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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청 후기)

의화단의 우두머리는 사기꾼인가?

by 중은우시 2009. 7. 24.

글: 역수한(易水寒)

 

청나라말기 의화단(義和團)의 난때, 두 명의 우두머리급 인물이 있다: 하나는 장덕성(張德成)이고, 다른 하나는 조복전(曹福田)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우두머리가 되었는지에 대하여, <<권변여문(拳變餘聞)>>에서는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장덕성은 하북 백구하(白溝河) 사람이다. 작은 배를 한척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당시 의화권은 이미 정해현 독류진까지 만연되었다. 어른이건 아이건 할 것없이 모두 권법을 익히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하루는 장덕성이 길거리에서 어린아이들이 권법을 익히는 것을 보았다. 이를 보고는 냉소를 보냈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왜 웃느냐고 힐문했다. 장덕성은 너희들에게 진짜 신권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하고는, 누런 종이 하나를 꺼낸 다음, 옥수수 속을 하나 쌌다. 그리고는 땅위에 던지고는, 아무나 들어보라고 했다. 몇몇 사내들이 나섰지만, 움쩍달싹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장덕성을 대사형(大師兄)으로 모시게 된다.

 

각지의 의화단들도 그의 명성을 흠모하여 몰려드니, 독류진은 졸지에 의화단의 중심이 된다. 직예총독 유록(裕祿)도 소문을 듣고, 사람을 시켜 8명이 드는 가마를 보내어 장덕성을 모셔왔다. 그리고는 연회를 열고 잘 대접했다. 그런데, 연회중에 장덕성은 깜빡 잠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불러도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참있다가 그는 기지개를 느릿하게 켜면서, 소매 속에서 서양대포의 부품을 꺼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나의 원신(元神)이 금방 적진을 한번 둘러보았다. 이것은 바로 나의 원신이 훔쳐내온 것이다. 적들의 대포는 이제 쓸모없게 되었다. 유록은 그 말을 듣고는 그를 더욱 숭배했다.

 

조복전은 정해현 사람이다. 퇴역한 병사였고, 아편중독자였따. 의화단의 난이 일어날 때, 조복전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토루(土樓)에 올랐다. 그리고는 돌연 조계(租界)가 어느 방향인지 물었다. 현지인들이 동남방향이라고 말해주었다. 조복전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동남쪽을 향해 몇번 절을 했다. 그리고는 서서히 일어나서는 말했다. 서양인들의 건물을 망가뜨렸다. 말을 마치자 마자, 동남쪽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올랐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그자리에서 조복전을 우두머리로 모신다.

 

<<권변여문>>의 작자는 이렇게 말했다. 조복전이 절을 할 때, 마침 하동일대의 주민들 집에서 불이 났다. 사람들이 멀리서 보고는 이것을 조계에서 불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 정말 교묘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장덕성의 사기술에 대하여는 작자가 해석을 해놓지 않았다. 다만, 사전에 소매속에 철관 두 개정도를 숨겨두고, 그것이 서양대포의 부속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다지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옥수수속을 땅바닥에 던졌는데 아무도 집어올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사람들이 고의로 만들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그들의 우두머리를 신격화하기 위하여.

 

필자가 현재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들이 어떻게 사람을 속였느냐가 아니라, 사기를 친 후에 마음 속으로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기에 성공하면, 대체로 세 가지 반응이 나온다: 첫째는 득의만면하여, 사기당한 사람을 무시하고, 그들을 바보라고 깔보는 것이다. 둘째는 식은 땀을 닦으면서 다행이라고 속으로 즐거워하는 것이다; 셋째는 머리를 흔들면서 비탄에 빠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는 말이 황당하므로, 사기꾼이 어런 방식이어야만 주류에 끼어들 수 있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권변여문>>에는 작자가 일부러 그들이 그저 사기를 치는 사회의 쓰레기라고 묘사했다.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첫째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이후 '계급투쟁' 시대에는 의화권에 대하여 영웅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이 세번째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 두가지 태도는 모두 치우친 것이다. 장덕성, 조복전은 모두 보통사람이다. 두번째 반응을 보였다고 보는 것이 더욱 실제에 부합할 것이다. 이것은 정상인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오늘날 TV에 나오는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놈이라고 말한다. 일부러 사람들을 속이고, 우스개소리를 잘 해서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들이 안으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너무 심도있게 말하면 일반 사람들이 알아듣지를 못하니, 그저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나쁘고, 또 그렇게 좋단 말인가?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보통사알미아. TV에서 기회가 생겨서 일을 벌이는 것이고 아무렇게나 말을 지껄이는 것이다. 우연히 그들이 하는 말이 맞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그들 자신도 깜짝 놀랄 것이다. 집에 돌아온 후에 분명히 술 한 두잔으로 경축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덕성, 조복전과 마찬가지로, 거울처럼 분명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믿으면, 자아팽창하여, 자신이 정말 대단한 줄 알게 된다. 의화단의 난이 실패한 후, 장덕성은 몇 사람을 데리고 왕가구 일대로 도망쳐 온다. 그리고, 현지의 염상(鹽商)인 왕모에게 접대할 것을 요구한다. 왕모는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장덕성은 불만이었다. 이게 뭐냐 먹을 게 없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식탁을 발로 차서 엎어버렸다. 촌민들은 화가 나서 장덕성의 부하들을 때려서 쫓아버렸다. 장덕성은 즉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촌민들이 말했다. 너는 스스로 칼과 총도 피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번 시험해보자. 그리고 장덕성은 촌민들의 칼에 난도질 당해서 죽는다.

 

장덕성의 처지는 중국특색있는 전문가들과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