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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진평)

대한개국귀재 진평: 유방이 죽은 후

by 중은우시 2013. 4. 27.

글: 진사황(秦四晃) 

 

유방이 죽자, 진평의 마음은 모조리 여후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로 옮겨간다. 그는 충성스러운 모양으로 여후의 신임을 얻는다. 얼마후 그는 낭중령에 임명되고, 다시 그에게는 특별한 임무가 부여된다. 즉위할 태자 유영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노신들은 연이어 한고조를 따라 죽는다. 한혜제 유영이 즉위한 후 2년간 왕릉이 우승상을 맡고, 진평이 좌승상으로 발탁된다. 이때 실제로 조정대권을 장악한 사람은 여후이다. 유영은 합쳐겨 8년도 되지 않는 기간동안 황제로 있었다. 나이 겨우 24살때 사망한다. 그가 죽자 여후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행동한다.

 

여후는 그녀의 친정 식구들을 왕에 봉하고자 한다. 그는 먼저 우승상 왕릉에게 생각을 물어본다. 왕릉은 '글을 별로 읽지 않았고(少文), 하고 싶은대로 하고(任氣), 바른 소리를 잘 했다(好直言)". 그 자리에서 여후에게 거절한다: 안됩니다. 여후는 다시 좌승상 진평을 찾는다. 진평은 더 이상 생각지도 않고 된다고 대답한다. 이 한 가지 일만 보더라도, 여후는 두 승상중 누가 그녀와 가깝고 누가 그녀와 먼지를 알았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씨는 명승암강(明昇暗降)의 수법으로 왕릉을 유명무실한 태부(太傅)로 승진시키고 그의 우승상직을 면직시킨다. 진평은 우승상에 되고, 새로 좌승상에 임명된 사람은 심이기(審食其)였다.

 

비록 여후의 신임은 얻었지만, 진평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번쾌와 원한을 졌다. 비록 주모자가 그는 아니지만, 어쟀든 그가 가서 집행하고 체포했다. 여씨집안이 지금 이렇게 득세하고 있으니, 여수(번쾌의 부인)는 그에게 이 빚을 절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만일 직접 찾아가서 해명하면 말할수록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 시한폭탄이 있는 한, 진평은 득의양양할 수 없었다. 진평은 그저 조용히 지내는 것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단을 써서 여씨의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버리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는 처음애는 하루종일 정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술이나 마시고 여자들과 놀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여수는 그의 신호를 잘못 이해했다. 원래 남편 일로 꽁하고 있었던 그녀는 이제 구실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여수는 급히 여후에게 가서 진평에 대하여 나쁜 말을 한다. 진평은 마음 속을 잘 알고 있었다. 관건은 여후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그래서 여수가 그를 고발하였다는 말을 듣고, 진평은 더 심하게 굴었다. 매일 술잔을 들고 지분냄새를 맡으며 살았다. 여후는 진평 승상이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논다는 말을 듣고는 속으로 기뻐한다. 그녀는 권력독점을 원했다. 진평이 조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승상이라는 관직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더욱 좋아한다. 여후는 여동생의 말때문에 진평을 혼내지 않았을 뿐아니라, 여동생의 앞에서 진평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자와 어린아이의 말은 신경쓸 것없다. 내가 너를 신임하는 한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너는 여수가 하는 말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자 진평은 정심환을 먹은 것처럼 마음을 놓게 된다.

 

진평은 눈치를 잘 살폈다. 그는 이익을 추구하고 해를 피하는데 가장 능했다. 여후의 권세하에 그의 관직도 커지고, 이름도 얻었다. 그저 모르는 척 나날을 보내는 것이 온건한 선택이었다. 이것이 바로 표준적인 명철보신이다.

 

여후가 죽자 형세는 다시 바뀐다. 진평은 풍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으면 즉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점점 병권을 장악한 태위 주발을 끌어들이는 것을 선택한다. 주발의 생일때, 진평은 앞장서서 오백금을 보낸다. 평소에도 자신의 지위를 낮추어 주발과 친근하게 지낸다. 조건이 성숙되자, 그는 주발과 공모하여, 여씨친척들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유항을 모셔서 황제위를 잇게 한다. 이제는 광부한실(匡扶漢悉)의 동량이 된 것이다.

 

선역, 악역. 무대위에서 화장을 하고 연기를 한다. 생활에서의 진평은 어떤 역할이든 잘 해냈다. 관건은 어떤 배경을 잡고, 누구의 곁에 서서 어떤 사람을 상대하느냐에 있다. 진평의 천부적 재능은 임기응변이다. 즉 견기행사(見機行事)이다. 그외에 난권출격(亂拳出擊)도 잘한다. 목적은 단지 하나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상하게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항이 등극하자, 진평, 주발은 옹립에 큰 공이 있었다. 한문제는 우승상의 자리를 진평에게 주려고 생각한다. 진평은 그러나 그 자리를 주발에게 양보한다. 그는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는다. 보기에 아주 성의있어 보였다. 한문제는 진평을 접견하고 그에게 왜 우승상을 맡지 않으려 하는지 묻는다. 진평은 이렇게 대답했다: "한고조때, 주발의 공은 신 진평보다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여씨를 주살하는데에는 신의 공이 주발만 못합니다." 그러므로 우승상의 지위를 주발에게 양보하는 것입니다. 유항은 결국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발을 우승상에 임명하고 진평을 좌승상에 임명한다.

 

이렇게 보면 진평이 괜찮은 사람같다. 의리를 지키는 군자인 것같다. 서둘러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 조금만 있으면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발은 우리들처럼 진평이 떠받들어주자 기분이 좋아진다. 주발은 진평에게 감격하고 존경하며 극히 신뢰했다. 그래서 그는 진평에게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다. 진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드러내지 않았다. 아주 평정했고, 표면적으로는 우승상의 업무를 잘 보좌했다.

 

하루는 유항이 조회에 참석하고 좌우승상이 문무대신을 이끌고 전각내에 허리를 숙이고 서 있었다. 몇 가지 큰 일을 논의하고나서 유항이 돌연 우승상 주발에게 묻는다: 전국에 1년동안 모두 몇 건의 사건을 심리하는가? 주발은 아무 말도 못했다. 황제는 다시 묻는다: 전국에 1년동안 전량의 수지가 각각 얼마인가? 주발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역시 대답을 못한다. 한문제는 다시 몸을 돌려 좌승상 진평에게 묻는다. 기실 진평도 주발과 마찬가지로 황제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숫자는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진평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답한다: 황상께 아룁니다. 황상이 알고 싶어하는 그 숫자는 전문적으로 그 일을 관장하는 주관관리가 잘 압니다. 황제가 묻는다. 주관관리가 누구이냐. 진평이 말한다. 페하께서 결옥에 대하여 물으시려면, 정위에게 물으면 되고; 전곡을 물으려면 치속내사에게 물으시면 됩니다. 황제는 의혹을 가진다. 그럼 너희 두 승상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느냐. 진평이 말한다. 우리는 여러 신하들을 관리합니다. 소위 승상의 직책은 바로 천자를 보좌하여 음양을 조리하고 사시변화에 대응하며, 부하에게 시기를 놓치지 말고 만물을 심으며, 대외적으로 제후를 진무하여 사방의 오랑캐를 안정시키며, 대내적으로는 만민을 귀순하게 하고, 경대부가 자신의 직무를 다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광범위하며 논리가 정연한 답변으로, 교묘하게 자신이 구체적인 사항을 알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변명했다. 오히려 황상에게 가슴에 전국의 모든 일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은 왕좌지재의 인상을 남긴다. 한문제는 그의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명의 똑같은 관료승상인데, 주발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였고, 진평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였다. 그는 애매모호한 공동이론(空洞理論)을 나이어린 황제를 속여넘겼다. 진평의 이 뛰어난 연기는 자연히 그의 상사인 주발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는 숨어들 구멍을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 자신의 직책범위조차 제대로 모른 꼴이 되었다. 승상의 자격이 있는가? 퇴조후 주발은 화가나서 진평에게 묻는다. 너는 평소에 왜 나에게 황제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 그러자 진평이 웃는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이같은 임기응변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천성적인 능력이다. 다시 말해서 너에게 다 가르쳐 준다면 나는 무엇으로 황상을 대하란 말인가. 만일 황상이 장안성내에 도둑놈이 몇 명이나 있느냐고 묻는다면 네가 꼭 대답해야 하느냐. 바보같으니.

 

주발은 인정했다. 진평의 교활함에는 당할 도리가 없다. 이 진평은 언제 나를 팔아먹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주발은 병을 핑계로 우승상을 사직한다. 이때부터 진평은 혼자서 양부(兩府)를 담당한다.

 

온갖 머리를 짜내던 귀재 진평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재상의 자리에 앉은지 2년도 되지 않아 죽어버린다. 하늘이 더 이상 좋은 날을 허용하지 않았다. 기실 진평은 더 높은 뜻이 있었다. 젊어서 놀고 있을 때 매번 고향에 돌아가서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나면, 모두 진평이 사람들에게 제사고기를 나누어주었다. 진평이 나눠주면 크기가 똑같았다. 어떤 사람은 그를 칭찬했다: 진평은 고기를 어쩌면 이렇게 공평하게 나눌까. 진평은 득의했다. 그래서 칼을 휘두르며 말한다: 허,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 언젠가 내가 천하를 나눌 것이다. 그때는 고기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더 공정하게 나눌 것이다. 다행히 천하를 그에게 주어서 나누게 시키지 않았다. 만일 그에게 시켰다면 가장 크고 가장 맛있는 엉덩이살을 도대체 어디에 숨겼는지조차 아무도 모르게될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양심이 발현한 것일까? 혹은 사람이 죽기 전에는 선해지는 법인가? 죽을 때, 진평은 스스로를 잘 알았다: 나는 평생동안 음모궤계를 꾸몄다. 도가에서는 이를 금기로 여긴다. 이어서 진평은 내가 일생동안의 작위를 박탈당한다면, 아마도 다시는 명예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동안 못된 계책을 너무나 많이 썼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만일 도덕명성을 고려하지 않고, 예의염치를 모른다면, 진평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교묘하게 많은 사람들을 속였다. 태사공조차도 "그는 영예와 명성을 지니고 죽었다. 현명한 재상이라 할 만하다. 어찌 선시선종(善始善終)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진평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작은 재주로 큰 사업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