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섭지추(葉之秋)
본문은 삼국연의를 가지고 이야기하려 한다. 정사(正史)와는 다르다.
나관중은 <삼국지>를 잘 알았다. 그러나 반드시 깊이있게 알았다고 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순욱(荀彧)과 곽가(郭嘉) 두 인물에 대한 이해에서 그러하다. 정사와는 달랐다. 당연히 다수의 보통독자들은 정사에 그다지 흥미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연의가 오히려 정사이다. 정사는 연의가 아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연의의 인물이고, 역사에서 이들 인물들이 원래 어떠했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연의 제16회에 한 장면이 나온다. 여포의 원문사극(轅門射戟)이후 유비와의 관계가 한때 회복된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유비가 조조에게 보내는 서신을 가로채는데, 거기에는 독립하여 여포를 공격하기는 비교적 곤란하니, 조승상이 하루빨리 병력을 일으키라고 말한다. 여포는 대노하여, 선제공격을 하낟. 결국 패성은 함락하고, 유비는 허도로 도망칠 수밖에 없게 된다.
유비가 투신하러 온데 대하여, 조조는 표면적으로는 아주 겸손하게 대한다. 유비는 처음에는 비교적 걱정하여, 감히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심복 손건(孫乾)을 조조에게 보내어 분위기를 파악한다. 조조는 이렇게 말한다. "현덕(유비)와 나는 형제다" 조조는 열정적으로 유비를 초청한다. 그러자 다음 날 유비는 성안으로 들어간다. 성에 들어갈 때, 유비는 관우와 장비에게 성밖에 주둔하고 있으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병마를 남기는 의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조의 수하에는 맹장이 구름처럼 많아서, 관우와 장비를 데려가봐야 그다지 쓸모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건, 미축과 같은 문관을 몇명 데려가서 성의를 보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만나자마자, 유비는 조조에게 여포에 대한 뒷담화를 얘기한다. 여포가 자신에게 어떻게 신의없게 행동했는지, 어떻게 조승상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는지. 조조는 그의 말을 듣고, "여포는 의리가 없는 무리이다. 나와 현제가 힘을 합쳐서 그를 주살하면 된다." 여포는 의리가 없으나, 나 조조는 의리가 있다는 말이다. 동생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형인 내가 절대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한다. 유비는 그 말을 듣고 연신 감사인사를 한다. 이미 여포를 토벌하기로 하는 분위기는 잡혔다. 쌍방은 더 이상 할 말이 많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술마시며 한담을 하는 것이다. 밤중이 될 때까지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자, 유비도 나간다. 조조는 혼자서 도대체 어떻게 유비를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한다.
이때, 조조의 제1중신 순욱이 들어왔다. 순옥은 자신의 유비에 대한 태도를 표명한다: "유비는 영웅입니다. 지금 일찌감치 도모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환이 될 것입니다." 순욱의 태도는 분명했다. 유비는 영웅이고, 천하를 쟁패할만한 호걸이다. 지금 죽여버리지 않으면 나중에 후환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단 유비가 세를 얻으면 없애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다.
조조는 그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조는 왜 망설였을까? 우리는 그와 곽가간의 문답을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순욱이 나가고 곽가가 등장한다. 조조는 먼저 순욱의 태도를 설명한다: "순욱은 나에게 현덕을 죽이라고 권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곽가가 대답한다: "안됩니다. 주공은 의병을 일으키고, 백성을 위하여 포악한 무리를 제거합니다. 오로지 신의로 준걸들을 모아야 하는데 그들이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현덕은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고, 지금 곤궁하여 우리에게 투신하고자 하는데, 만일 죽여버리면, 그것은 현명한 자를 해하는 것입니다. 천하의 지모가 있는 선비라면, 그것을 듣고 스스로 의심하여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주공은 누구와 천하를 평정하겠습니까. 한 사람을 죽인 우환이 사해의 명망을 저해할 것이며, 안위가 문제될 것이니, 신중히 잘 살피셔야 합니다."
조조는 그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그대의 말이 내 마음에 쏙 든다."고 말한다.
조조는 왜 순욱의 유비를 죽이라는 건의를 듣지 않았을까? 오히려 곽가의 유비를 잘 대해주라는 건의를 들었을까?
우리는 두 사람의 건의의 중점이 다르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욱이 강조한 중점은 유비가 절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에 반드시 큰 우환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유비가 미래에 강대해지고 심지어 조조의 강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확실히 순욱은 유비를 조조의 가상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조조에게 일찌감치 유비를 제거하라고 권한 것이다.
곽가가 강조한 중점은 현재 유비를 끌어들이는 것이 조조가 대업을 이루는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유비는 확실히 영웅이라는 명성이 있다. 그러나, 천하영웅은 수도없이 많다. 지금 유비를 죽여버리면, 반드시 천하의 현명한 인재들이 조조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뒤에 한 말이 핵심이다. "주공은 누구와 천하를 평정하겠습니까?" 원래, 곽가의 말 속에는 유비가 영웅이기는 하지만, 조조가 사용할 수 있는 영웅이라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조조가 다룰 수 있는 신하라는 말이다.
조조는 왜 기뻐했을까? 순욱의 말은 유비를 조조와 같은 반열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곽가의 말은 유비를 비록 영웅이지만, 조조의 적수는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오히려 유비는 조조가 이용하고 써먹을 수있는 신하라고 한 것이다. 곽가의 말은 조조의 허영심을 만족시켰다.
그렇다면, 순욱과 곽가의 건의는 어느 것이 더 나았을까?
단기적으로 보자면, 곽가의 건의가 더욱 좋다. 당시 천하의 제후가 속속 일어났고, 조조는 얼마전에 한헌제를 영접했으며, 허도를 수도로 삼는다. 많은 현명한 인재들이 그를 찾아왔다. 원래 낙양, 관중지구의 일부 장수들도 속속 투신했다. 여포, 장수를 대적하는데, 유비, 조조는 모두 자신의 관용적이고 도량이 큰 면모를 보이려고 노력했다. 확실히 다른 제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조에게 귀순한 후에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순욱의 건의가 더욱 좋다.
곽가의 건의에서 최대의 문제점은 유비를 저평가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말기, 천하인들이 가장 인정하는 영웅은 조조도 아니고, 손씨부자도 아니고, 오히려 빈천한 출신인 유비였다. 유비는 원래 돗자리를 짜고 판매하는 보잘 것없는 백성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말기의 난리때 신속히 굴기하여 한 지방의 제후가 된다. 그리고 의병을 일으켜 황건적을 평정하고, 공융, 도겸을 도와주었다. 이를 보면 유비는 절대 근시안적인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비는 마음 속으로 큰 뜻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명확하게 인의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한나라말기의 난세에, 천하백성들이 가장 바라는 구원자였다.
유비가 거병하기 전 20년간 비록 그다지 큰 성취는 없었지만, 계속 각지를 돌아다녔다. 서주를 얻었다가도 금방 탈취당하였다. 그러나 유비의 역량은 계속 커진다. 곁에 있는 인재들도 갈수록 많아졌다. 적벽대전후, 형주남부의 4개군을 장악하고, 성공적으로 서천으로 진입한다. 과연 패업을 개창하여, 조조의 가장 강력한 적수가 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때 유비를 죽여버렸다면, 조조는 형주를 탈취할 수 있었을 것이고, 유장을 없앨 수 있었다. 그리고는 장강을 따라 남하하여, 손권을 소멸시키고 통일된 왕조를 개창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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