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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문학일반

요재지이: 연애와 혼인

by 중은우시 2014. 4. 4.

글: 독서삼매(讀書三昧)

 

연애와 혼인은 포송령이 <요재지이>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중요한 하나의 주제이다. 그중에 <풍목장(馮木匠)>이라는 글이 있는데, 이것은 한 계정(鷄精)이 소녀로 변신하여, 풍씨성의 목장(목수)를 사랑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주도적으로 이 풍목장을 찾아가서 만난다. 두 사람은 같이 있으면서 서로 마음이 맞았고, 애정이 점점 깊어졌다. 몇달 후, 풍목장의 정신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나중에야 그녀가 계정이 변신한 것임을 알았다. 아주 두려워서, 무당을 청해서 그녀를 쫓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하룻 밤에 이 소녀가 아주 예쁘게 차려입고 왔다. 그리고 풍목장에게 말한다: "세상의 인연은 모두 정해진 수가 있다(世緣俱有定數). 오는 것은 물리칠 수 없고, 가는 것은 붙잡을 수 없다. 오늘 그대와는 이별해야 한다."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났다.

 

서로 사랑하면, 실컷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 헤어지려면, 시원시원하게 헤어져야 하고 사랑하던 사람에게 여하한 부담도 남겨서는 안된다. 이것이야 말로 떠날 때는 조그만치의 미련도 남기지 않는다(不帶走半點雲彩). 사랑의 주도권을 완전히 자신의 손 안에 장악하는 것이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든다.

 

또 하나의 <견등(犬燈)>이라는 글이 있다. 여기는 여우(狐狸)가 소녀로 변신하여 관리집안의 종을 사랑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매일 이 종을 찾아가서 만난다. 나중에 관리가 이 일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종을 욕하며 말하기를, "그녀가 다시 왔을 때 그녀를 붙잡아라. 그렇지 않으면, 채찍으로 너를 때리겠다." 이 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붙잡으려니, 붙잡을 수 없을 것같고, 붙잡지 않자니, 주인의 처벌이 두려웠다. 저녁이 되어, 호녀(狐女)가 다시 와서 그 종과 만난다. 그녀는 종에게 "주인이 너에게 나를 잡으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 종은 짐짓 이렇게 말한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 감정이 이렇게 좋은데, 내가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녀가 잠들었을 때, 이 종은 몰래 이 호녀가 입고 있는 홍삼(紅衫)을 벗긴다. 이것은 호녀의 급소였다. 이를 통해서 호녀를 제압하고자 한다. 호녀는 힘을 다하여 겨우 벗어나서 도망친다. 나중에 이 종은 길을 가다가 그 호녀를 만난다. 그 호녀는 이 종이 주인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생각하고, 그를 질책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그에게 오히려 술을 사준다. 이를 통해서 "잘 만나고 잘 헤어지고, 잘 시작하고 잘 끝낸다(好合好散, 善始善終)"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왕왕 이해와 포용이다. 심지어 일종의 자아희생이다. 항상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고통과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 호녀는 그것을 해냈다. 그리고 아무런 원망이나 후회도 없었다. 아주 이성적이고 아주 담담했다.

 

유감스러운 점은 이 두명의 귀여운 소녀들이 마지막에 자신의 행복을 얻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즉,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포송령이 생활하던 시대에, 혼인의 아주 중요한 조건중 하나는 바로 문당호대(門當戶對), 즉 집안이 비슷해야 했다. 어떤 혼인은 심지어 경제, 정치의 부속품이 되기도 했다. 서로 사랑하는 많은 남녀들은 집안이 서로 맞지 않아서 함께 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게 되니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일종의 봉건관념으로 문당호대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들 사이를 갈라놓은 폐해가 아주 컸고, 사랑하는 남녀들이 원망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었다. 계정과 호녀가 아름다운 소녀로 변하여 사랑할 때, 적극적으로 나섰고, 대담하게 쫓아갔다. 사랑의 뜨거움과 집착이 있었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을 때,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결정한다. 집어들 수도 있지만, 놓을 줄도 알았다. 그녀들은 확실히 아무런 물질적이거나 세솢적인 부가요소에 '오염'되지 않았다. 그녀들은 순녹색이다. 그녀들이 '만났을 때'나 '헤어졌을 때' 그렇게 자신있고, 담담할 수 있었던 것은 순진한 사랑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전제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사랑은 비록 순진하고 심지어 무사(無私), 망아(忘我)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녀들의 특수한 '신분'은 그녀들이 처한 사회적 지위를 결정지었다. 그녀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문당호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들은 마지막에 주위의 사람들에게 '이류(異類)'로 취급받아 배척당한다. 결국 그녀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원만하게 혼인을 얻지 못한다. 이런 결과는 '문부당, 호부대(門不當, 戶不對)"의 차이가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다. 연애는 두 사람만의 일이다. 결혼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일이다. 일정한 사회조건과 물질기초를 벗어나서 그들은 달콤한 사랑을 누릴 수 있다. 다만 행복한 혼인을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턱 하나의 차이이지만, 연애와 혼인은 크게 다르다. 포송령은 이렇게 다른 점을 적었다. 기실 그가 쓴 글은 아주 깊이가 있으며, 또한 아주 침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