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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송)

난릉왕(蘭陵王): 말실수로 죽은 고대미남자

by 중은우시 2013. 11. 24.

글: 소랑(小浪) 

 

 

 

중국역사상 '홍안다박명(紅顔多薄命)'이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사람이 너무 아름다우면 목숨이 짧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중국고대의 미남자도 '홍안박명'했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중국고대에 4대미남자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반안(潘安), 송옥(宋玉)을 제외하고, 위진시기에 위왕개(魏王介)가 있고, 당연히 남북조시기의 북제명장(北齊名將) 난릉왕이 있다. 난릉왕은 후세에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긴 미남자이다. 그는 전설이 되기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신비한 출신, 용맹하고 전투에 능한 것, 피비린내나고 살륙으로 가득찬 가족, 특히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 그는 한마디 말실수때문에 죽었다. 그것이 아마도 그의 전설가운데 가장 현란한 장면일 것이다. 그리고 후세인들에게 무한한 유감과 안타까움을 남긴다.

 

난릉왕을 얘기하자면, 첫번째 인상은 그가 미남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용모가 아름다워 적군에 겁을 줄 수 없어서 가면을 썼다. 난릉왕의 원래 이름은 고장공(高長恭)이다. 북제 문양제 고징(高澄)의 넷째아들이다. 동위의 대권신이자 북제의 기반을 닦은 승상 고환(高歡)의 손자이다. 난릉왕 고장공은 용모는 부드럽고 잘생겼지만, 마음은 강인했다. 목소리와 용모가 모두 아름다웠다. 사서에는 난릉왕이 미부인처럼 피부가 하얗다고 나와 있다. 그의 미모는 힘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여성화된 아름다움이다. 미모가 오히려 화가 되어, 난릉왕은 가면을 쓰고서야 그의 용맹한 일면을 드러낼 수 있었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

 

<북제서>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망산에서 북주의 군대와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을 때, 난릉왕은 중군을 맡고 있었는데, 오백의 기병을 이끌고 북주의 군대내로 깊이 쳐들어가서 낙양성의 서북쪽에 있는 금용성의 아래에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적군에 겹겹이 포위를 당했다. 성위의 북제 군인들은 포위당한 사람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지 못하여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서 난릉왕은 가면을 벗고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낸다. 성위의 사람은 그제서야 그가 난릉왕인 것을 알고, 화살을 쏘아서 포위하고 있던 북주의 군대를 물리친다. 아래에 있던 난릉왕을 따르던 500명의 장병들은 더욱 용맹하게 싸워서, 북주군을 궤멸시킬 수 있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난릉왕은 미남자이면서 매번 전쟁터에 나갈 때는 너무 여성스럽고 아름다워 적군이 무시할까봐 무서운 모습의 가면을 쓰고 출전했다. 일단 가면을 벗고 아름다운 용모를 드러내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아쉽게도 난릉왕은 용모도 아름답고, 용맹하고, 병사를 자식처럼 아끼고, 전공을 무수하게 세워서, 고대에 거의 완벽한 미남자가 되었지만, 자고로 홍안박명이라고 난릉왕은 한 마디 말 실수때문에 죽게 된다.

 

경위는 이렇다. 북제의 후주 고위(高偉)는 성격이 유약했다. 하루는 고위가 난릉왕과 망산대첩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는데, 고위가 인정있게 말한다. 난릉왕은 너무 용맹하여 왕왕 적진에 너무 깊이 들어가서 아주 위험하다고. 난릉왕은 자신의 당제(堂弟)가 이렇게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말을 하자 마음 속으로 감동한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한다: "가사친절(家事親切), 불각수연(不覺遂然)"(집안일이어서 열심히 하다보니, 그렇게 깊이 들어간 줄 몰랐습니다)." 난릉왕의 이 말을 잘못이 없다. 그러나 그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이 좁은 후주 고위가 보기에 '집안일(家事)'라는 것은 나 고위의 일이다. 너 고장공이 함부로 언급할 일이 아니다. 고위는 이때부터 병권을 쥐고 있는 난릉왕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고, 그가 '국사'를 '가사'로 바꿀까봐 걱정한다.

 

난릉왕이 말실수를 한 후, 스스로 대난이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하루종일 불안해 한다. 그는 계속 조용하게 살았고, 일부러 자신을 죽이며 살았지만, 결국 '임금이 죽으라면 신하는 죽는 수밖에 없다'는 비극적인 숙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후주 고위는 무쳥 4년 오월의 어느 날, 사신을 보내어 난릉왕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보내온 선물은 바로 한 잔의 독주였다.

 

난릉왕은 독주를 들고 비분강개한다. 자신은 일생동안 나라를 위하여 싸웠는데, 도대체 잘못한게 뭐란 말인가. 원래 미남자인데 아무런 이유없이 해를 입게 되다니, 하늘도 무심하지 않은가. 원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그는 영웅이 되지 못했을 뿐아니라, 스스로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결국은 죽음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정비에게 말한다: "나는 황상을 모시는데 충성을 다 했고, 하늘에 잘못한 것이 없다. 그런데 어찌 독약을 마시게 된단 말인가!" 정비는 그를 달래며 말했다: "왜 황상에게 부탁하지 않는가?" 천진한 정비는 이것이 그저 형제간의 한바탕 오해라고 여긴 것이다. 난릉왕이 황제에게 부탁만 하면,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난릉왕은 스스로 잘 알았다. 후주 고위에게 얘기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얼마전에는 그와 함께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노장 율광도 무고하게 궁으로 불려들어가서 잔인하게 활에 목졸려 죽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포기한 난릉왕은 "황상을 얼굴을 무슨 이유로 볼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고는 독약을 단숨에 들이킨다. 자고이래로 미인은 명장과 같다. 인간세상에서 백발이 되도록 보여서는 안된다. 난릉왕이 무고하게 해를 입어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은 아주 억울하다.

 

난릉왕이 말한마디를 실수하여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은 북제후주 고위의 시기심이 너무 강해서이다.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북제는 미남자를 잃었을 뿐아니라, 군사적인 대들보를 잃게 된다. 4년후, 북제는 북주에 멸망당한다. 북제왕실은 거의 모두 도살당한다. 난세의 살륙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은 불바다와 같다. 난릉왕의 아름다움은 큰 눈이 내릴 때 피를 뭉쳐서 만든 백매향(白梅香)과 같다. 사람의 애간장을 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