는 과거에 기차역(火車站)이 여러개 있었다. 베이징역, 시즈면(西直門)역, 용딩먼(永定門)역, 펑타이(豊臺)역등등. 필자가 어렸을 대 기차를 타려고 할 때 무슨 역이라고 하면 금방 알아들었다. 나중에 개혁개방이후에 새로 기차역을 몇 개 만들었다. 베이징역의 서쪽에 있어서 베이징서역(北京西站)이라고 부른다; 그후, 베이징남역(北京南站)이 올림픽때 확장되었다. 원래는 용딩먼역으로 불리던 것인데, 106년간 그 이름을 쓰다가 지도자들이 이름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아무런 문화도 없는 베이징남역이 되어 버렸다; 베이징북역(北京北站)의 원래 이름은 시즈먼역이다. 이 역은 원래 문화재보호시설이다. 전체 명칭은 "평수철로서직문참구지(平綏鐵路西直門站舊址)"(참고: '평'은 북경의 당시 명칭 북평임. 수도 경(京)자는 하나만 쓸 수 있다고 하여, 민국시대에는 북경을 북평이라고 불렀음. '수'는 수원(綏遠)성의 귀수현(歸綏縣)이다. 현재의 내몽고 후허하오터이다.)이다. 이 이름은 103년간 사용되다가 베이징북역으로 바꾸게 된다. 북역은 시즈먼에 있다. 이것은 베이징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일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만일 북경대학, 청화대학, 임업대학,광업대학등 대학들 캠퍼스에 있다면, 베이징북역을 가려고 할 때 남쪽으로 가야 한다; 당신이 스징산, 핑궈위안에 있다면 베이징서역을 가려고 할 때 동쪽으로 가야 한다; 만일 다싱, 난위안등지에서 베이징남역을 가려면 반드시 북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길을 잃을 것이다. 베이징은 백여년 쓰던 정감있는 이름인 "용딩먼"역, "시즈먼"역은 정감을 잃었다. 지금은 무슨 범죄인에게 번호를 붙이듯이 이름을 붙여버렸다. 필자가 보기에 이 명칭변경은 생각이 부족한 소치이다.

 

지명은 일종의 문화이다. 뿌리가 깊은 것이다. 베이징에서 호수를 "해(海)"라고 부른다. 남해(南海), 중해(中海) 그리고 둘을 합하여 중남해(中南海), 북해(北海), 후해(後海), 십찰해(什刹海), 들으면 바로 무엇인지 알게 된다. 원인은 몽골인들이 원나라 대도를 만들 때, 몽골사람들이 호수를 해자(海子)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후통(胡同)"도 몽골어이다. 일설에 따르면 우물(井)을 가리킨다고 한다. 물이 나오는 곳에 살았기 때문이다. 후통은 일찌감치 베이징사람들의 입에 익은 명칭이다. 만일 후통을 가(街), 항(巷), 리농(里弄), 도로(道路)라고 부른다면, 생각해보라. 저명한 '팔대후통'이 '팔대가' '팔대항' '팔대리농', 팔대도로'...듣기에 그게 북경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