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동호소주(東湖少主)
자연계의 어떤 현상은 음미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꾸라지(泥鰍)가 있다. 항상 보면서도 그 속을 알 수가 없다는 느낌이다.
중국고전문헌에서 '미꾸라지'는 '니어(泥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록 고대인들이 미꾸라지를 물고기류로 분류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물 속에서도 생활할 수 있고, 진흙속에서도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다. 이처럼 양자를 겸비한 생존능력은 미꾸라지를 불사지신의 '기어(奇魚)'라고 느끼게 만든다.
"기어"를 얘기하자면, '기'는 바로 독특한 생존본능에서 찾을 수있다. 매번 날씨의 변화가 발생하거나 가뭄이 들었을 때, 보통의 물고기들은 죽어라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원(水源)을 찾아서 돌아다닌다. 아쉽게도 천도(天道)를 이길 수 없어서 결국 수분부족으로 목숨을 잃고 만다. 그래하여 결국 '말린 물고기'가 되고 만다. 미꾸라지는 다르다. 가뭄이 왔을 때, 미꾸라지는 당황하지 않고, 그가 하는 일은 자신의 몸을 오랫동안 의지할 수 있는 진흙탕을 찾는 것이다. 그 후에 자신의 몸을 진흙탕 속에 숨기고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된다.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몸안의 수분은 가뭄으로 증발하지 않고, 생존을 의존할 에너지도 급히 보충해주지 못하여 급속히 소모되는 일이 없어서, 진흙 속에서도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날씨라는 것은 아무리 심한 가뭄이라도 일시적인 것이다. 일단 재난이 지나가면, 그 뒤에는 시냇물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미꾸라지는 천천히 진흙에서 나와 물 속을 돌아다닐 수 있다. 이때 다른 물고기류는 이미 죽었으므로, 그들의 시체는 미꾸라지에게 가장 좋은 먹거리가 된다. 그러므로 미꾸라지는 신속히 번식하고 새로이 삶을 얻게 된다.
이것은 자연계의 특이한 현상이다. 한번 보면 잊지 않고, 그것에서 깨닫는 것이 있게 된다. 확실히 고전명작 <삼국연의>의 사마의는 바로 이런 미꾸라지전술을 잘 아는 절정고수이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위명제 조예가 죽은 후, 조정은 사마의와 대장군 조상이 공동으로 장악한다. 조상은 종친에 귀족이다. 그는 교사음일(驕奢淫逸), 비양발호(飛揚跋扈)했다. 변화하는 정세에 맞추어 사마의와 권력을 나눠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연, 등양등의 건의를 받아, 명승암강의 수단으로 사마의의 병권을 빼앗으려 한다.
사마의도 삼조원로이다. 일찌기 조씨집안을 위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이제 권력을 빼앗기게 되니 마음 속으로 당연히 원한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때는 병권을 이미 조상이 모두 장악했고, 그의 권세가 중천에 뜬 해와 같았으므로, 사마의는 병을 핑계로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같이 싸우기 힘들다면, 조상에게 해를 입는 것이나 막아야 했다. 사마의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택한다. 그는 집에서 쉰다. "두 아들도 모두 퇴직하고 집에서 쉬었다." 사마의가 알아서 물러나주자, 조상은 기뻐한다. 기쁜 것은 기쁜 것이고 그래도 조상은 사마의에 대하여 마음을 놓지 못한다. 사마의의 내심과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조상은 심복 이승을 사마의의 집에 보내어 허실을 탐지한다.
이승이 온다는 말을 듣고는 사마의도 무슨 일인지 금방 알았다. "이것은 조상이 나의 병이 진짜인지 알아보려 오는 것이다." 그래서 사마의는 "관을 벗고 머리를 산발하고, 침상 위에 이불을 안고 앉아서, 두 시비로 하여금 부축하게 했다. " 모든 준비를 다 한 다음 '이승에게 방으로 들어오라고 청한다" 이승은 내실로 들어간 후 사마의의 병색이 얼굴에 만연한 것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가 말한다: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병이 이렇게 위중한 줄 몰랐습니다. 지금 저는 형주자사로 임명되어, 특별히 하직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이승의 탐색에, 사마의는 고의로 잘못 들은 측한다: "병주는 병방의 요지이니 반드시 방어업무를 잘 해야 할 것이오." 이승은 그 말을 듣고는 급히 말한다. "형주이고 병주가 아닙니다." 이승의 해석을 듣고서도 사마의는 여전히 흐리멍텅한 척한다. 웃으며 묻는다: "너는 병주에서 왔는가?" 이승은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어찌 병이 이토록 위중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는 할 수 없이 붓을 들어 종이에 써서 사마의에게 보여준다. 사마의는 다 보고 나서 웃으며 말한다. "나는 병으로 귀가 멀었다. 몸조심하시오. 몸조심하시오." 바로 이때 두 시녀가 약을 들고 와서 사마의에게 먹인다. 이승은 차가운 눈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사마의가 삼키는 것을 아주 어려워하고, 탕약을 입가로 흘리는 것을 보았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사마의는 추가로 가련한 모습으로 이승에게 말한다: "나의 목숨은 이미 아침저녁에 달렸다. 대장군에게 말씀을 전해달라. 나의 체면을 봐서 나의 두 아들을 잘 돌봐주시라고."
이 광경을 보고, 이승은 깊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하여 돌아가서 조상에게 보고한다. 조상은 그의 보고를 받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그래서 말한다: "이 늙은이가 만일 죽으면 나는 베개를 높이 베고 걱정이 없을 것이다." 이때부터 사마의에 대하여는 경계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천자 조방이 성밖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대소관리가 수행하는데, 조상등도 함께 황제를 호위하여 갔다. 칩거중이던 사마의도 이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는 즉시 사람을 보내어 조상에게 병권을 내놓게 한다. 질서를 회복한 후, 사마의는 조상의 일가족과 그의 일당을 모조리 처형한다. 이때부터 위나라의 군정대권을 한 손에 장악한다.
사람은 세를 얻었을 때,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성공할 확률도 아주 높다. 반대로, 사람이 세를 얻지 못했을 때, 모든 것은 벽에 부닥친다. 이때 노력하면 할수록 일은 오히려 악화된다. 이때 소극적인 태도로 지구전을 진행한다면, 굳은 의지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 뿐아니라, 부분적인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상응하는 대책을 취하면, 미꾸라지처럼 열고 닫는 이치를 깨닫게 되면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다.
확실회, 사마의는 미꾸라지 전술을 잘 알았다. 그의 고명한 점은 굽힐 줄도 알고 펼 줄도 알았다는 것이다. 은폐에 능했고, 정예를 숨겨서 길렀으며, 시기를 기다렸다. 이런 흉금과 모략을 지녔으니 설사 기모백출의 제갈량이라 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찌 조상과 같은 자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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