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공통)

고대의 귀족들이 유모(乳母)를 둔 이유는?

중은우시 2009. 9. 4. 19:33

글: 이개주(李開周)

 

주(周)나라때 황자들은 태어나자마자 3명의 여인이 그를 부양한다: 한 명은 "자사(子師)"로 그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것을 책임지고, 다른 한 명은 "자모(慈母)"로 그의 잠자고 일어나는 일상생활을 책임지며, 또 다른 한 명은 "보모(保母)"로 젖을 먹이는 것을 책임진다. 친생모친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아이를 안아주지도, 아이에게 젖을 주지도, 기저귀를 갈아주지도 않는다.

 

이것들은 모두 <<예기(禮記)>>에 적혀 있는 것들이다. 만일 <<예기>>가 위서(僞書)가 아니라면, 우리는 확신할 수 있다. 최소한 서주때부터, 귀족들은 유모를 두고 생모를 대신하여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습관이 있었다.

 

<<예기>>가 위서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래의 사실(史實)이다. 서한때부터 청나라말기까지, 역대황후는 모두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았다. 역대 황제는 모두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랐다(개국황제는 예외). 예를 들어 말해보면, 한무제는 동무후의 어미의 젖을 먹고 자랐고, 한안제는 유모 왕성의 젖을 먹고 자랐다. 북위 효장제는 유모 정씨의 젖을 먹고 자랐고, 북위 문성제는 유모 상씨의 젖을 먹고 자랐다. 당애제는 유모 양씨, 왕씨의 젖을 먹고 자랐다. 송진종은 유모 제국부인의 젖을 먹고 자랐고, 명성조는 유모 풍씨의 젖을 먹고 자랐다. 명희종은 유모 객씨의 젖을 먹고 자랐고, 청나라 순치제는 유모 박씨, 예허러씨의 젖을 먹고 자랐다. 강희제는 유모 손씨, 과얼자씨의 젖을 먹고 자랐다....

 

역대황제들 외에 다른 특권계층들도 조건만 되면, 모두 처첩이 임신한 후,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하여 한 명 혹은 여러 명의 유모를 준비해둔다. 멀리까지는 볼 것도 없이 <<홍루몽>>에서 가보옥은 왕부인이 낳았지만, 왕부인의 젖을 먹고 자라지 않는다. 이씨의 젖을 먹고 자랐다. 그 외에 가영춘, 가탐춘, 가석춘, 가련등도 출생후에 생모가 살아있든 아니든 간에 모두 최소한 1명의 유모는 두었다.

 

이런 습속은 중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황족, 쇼군, 지주 및 조건이 되는 상인과 사무라이들은 모두 아이를 위하여 유모를 두었다. 문무천황의 유모는 아가타 이누가이 미치요(縣犬養三千代)이고, 도쿠가와 이에미츠의 유모는 가스가노 쯔보네(春日局)이다. 그외에 12세기 에서 13세기의 서부유럽의 영주와 기사들은 자식이 태어나면 유모가 안고 가서, 7살이 된 후에 다시 생모에게 돌아왔다.

 

지금도 어떤 사람은 유모를 고용한다. 극소수 돈자랑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혹은 아이 엄마의 체형을 유지하기 위하여(이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지금까지 의문이다), 더 많은 경우는 바빠서, 부득이 다른 사람에게 키워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대라면 귀부인들이 여사장도 아니고, 화이트칼라도 아닌데, 그들이 아이에게 젖을 먹일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믿기가 힘들다. 나는 오늘날 사람의 마음으로 옛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부자가 돈많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의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해석은 분명히 불합리하다. 고대 중국, 고대 일본, 고대 유럽의 모든 부자들이 이렇게 돈을 과시하려 했을까? 어떤 친구는 기발한 의견도 내놓았다. 그것은 남자들의 독점욕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친이 접촉했던 부위에 다른 남자가 다시 접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설마 그 남자에 아직 어른도 되지 않은 아들까지 포함된단 말인가? 이 해석은 헛점이 너무 많다. 왜냐하면 여러가지 사실들을 보면, 고대귀족은 아들에게 유모를 마련해주었을 뿐아니라, 딸에게도 유모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한 우연한 기회에 나는 인근 도시의 양돈장에 물건을 가져다 준 적이 있다. 양돈장 주인으로부터 어미돼지의 젖을 끊는 것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거기서 갑자기 답을 찾게 되었다. 양돈장 주인에 따르면, 어미돼지의 수유기간중에는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여, 발정이나 수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하여 빨리 젖을 끊게 해야 그들이 다시 수태하는 시간주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원래 1년에 1번 낳을 것을 2번 낳게 할 수도 있고, 원래 2번 낳을 것을, 2번 반 낳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의학서적을 뒤져보았다. 사람의 생육매커니즘도 이와 유사했다. 수유기간을 단축시키면 회임을 빨리 할 수 있게 해준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유기간을 늘이면, 피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고대 중국, 고대 일본, 고대 유럽의 귀족부녀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젖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수유기를 단축시킴으로써, 다음 아이를 빨리 갖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상은 그냥 헛소리 한번 해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