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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선진)

오월(吳越) 전쟁의 심리전술

by 중은우시 2010. 5. 3.

글: 우견비도(又見飛刀)

 

월(越)나라는 오(吳)나라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우(禹)임금의 후예이며, 회계(會稽)가 봉지이다. 이 족속은 몸에 문신을 하고 머리카락을 잘랐으며, 기풍이 용맹하고 강인했다. 오초(吳楚)전쟁때, 월나라는 항상 초나라의 동맹국이 되어, 오나라에게는 눈엣가시와 같았다.

 

손무(孫武)는 일찌감치 월나라가 오나라에 위협적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오왕 합려(闔閭)에게 만일 북으로 진격하여 중원의 패자가 될 생각이 있다며, 먼저 월나라를 정복하여 후환을 제거해야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이로 인하여, 오왕 합려는 서쪽으로 강국 초나라를 격파한 후, 군대를 쉬게 하면서, 병사를 열심히 훈련시켜, 월나라를 칠 기회만 노렸다. 오왕 합려18년, 월왕 윤상(允常)이 죽고, 그 아들 구천(句踐)이 즉위한다. 다음 해, 합려는 월나라가 상중이고, 새로 등극한 왕이 나이가 어려 전쟁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이 기회를 틈타서 군대를 이끌고 월나라를 토벌하고자 했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군대는 취리(李)에서 대치한다.

 

구천은 오나라군대가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었고, 전투와 진법에 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똑같이 진법으로 대응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교전을 시작하기 전에 병사들로 하여금 백명의 사형수를 앞으로 밀어내서, 오나라군대의 진에 가까이 다가간 후 하나하나 스스로 목을 베어 자결하게 하였다. 이런 괴이한 전술은 오나라군대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하여 장병들이 모두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구천은 이 기회를 틈타 병력을 몰고 진격하니, 오나라군대가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고 어지러워졌다. 오왕 합려도 월나라의 대부 영고부(靈姑浮)의 창(戈)에 발목에 상처를 입고, 회군하는 도중에 사망한다.

 

합려가 죽은 후, 태자인 부차(夫差)가 즉위한다. 그는 취리의 치욕을 잊지 못했다. 그리하여 부친을 위하여 복수하겠다고 다짐하고, 계속 오자서(伍子胥), 백비(伯)등 노신들을 중용하고, 양초(糧草)를 확보하여 전쟁에 대비한다. 월왕 구천은 부차가 밤낮으로 군대를 훈련시키는 것을 알고는 선제공격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하여 오왕 부차2년에, 수로를 따라 북상하여 오나라를 공격한다.

 

부차는 이 소식을 듣고는 온나라의 병력을 모두 모아 10만의 병력으로 월나라군대를 맞이한다. 쌍방은 오나라의 경내인 부초(夫椒)에서 만나 전투를 전개한다. 양군은 대낮부터 싸워서 밤까지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오자서의 계획에 따라, 두 무리의 수군을 뽑아서, 밤을 틈타 횃불을 들게 하고, '죽여라'고 고함을 지르게 하며, 양쪽 날개부분에서 월나라군대로 쳐들어가도록 하였다. 월나라군대는 오나라의 지원병력이 도착한 것으로 생각하여,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나라군대의 주력은 이 틈을 타서 진격하니, 월나라군대가 궤멸한다. 회계산까지 밀려가서 오나라군대에 겹겹이 포위된다. 구천은 할 수 없이 대부 문종(文種)을 파견하여 엄청난 재물로 오나라의 중신 백비를 회유하고, 적극적으로 오나라에 신하를 칭하고 공물을 바치겠다고 한다. 그리고 영토를 상당부분 때어주기로 한다. 이렇게 하고서야 비로소 목숨을 부지한다. 이 전쟁은 오나라의 부초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부초지전'이라고 한다.

 

상술한 두 개의 전투사례에서 비록 승자도 다르고, 전투장소도 다르지만, 사용한 심리전술은 같다. 취리지전에서는 월나라군대가 먼저 사형수의 자결이라는 방식으로 오나라군대의 배치를 흐트리고, 그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혼을 빼놓았다. 이렇게 한 다음에 정면으로 공격하였다; 부초지전에서는 오나라군대가 밤을 틈타서, 양날개의 수군으로 하여금 월나라군대를 오인하게 하고, 오나라의 지원부대가 증원되었다고 믿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상대방의 투지를 꺽고,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게 만들었다. 그 후에 치니 월나라군대는 바로 궤멸했다.

 

세(勢)는 군사분야에서 추상적인 철학개념이다. 그 의미는 바로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은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자신의 군사실력을 활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병(正兵)과 기병(奇兵)을 시간과 공간에 분포시키고 움직이게 함으로써, 유력한 대세를 만들고 강력한 충격을 가해야 한다.

 

<<도덕경>>에서는 "이름이 있는 것은 만물의 시작이고(有名萬物之始), 이름이 없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이다(無名萬物之母)." 이 양자를 함께 나오지만 이름이 다르다. 함께 부르면 현(玄)이 된다. 즉, '유'와 '무'는 원래 하나이고 모두 심오하고 막측한 것이다. 공동으로 세계의 근원을 구성한다. 군사적으로 응용할 때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군대는 '유형'(실체)과 '무형'(정신)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양자는 모두 중요하다. 군대가 자신의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양자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된다. 이 이원론에 따라 병세를 유형과 무형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혹은 유형과 무형의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상술한 세는 주로 유형중의 세이거나 세가 유형중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세가 무형중에 나타나면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인 위하력이 있다. 바로 이런 위하력은 상대방의 군심을 흔들리게 하고, 투지를 와해시킨다. 이를 보면, 심리전술은 양군이 교전할 때 아주 중요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를 잘 사용해야하고, 그래야 일당백의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외에 국가에는 반드시 강인한 기풍에 제대로 훈련받은 군대가 필요하고, 장수는 태산이 무너져도 끄덕하지 않을 정신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수시로 변하는 전쟁터의 상황에 흔들리거나 미혹되지 않고,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고, 백전불패의 전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