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적화(翟華)
나는 민족의 문화특징, 사고방식이 모두 그 민족의 문자특징에 영향받는다는 것, 즉 중국문화는 한자의 특징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한자는 이미 상형문자가 아니다. 그러나 상형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중국문화는 여전히 완벽한 상형문화이다. 네티즌들이 쓰는 말로 하자면 '꼭 닮았다" 아래에 몇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는 하나라의 폭군인 마지막 군왕 걸왕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지위가 합법적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가 천하에 있는 것은 해가 하늘에 있는 것과 같다. 해가 망하는가? 해가 망하면 나도 망한다" 이런 이유가 말이 되는가? 아주 생동감있고, 상형적이다. 백성들이 이해하기 아주 쉽다.
공자는 제자를 가르칠 때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予欲無言)" 제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만일 스승께서 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그러자, 공자는 말했다: "하늘이 말을 하는가? 그래도 사계절이 돌아가고, 만물이 자란다" 그 의미는 하늘은 말을 하지 않지만, 사계절은 순서대로 진행되고, 만물은 마찬가지로 생장한다는 말이다. 제자들은 즉시 깨달았다.
또 다른 대학자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이 해야한다(治大國, 若烹小鮮)" 아주 형상적이지 않은가? 외국인들조차 신기하게 생각했나보다. 1985년 레이건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Rule a kingdom as though you were cooking a small fish - don't overdo it." 여기에서 임의로 문구를 추가시켰다. 'don't overdo it' 왜냐하면 그렇지 하지 않았다가는 미국인들이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형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상은 그저 개별적인 사례이지만, 문화 '상형'은 이론체계도 형성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천인감응(天人感應)'이다. 서한의 사상가인 동중서가 확립한 이론인데, 하늘을 인격화, 형상화했다. 사람의 활동과 행위는 그 선악에 따라, 하늘에서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선하면 하늘이 좋아하고, 상서로운 징조 즉 봉황, 감로, 영지등을 내리고, 악하면 하늘이 노하고, 재난 즉, 일식, 월식, 지진, 가뭄, 우박등을 내린다. 이때 황제는 반드시 '죄기조(罪己詔)'를 써서 하늘의 진노를 풀어주어야 한다. 동중서와 동시대의 사학자인 사마천은 그가 쓴 <<사서>>에 <<천관서>>편이 있는데, 하늘의 별모양과 사람의 군신관계, 전쟁문제, 사회문제등 각 분야의 사물을 하나하나 대응시켰다.
아마도 이런 이유때문인지, 중국인들은 천문(天文)에 관심이 이상하리만치 많았다. 명나라때, 이탈리아의 전도사 마테오 리치(利瑪竇)는 중국에 전도하러 왔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중국인들에게 서방의 과학기술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금방 중국인들이 그러한 것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저 천문에만 관심이 컸다. 그러나, 마테로 리치는 천문지식은 충분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는 로마에 도움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저는 한 가지를 당신께 요청합니다. 이것은 내가 여러해동안 희망한 것인데, 지금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일은 의미가 크고, 전도에 유리합니다. 그것은 바로 천문학에 정통한 신부나 수도사를 중국에 파견하여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과학지식, 예를 들어, 시계, 지구의, 기하학등은 제가 조금 알고, 많은 유형의 서적을 참고할 수도 있지만, 중국인들이 이것들은 그다지 중시하지 않습니다. 행성의 궤도, 위치와 일식, 월식의 계산은 아주 중시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역서를 편찬하는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마테오 리치의 1605년 5월 12일 로마 Giovanni Alvarez에게 보낸 서신)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Lucien Levy-Bruhl(1857-1939)은 사마천의 <<사기>>프랑스번역본을 읽은 후, <<사기>>에서 하늘의 별모양과 인간사를 직접 관련시키는 기술에 크게 놀라서, '원시사유'의 개념을 연구할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원시사유'에 관하여, Levy-Bruhl이 쓴 단어는 prelogique였다. 이것은 '전논리사유'라고 버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서방인이 본 전논리사유는 중국의 관방에서 편찬한 24사에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근현대까지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화상형은 정치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백성들의 매일매시의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난다. 책을 읽는다고? 그러면 이런 말이 있다. "서중자유안여옥(書中自有顔如玉, 책속에 여자가 있으니 얼굴이 옥과 같다)" 이 말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가? "군자일언사마난추(君子一言駟馬難追, 말을 한번 뱉으면 빠른 말로도 쫓아갈 수 없다)" 죽기살기로 사랑한다고? "해고석란불변심(海枯石爛不變心, 바다가 마르고 돌이 가루가 되어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그래서 그에게 교훈을 내리고 싶은가? "닭을 죽여서 원숭이에게 보여준다" 일을 처리하려면 댓가를 치러야 하고,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면, "아이를 아까워해서는 늑대를 잡을 수 없다"(어떤 사람은 신발을 아까워해서는 늑대를 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교훈을 받아들인다고? "뱀한테 한번 물리면 삼년은 새끼줄도 무서워한다" 일하는데 힘든다고, "구우이호(九牛二虎)의 힘을 들이다" 이것을 영문으로 번역할 때 절대로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that took the strenghth of nine bulls and two tigers, 그냥 nearly broke someone's neck trying to do something이라고 하면 된다. 즉, '하마터면 목이 비틀어질 정도로 일을 한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소의 목이 아니라.
소를 얘기하다보니, '어느 것을 먹으면 어디를 보(補)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신장이 좋지 않으면, 돼지신장이건, 양의 신장이건, 개의 신장이건 이런 것을 먹으면 가장 좋은 신장을 보하는 약물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이, 심장, 폐, 비장, 위, 간등의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이런 방법으로, 다른 동물의 몸에서 상응한 부위를 가져다가 요리해서 먹는다. 이렇게 하면 보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북송때의 의사인 장군의는 사람들에게 '비단을 먹는' 방식으로 장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치는 아주 간단하다. 중국의 비단은 가늘고 길며 끊어지지 않는다. 이는 사람들이 생명을 길게 가져가고자 하는 욕망과 일치한다. 이는 백성들의 생각이고, 황제는 자신의 몸이 단단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여 만세만세만만세를 살고 싶어했다. 언젠가 금속처럼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금단을 만들어 복용했다. 광물을 제련하여 밥처럼 먹은 것이다. 이것은 바로 형상문화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당연히 '어느 것을 먹으면 어디를 보한다'는 것이 때때로 효험을 볼 때도 있다. 최소한 부작용은 없다. 호도는 머리처럼 생겼다. 죄반뇌와 우반뇌가 있고, 위에는 대뇌가 있고 아래에는 소뇌가 있다. 심지어 주름과 구겨진 부분도 대뇌피층과 일치한다. 호도에 어떤 영양물질이 있어서 사람의 두뇌활동을 도와준다고 믿기도 한다.
어릴 때, '큰 바다를 항해하려면 조타수에 의존해야 하고, 만물이 생장하려면 태양에 의존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하면, '혁명을 하려면 모택동사상에 의존해야한다'는 것이다. 개혁개방의 길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고? '돌맹이를 만져가면서 강을 건너자" 그래서 5천년문명의 중국문화의 형상성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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