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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송)

대요황후(大遼皇后) 소관음(蕭觀音)의 비참한 운명

by 중은우시 2014. 2. 7.

글: 화청(禾靑)

 

 

 

중국봉건왕조는 세습제였다. 그래서 후궁여인이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느냐 여부, 그리고 그 아들이 황위계승자인 태자가 되느냐 여부는 지극히 중요했다. 황후가 황태자가 되는 황자를 낳으면, 황후는 보좌에 안전하게 앉아있을 수 있다' 비빈이라면, 승급의 기회를 갖고, 심지어 황후가 될 수도 있다. 설사 비천한 궁녀라고 하더라도, 황제의 후계자를 낳아준다면, 일보등천하여 비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명나라때 만력제 주익균은 풍류황제였다. 하루는 왕씨성을 지닌 궁녀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바로 흥이 일어, 품안에 품었다. 이 황제의 정자는 아마도 아주 활발했는지 아니면 그 왕씨궁녀의 난자가 아주 대단했는지는 모르지만, 잠자리가 수면을 찍듯이 왕궁녀는 용종(龍種)을 회임한다. 그는 나중에 항제가 되는 명광종 주상락(朱常洛)이다. 만력의 황후와 다른 비빈들은 모두 아들을 낳지 못했다. 이 궁녀는 혼자서 후계자를 낳아준 거이다. 그리하여 대명왕조를 구해준 공신이 된다. 그리하여 그녀의 몸값을 급등하여 비천한 궁녀에서 존귀한 공귀비(恭貴妃)가 된다.

 

다만, 후궁은 복잡하다. 권세다툼이 격렬하고 잔혹했다. 국외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모친은 아들로 인하여 귀해질 수 있다. 아들도 모친으로 인하여 귀해질 수 있다. 거꾸로 아들은 모친이 귀해지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모친도 아들이 귀해지면 연루될 수 있다. 요나라에는 이렇게 서로 피해를 입은 황후와 태자가 있다. 그녀는 바로 요나라의 의덕황후(懿德皇后) 소관음과 그녀의 아들 황태자 야율준(耶律濬)이다.

 

초관음은 요도종(遼道宗) 야율홍기(耶律洪基)의 황후이다.

 

야율홍기의 자는 열린(涅隣)이고, 아명은 사랄(査剌)이다. 그는 흥종황제(興宗) 야율종진(耶律宗眞)의 장남이고, 요나라의 제8대황제이다. 요나라가 멸망한 때로부터 계산하면 끝에서 두번째 황제이다. 45년간 재위했으며, 묘호는 도종이다.

 

소관음은 추밀사 소혜(蕭惠)의 막내딸이다. 아명은 교가(巧哥)이고, 보살의 모습으로 분장하는 것을 좋아하여, 세상사람들이 그녀를 소관음이라 불러서, 그녀가 아름다우면서도 자비로운 것을 나타냈다.

 

소관음은 용모가 뛰어나고, 몸매는 날씬하고 가벼웠으며, 기민하며, 천진하고 활발했다. 시사음악을 잘 알았고, 기질이 고아한 거란의 미녀였다. <요사>에서는 그녀에 대하여, "자용관절(姿容冠絶), 공시(工詩), 선담론(善談論)"(자태와 용모가 빼어났고, 시를 잘 지었으며, 담론에 능했다.). "스스로 가사를 지을 줄 알았으며, 비파를 잘 탔다" 소관음은 어려서부터 중원의 문화예술을 숭상하고 배웠다. 한족음악가인 조유일(趙惟一)과 관계가 좋았고, 조유일에게 음악을 배우고 사부로 모시고, 그를 곁에서 모셨으며 서로 교류하고 절차탁마했다. 소관음은 절대로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때문에 그녀와 아들, 태자감국 야율준의 목숨을 잃게 되고, 요나라의 쇠퇴와 멸망을 가속화시키게 될 줄은.

 

이처럼 예쁘게 생기고 다재다능한 미녀는 유목을 위주로 하는 거란족에서는 군계일학격이었고, 뭇 새들 중에서 봉황격이었다. 이런 미녀는 당연히 황실로 들어가야 한다. 요도종 야율홍기가 아직 태자로 있을 때, 그녀를 태자비로 들인다. 결혼후 부부간에 서로 사랑하고, 아들 야율준을 낳는다. 야율홍기가 등극한 후, 즉시 소관음을 선의황후(宣懿皇后)로 책봉하고, 야율준은 태자로 책봉한다. 모친은 아들로 인하여 귀해진다. 요도종은 소관음을 더욱 총애하고, 밤낮으로 함께 한다. <요사>에는 요도종이 소관음에 대하여 "전방총(專房寵)"했다고 적었다.

 

소관음은 모의천하의 황후로서 특히 행동거지를 신경썼다. 행위는 단장하고 부덕을 지켰다. 황숙 야율중원(耶律重元)의 처가 "염야자긍(艶冶自矜)"하는 것을 보고 소관음은 그녀가 너무 경박하고 예의를 잃었다고 여겨서 그녀에게 충고를 하여 말한다. "귀족집안의 여인으로서 어찌 그렇게 하는가?" 그러나, 이 황숙모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아니라, 오히려 원한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야율중원은 자신이 황숙으로서 황제의 자리에 욕심을 내게 된다. 그래서 함정을 파서 말하기를 자신의 병이 위중하다고 하여, 요도종이 자신의 집으로 병문안을 오도록 만든다. 그리고 매복을 몰래 두어, 요도종을 암살하려 한다. 마음이 세심한 소관음은 그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있음을 알아서, 요도종으로 하여금 사전에 준비를 하게 한다. 그리하여 위기를 넘겼을 뿐아니라, 오히려 장계취계로 야율중원을 제압하여, 조정의 일대 화근을 없애게 된다. 이 일을 겪으면서, 요도종의 소관음에 대한 총애와 신임은 더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특별히 그녀의 아들인 태자 야율준을 감국(監國)에 임명하여, 일상적인 조정업무를 주재하여 처리하게 한다. 야율준은 소관음의 가르침과 영향하에, 제왕의 풍모와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정을 아주 잘 다스렸다. 요도종은 아들이 점차 성숙해지는 것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 크게 기뻐한다. 소관음이 좋은 아들을 낳아주었다고 칭찬한다. 야율준이 장래 황위를 승계하는 것은 이미 결정이 난 것으로 된다.

 

야율준이 황제에 오르는 것에 대하여 불안해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그는 바로 '권경조야(權傾朝野), 세진중외(勢震中外)"(권력이 조야를 흔들고, 명성을 국내외에 떨치는)의 남원대왕(南院大王) 야율을신(耶律乙辛)이다.

 

야율신재는 자가 호도곤(胡覩袞)이며, 오부원(五部院) 사람이다. 빈한한 출신으로 부친 질랄(迭剌)은 가난하여 부족사람들에게 "궁질랄(窮迭剌)"이라고 불렸다. 다만 을신은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두뇌가 기민했으며 잔머리를 잘 굴렸다. 어른이 된 후에는 일류의 인재로 성장하며, 심계가 깊었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겸손하지만 속은 아주 깊었다. <요사>에는 그를 "유혜힐(幼慧黠, 어려서 총명하고 약삭빨랐다)", "급장(及長), 미풍의(美風儀), 외화내교(外和內狡)"(자라서는 기품이 있고 잘생겼다. 겉으로는 온화했지만 속은 교활했다).라고 했다.

 

흥중,중희연간에 조정에 들어가서 하급관리(文班吏)가 되어, 태보인(太保印)을 관장한다. 당시의 황후는 그가 잘 생기고 옷은 소박하게 입으며, 모습은 청아하여 그가 규칙을 잘 지키는 착실한 사람이라고 여겨 그를 필연리(筆硯吏)로 승진시킨다. 그는 총명하고 기민하여, 일처리를 안정적이고 시원스럽게 처리했다. 그리하여 요흥종의 인정을 받아 계속 승진하여 호위태보(護衛太保)에까지 오른다.

 

요도종이 즉위한 후, 야율은신은 노신이므로 중용을 받는다. 그는 북원추밀사(北院樞密使)에까지 승진하고, 조왕(趙王)에 봉해진다. 나중에는 위왕(魏王)으로 고쳐 봉하고, 태사(太師)직을 추가해준다. 권력이 커지니,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된다. 충신과 양신을 해치고, 자신과 뜻이 다른 사람을 배제한다. 그리고 붕당을 이루어, 자신에게 아부하는 자들을 발탁, 승진시킨다. 충성스럽고 강직한 자들은 배척된다. 그의 당파의 인물이 천하에 널리 퍼지고, 그에게 뇌물을 바쳐서 관직을 얻으려는 자들의 줄이 끝이 없이 늘어진다.

 

태자 야율준이 감국으로 조정을 주재할 때, 야율을신이 행위에 대하여 여러번 엄하게 질책하고, 여러번 요도종의 면전에서 이를 얘기한다. 비록 야율을신이 교활한 변명으로 그때 그때 넘길 수는 있었지만, 그는 야율준이 자신의 권력에 최대장애라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태자가 장래 황제에 오르게 되면 자신은 끝장이라고 여긴다. 첫번째로 제거할 사람이 바로 자신인 것이다. 야율준은 그에게 최대의 눈엣가시가 된다.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요나라에서 실행한 것은 번한(番漢) 쌍장원제이다. 소수민족과 한민족에서 각각 1명의 장원이 나온다. 한인장원 장효걸(張孝傑)은 야율을신의 도움을 받아서 장원이 되었고, 그리하여 그는 야율을신의 심복이 된다.

 

눈치를 잘 살피는 장효걸은 야율을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알았다. 그래서 그에게 야율준을 제거할 아이디어를 낸다. 그는 야율준은 모친 때문에 그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요도종이 소관음을 총애하기 때문에 야율준을 중용하는 것이고 조정을 처리할 대권까지 그에게 넘겨준 것이라는 것이다. 만일 소관음이 총애를 잃게 되면 야율준은 기반과 배경을 잃는 것이니, 공격하지 않아도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야율을신은 아주 총명한 인물이다. 즉시 아아차린다. 소관음을 제거하기 위하여, 야율을신은 단등(單登)이라는 예쁘고 풍류가 있으면서 노래와 춤을 잘 추는 반란을 일으킨 신하의 여자를 요도종에게 추천한다. 요도종도 다른 모든 남자와 마찬가지로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했다. 하물며 단등은 춤과 노래에 능하고 애교있으며 부드러운 정이 넘쳤다. 그녀는 요도종의 마음을 휘어잡아 단등을 항상 자신의 곁에 두게 된다.

 

단등은 반신(叛臣)의 여자였다. 부친은 참형을 당하고, 그녀도 관노가 되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황실과는 원수지간이다. 소관음은 요도종이 반신의 딸을 궁중에 남겨두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안전측면에서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여긴다.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당연히 질투와 투기심에서일 수도 있다. 그녀는 요도종에게 단등을 궁안에서 내보내라고 요구한다. 야율을신의 일당은 이 기회를 틈타서 대거 소관음이 투기한다고 떠든다. 황후로서 황상의 행동까지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다. 대역무도하다는 것이다.

 

요도종은 단등의 유혹과 야율을신의 부추김하에 소관음을 점점 멀리하게 된다. 이전의 "전총"에서 현재는 한번도 소관음의 거처로 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소관음은 텅빈 황후궁을 보면서, 예전에 요도종과 함게 있을 때의 광경을 떠올린다. 그리고 반신여자가 황제의 곁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양의 곁에 이리가 자고 있는 것같다고 여긴다. 그래서 근심걱정이 더욱 많아졌고, 침식을 이루지 못한다. 요도종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하여, 이 거란재녀는 진지한 감정의 <회심원(回心院)> 사를 짓는다:"

 

"소심전(掃深殿), 폐구금포암(閉久金鋪暗). 유사낙망진작퇴(遊絲絡網塵作堆), 적세청태후계면(積歲靑苔厚階面). 소심전(掃深殿), 대군연(待君宴)"

"불상상(拂象床), 빙몽차고당(憑夢借高唐), 고괴반변지첩와(敲壞半邊知妾臥). 흡당무처소휘광(恰當無處少輝光), 불상상(拂象床), 대군왕(待君王)"

"만향침(挽香枕), 일반무운금(一半無雲錦), 위시추래전전다(爲是秋來輾轉多), 갱유쌍쌍누흔삼(更有雙雙淚痕渗). 만향침(挽香枕), 대군침(待君寢)"

"포취피(鋪翠被), 수살원앙대(羞煞鴛鴦對), 유억당년규합환(猶憶當年叫合歡), 이금독복상사괴(而今獨覆相思塊), 포취피(鋪翠被), 대군수(待君睡)"

"장수장(裝繡帳), 금구미감상(金鉤未敢上), 해각사각야명주(解却四角夜明珠), 불교조견수모양(不敎照見愁模樣), 장수장(裝繡帳), 대군황(待君貺)"

"첩금인(疊錦茵), 중중공자진(重重空自陳), 지원신당백옥체(只願身當白玉體), 불원이당박명인(不願伊當薄命人), 첩금인(疊錦茵), 대군림(待君臨)"

"전요석(展瑤席), 화소삼한벽(花笑三韓碧). 소첩신포옥일상(笑妾新鋪玉一床), 종래부환부종석(從來婦歡不終夕), 전요석(展瑤席), 대군식(待君息)"

"척은등(剔銀燈), 수지일양명(須知一樣明), 편시군래생채운(偏是君來生彩暈), 대첩고작청형형(對妾故作靑熒熒), 척은등(剔銀燈), 대군행(待君行)"

"설훈로(爇薰爐), 능장고민소(能將孤悶酥), 약도첩신다예천(若道妾身多穢賤), 자첨어향향철부(自沾御香香徹膚), 설훈로(爇薰爐), 대군오(待君娛)"

"장명쟁(張鳴箏), 흡흡어교앵(恰恰語嬌鶯), 일종탄작방중곡(一從彈作房中曲), 상화창전풍우성(常和窓前風雨聲), 장명쟁(張鳴箏), 대군청(待君聽)"

(전각을 청소하고, 침상을 닦고, 베개를 준비하고, 이불을 깔고, 요를 덮고, 자리를 펼치고, 등을 걸고, 향로를 놓고, 명쟁을 걸어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내용임)

 

확실히 이것은 군왕이 와주기를 갈망하는 염사(艶詞)이다. 거기에는 남녀간의 농열(濃烈)한 상제지사(床第之私)를 암시하고 유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글을 다 쓴 후, 소관음은 특별히 영관(伶官) 조유일로 하여금 곡을 붙이게 했고, 이것으로 요도종의 마음을 움직여,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게 하려 했다.

 

이 가사의 내용은 너무나 유혹적이다. 한꺼번에 10가지의 그대아 와서 연회를 열기를 기다리고, 그대를 기다리고, 그대가 와서 눕기를 기다리고, 그대가 와서 자기를 기다리고, 그대가 주기를 기다리고,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그대가 쉬기를 기다리고, 그대가 걷기를 기다리고, 그대가 즐기기를 기다리고, 그대가 듣기를 기다린다. 다시 여기에 조유일이라는 음악고수가 곡을 봍였는데, 그 곡이 마치 우는 듯 호소하는 듯 애절했다. 아주 감동적이었다. 소관음이 요도종을 그리워하고 급히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아주 생생하게 드러냈다. 그녀의 진실한 마음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소관음이 부르는 것은 그녀의 진실한 마음을 담은 노래였다. 그래서 더욱 가슴깊이 와닿을 수 있었다. 소관음과 함께 지내면서 수십년을 함께 했던 도종황제는 말할 것도 없고, 철석심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도종황제는 깊이 감동했다. 그는 이 내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가사를 들은 후, 소관음의 아름다운 모습과 백옥같은 몸, 넘치는 재능, 영리하고 예쁜 행동거지와 말, 은근하고 부드러운 사랑...이 하나하나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다시 오랫동안 가지 않던 황후궁으로 돌아가서 소관음의 곁으로 간다.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대신들은 아주 기뻐한다. 왜냐하면 황제와 후궁이 화목한 것이 황조가 흥성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보았기 대문이다. 그러나, 야율을신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했고, 잠도 자지 못하고 식사도 하지 못했다. 한낮에도 악몽을 꾸었다. 꿈에서 야율준이 황제가 되어, 손에 낭아봉(狼牙棒)을 들고,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향하여 몽둥이를 들고 내리쳤다. 그저 퍽 하는 소리와 함게 그의 머리는 깨져버린다. 그는 깜짝 놀라서 깨어났다. 온 몸에 식은 땀이 가득했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소관음 모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후환이 남을 것이다. 급히 장효걸등 몇 명의 심복을 불러서 방법을 논의한다.

 

장효걸은 총명하기 그지없었고, 아이디어가 많았다. 그는 야율을신의 지낭이었다. 그는 야율을신에게 아주 악독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소관음은 중원문화를 아주 좋아했고, 특히 중원의 음악을 좋아해서, 비파를 잘 탔다. 영관 조유일은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었고, 곡을 만드는 고수였다. 소관음은 그에 대하여 탄복하고 심지어 숭배했다. 자주 궁으로 불러서 음악을 배우곤 했다. 소관음의 <회심원>사는 바로 조유일에게 부탁하여 곡을 만든 것이다.

 

장효걸의 생각은 소관음을 모함하는 것이다. 즉 그녀와 조유일이 간통했다고 하는 것이다.

황상의 여인을 다른 사람이 건드릴 수 없다. 이것은 요도종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항제의 약점이다.

 

소관음과 조유일이 간통한다고 모함하기 위하여, 장효걸은 차마 그냥 읽기 힘들 정도로 음탕한 <십향사(十香詞)>를 쓰고, 야율을신의 정부인 청자(淸子)를 궁녀로 변장시켜, 소관음을 속이게 한다. 청자는 소관음에게 이것이 송나라때 황후가 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송왕조의 황후의 여러가지 풍류이야기를 해주면서, 만일 송나라 황후가 쓴 글을 요나라 황후가 쓴다면 그것은 쌍미쌍절(雙美雙絶)로 후세에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선량한 소관음은 그 말을 사실로 믿고, <십향사>를 베껴쓰게 된다.

 

소관음은 <십향사>를 모두 베껴쓴 후 말미에 이런 시를 하나 붙인다:

 

궁중지수조가장(宮中只數趙家粧)

패우잔운오한왕(敗雨殘雲誤漢王)

유유지정일편월(惟有知情一片月)

증규비조입소양(曾竅飛鳥入昭陽)

 

이를 통하여 그녀 자신은 방탕한 여인이 아니라고 나타낸 것이다. 유치한 소관음이 어찌 알았으랴.이렇게 하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고, 그녀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야율을신은 소관음이 베껴쓴 <십향사>를 얻은 후 보배를 얻은 것처럼 즉시 청자로 하여금 몰래 이 음사를 조유일의 거처로 보내게 한다. 그리고 단등이 나서서 소관음과 조유일이 사통했다고 고발하게 한다. 단등은 원래 부랑(浮浪)한 여자였다. 요도종의 앞에서 살을 붙여서 얘기를 하게 된다.

 

소관음은 음악을 좋아하여 자주 조유일을 궁중으로 불러서 노래를 했다. 이것은 요도종도 잘 아는 일이다. 다만 그는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단등의 고발ㅇ르 들은 처음에는 이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 나중에 조유일의 거처에서 소관음이 친히 쓴 <십향사>를 찾은 후에야 요도종이 이를 믿게 된다.

 

이 사는 너무 노골적이고 너무 낯간지럽고, 너무 음탕하며, 너무 하류였다:

 

"청사칠척장(靑絲七尺長), 만작내가장(挽作內家粧), 부지면침상(部知眠枕上), 배각녹운향(賠覺綠雲香)"

"홍초일폭강(紅綃一幅强), 경란백옥광(輕闌白玉光), 시개흉탐취(試開胸探取), 우비단소향(尤比檀酥香)"

"부용실신염(芙蓉失新艶), 연화낙고장(蓮花落故粧), 양반총감비(兩般總堪比), 가사분시향(可似粉腮香)"

"추제나족병(蝤蠐哪足幷), 장수학봉황(長鬚學鳳凰), 작소환비상(昨宵歡譬上), 응야영변향(應惹領邊香)"

"화갱호자미(和羹好滋味), 송어출궁상(宋語出宮商). 정지낭구내(定知郎口內), 함유난감향(含有暖甘香)"

"비관겸주기(非關兼酒氣), 불시구지방(不是口脂芳), 각의화해어(却疑花解語), 풍송과래향(風送過來香)"

"기적상림예(旣摘上林蘂), 환친어원상(還親御苑桑), 귀래편휴수(歸來便携手), 섬섬춘순향(纖纖春筍香)"

"풍혜포합봉(風鞋抛合縫), 나말각경상(羅襪却輕霜), 수장난백옥(誰將暖白玉), 조출연구향(雕出軟鉤香)"

"해대색이전(解帶色已戰), 촉수심유망(觸手心愈忙), 나식나군내(哪識羅裙內), 소혼별유향(銷魂別有香)"

"해타천화양(咳唾千花釀), 기부백화장(肌膚百花裝), 원비담침수(原非噉沉水), 생득만신향(生得滿身香)"

 

요도종은 과연 소관음의 필적을 보고는 거의 기절할 뻔한다.

소관음이 온갖 방법으로 해명했고,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 궁녀가 그에게 베껴쓰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청자는 원래 가짜 궁녀였다. 일찌감치 황궁을 떠났고, 그녀를 찾을 수는 없었다. 소관음은 온 몸이 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청백한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요도종은 증거가 분명하다고 보고, 화가 나서 이성을 잃어버린다. 그 자리에서 조유일을 요참(腰斬)하고, 소관음을 사사(賜死)하며, 야율준의 태자 지위를 폐위시키고, 토원(土圜)에 가둔다. 얼마후 야율을신이 사람을 보내어 독살해버린다.

이렇게 조야를 깜짝 놀라게 한 일대 원안(寃案)이 벌어진다.

 

나중에, 야율을신의 죄행이 폭로되고, 요도종은 황후와 태자를 잘못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후회막급하여 큰 병을 얻는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하여, 야율준의 아들이자 황손 야율연희(耶律延禧)를 궁으로 데려와 친히 그리고, 아주 총애한다. 야율연희가 버릇없게 굴고 마음대로 하도록 놔둔다. 별을 달라고 하면 절대로 달을 주는 법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야율연희는 어려서부터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악습을 몸에 익힌다. 야율연희는 황위를 계승한 후 황음무도하여 조정을 돌보지 않는다. 그리하여 요나라 200년의 기업은 급속히 망해간다. 그 자신도 금나라사람에게 포로로 잡힌다.

 

그래서, 요나라가 야율연희로 인하여 망했다고 하기 보다는, 요도종 야율홍기로 인해 망했다고 하는 편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