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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태평천국)

태평천국 천부(天父)와 천형(天兄)의 권력쟁탈

by 중은우시 2013. 11. 9.

글: 오구(吳鉤) 

 

 

 

함풍3년(1853년), 태평천국은 천경(天京, 지금의 남경)을 수도로 정하고, <천조전무제도>를 반포한다. 이 헌법적인 성격의 문건 정신에 따라, 천왕 홍수전이 실행하고자 한 것은 "생살유천자(生殺由天子), 제관막득위(諸官莫得違)"(살고 죽은 것은 천자에 달려 있으니, 여러 관리들은 말을 어기지 말라)의 황권전제체제이다. "천왕이 명을 내리면, 군사가 승상에게 알리고, 승상은 점검, 지휘, 장군, 시위, 총제에게 알리고, 총제는 다시 감군에게 알리고, 감군은 각 관리들에게 알려 일체를 집행하도록 하라." 태평천국의 왕과 후는 그저 봉작일 뿐이고 직관은 아니다; 군사는 왕이 맡아, 조정을 총괄하며 권력은 천왕의 아래이고, 여러 왕보다는 위이다. 이것이 바로 태평천국의 세속권력계통이다. 천왕은 모든 권력의 원천이다.

 

다만, 태평천국에는 신권의 구조가 숨어 있다. 이 숨은 구조에는 천부와 천형이 모든 권력의 원천이다. 천부천형(양수청과 소조귀를 통하여 행사됨)이 지시를 내리면, 홍수전이 이를 받고 다시 천왕의 명의로 반포한다; 어떤 때는, 천부천형이 심지어 홍수전을 통하지 않고, 양수청, 소조귀의 입을 빌려 직접 신도들에게 명을 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태평천국은 배상제회시기부터 시작하여, 하나의 신권정체였다. 신권구조는 의문의 여지없이 세속권력구조의 위에 존재한다. 그리하여, "생살유천자, 제관막득위"의 천왕전제체제는 실현될 수가 없었다.

 

이 일명일암(一明一暗)의 하나는 세속이고 하나는 신권인 두 개의 권력구조는 서로 나뉘어 존재하게 된다.

 

천부의 대변인이라는 숨은 권력으로 목소리가 커진 동왕은 마침내 함풍6년(1856년) 천왕을 향하여 정식으로 '핍궁(逼宮)'한다. 이해 칠월, 동왕은 홍수전에 충성하는 북왕 위창휘, 익왕 석달개, 연왕 진일강등 장령들을 천경성에서 내보낸다. "태평천국진명주 양수청(太平天國眞明主 楊秀淸)"이라는 도장을 새기고, 그후 천왕에게 천부의 명을 들으라고 전한다. 천왕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동왕부로 간다. 양수전은 자리에 앉은 채 일어나지도 않고, "천부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천왕은 즉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천부가 묻는다: "그대와 동왕은 모두 나의 아들이고, 동왕에게 큰 공로가 있는에 어찌 아직도 구천세인가?"

천왕이 답한다: "동왕이 강산을 얻었으니 당연히 만세가 되어야 합니다."

천부가 다시 묻는다: "동세자(동왕의 아들)는 어찌 겨우 천세인가?"

천왕이 답한다: "동왕이 만세이니, 세자도 역시 만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대로 모두 만세가 되어야 합니다."

천부는 아주 만족한다: "나는 하늘로 돌아가겠노라."

 

동왕이 "만세"가 되었다. 그러면 천왕의 자리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이어서, 천부는 분명 홍수전에게 천왕의 보좌를 선양(禪讓)하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홍수전은 당연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천부의 뜻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받아들이고, 사람들 아페서 팔월 십칠일 동왕의 생일 날 양수천을 "만세"로 진봉(晋封)한다고 선포한다.

홍수전은 비록 궁안에 쳐박혀서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그는 '못난이 아두'가 아니다. 동왕 양수청이 기뻐서 '만세'에 오를 꿈을 꾸고 있을 때, 홍수전은 조용히 행동을 개시한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은 천부의 지시에 대하여 완전히 통제불능이 되었고, 동왕은 계략을 짜서 계속하여 핍박해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천부의 대변인의 육체를 소멸시키는 것 이외에는 양수청이 태평천국의 최고지도자 자리를 노리는 야심을 멈출 방법이 없게 되었다.

천왕은 성공적으로 천부(양수청)의 감시망을 뚫고, 심복을 위창휘, 석달개, 진일휘에게 보내어 천경으로 돌아오게 한다. 양수청과 사이가 좋지 않던 위창휘는 천왕의 밀지를 받자마자 즉시 3천군마를 이끌고 신속히 천경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야밤을 틈타 동왕부를 친다. 칠월 이십칠일, 양수청은 위창휘에게 수급이 잘리고 천왕에게 바쳐진다. 시신은 천왕의 명에 따라 "육미(肉糜, 고기죽)"로 끓인다. 동왕의 부하 약 5,6천명은 홍수전과 위창휘의 계략으로 모조리 창고안으로 들어가서 폭사한다. 천왕은 그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그후 3개월간, 양수청의 가족, 친척, 부하를 도살한다. 천경성내는 피바람이 불었다.

 

얼마후 천경으로 돌아온 석달개는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다. 위창휘가 함부로 사람을 죽인 것을 질책한다. 위창휘는 천왕의 지시하에 석달개의 전가족을 죽인다. 다행히 석달개 본인은 기민하여, 병력을 이끌고 소남문으로 도망쳐 나간다. 후환을 제거하기 위하여, 진일강은 명을 받들어 병력을 이끌고 성을 나가 추격한다.

다만 석달개는 용맹하고, 태평군내에서 위신이 가장 높았다. 금방 정예부대를 끌어모아, 위창휘를 토벌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천경으로 쳐들어간다. 천왕은 깜작 놀라 어쩔 줄을 모른다. 석달개를 달래기 위해, 그리고 천경의 도살에 대한 속죄양을 내놓기 위해, 위창휘를 주살하라고 명을 내리고, 진일강을 성으로 몰래 불러들인 후 죽여버린다. 그리고 두 사람의 수급을 석달개에게 보낸다. 함풍6년(1856년) 말, 석달개는 다시 천경으로 돌아온다. 영웅의 개선같은 환영을 받는다. 다만 석달개는 천경에 겨우 반년간 머물다가 천왕의 시기를 받고, 천왕의 두 멍청한 국형(國兄, 안왕 홍인발, 복왕 홍인달)의 견제를 받아 화가 난 나머지 떠나버린다. 천경을 떠나 친정에 나선다 그 후로는 천경에 한걸음도 딛지 않는다.

 

천왕은 천경내분의 최대의 그리고 유일한 수혜자가 된다. 태평천국 전기의 여러 왕들은 전사할 사람은 전사하고, 피살될 사람은 피살되고, 떠날 사람은 떠났다. 결국, 천왕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모조리 눈앞에서 사라졌다. 홍수전은 참지 못하고 황급히 선언한다: "군주도 짐이 한다. 군사도 짐이 한다(主是朕做, 軍師亦是朕做)". 우리는 알고 있다. 태평천국이 과거에 실시한 지도체제에서, "주"는 허명으로 명목상의 최고지도자이다. "군사"야말로 군정대권을 총괄하는 실제지도자이다. 현재 천왕이 군사를 겸한다니, 이는 홍수전이 대권을 다시는 잃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생살유천자, 제관막득위"의 천왕전제를 실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천부의 대리인인 양수청이 죽음으로써, 다시는 그 어느 누구도 천왕을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불러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무릎꿇고 성유(聖諭)를 들으라고 할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더더구나 천왕이 몇몇 여인을 때리면 그에게 곤장 사십대를 치라고 말할 사람도 없게 된 것이다. 이제, 홍수전은 하고싶은대로 궁녀들 틈에서 천왕가정을 마음껏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여인은 조금이라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예를 들어 목욕수건을 조금 늦게 건네준다든지), 바로 천왕의 곤장을 맞는 것이다. 그녀들을 얻어맞을 때도 웃는 얼굴을 하고, 천왕을 칭송해야 한다.

이제 천왕은 살기 훨씬 편해졌다. 여자를 다스리는데서나, 그의 천국왕조를 다스리는데서나. 그의 무상권력에 대하여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