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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사회/중국의 사회

자선기구는 왜 현물보다 현금을 좋아하는가?

by 중은우시 2008. 12. 19.

글: 성대림(盛大林)

 

1주일간의 준비를 거쳐, 사천성 의빈직업기술학원의 15명의 대학생들은 빈곤산간지역과 재해지역의 군중을 위하여 280건의 중고의복을 모집했다. 12월 16일, 그들은 4개의 보따리로 만들어 의빈시 적십사회를 찾아갔는데, 문밖에서 거절당했다. 15명의 학생들은 4개의 의류보따리를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모집활동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렇게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적십자회는 '수령거절'의 이유로 중고의복은 처리가 아주 골치아프다는 것을 들었다. "적십자회의 창고 3개는 이미 꽉찼고, 더 이상 물건을 쌓아둘 곳이 없다. 그리고 창고를 더 빌리려면 돈이 든다. 그리하여 상부에서는 새 의복과 현금만 받도록 지시가 내려왔다. 그래서 중고의복은 일률적으로 받지 않는다"

 

열혈청년들은 가슴가득히 따스한 마음을 품고, 빈곤산간지역과 재해지역의 이재민들에게 따스함을 보내주려고 생각했던 것인데, 이러한 '따스한 마음'은 '차가운 물결(寒流)'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한류'는 바로 사랑과 따스함을 보내주는 것을 임무로 하는 자선기구에서 나왔다.

 

의빈의 이들 대학생들은 아마도 잘 몰랐을 것이다. 바로 3개월전에, 무한시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트럭 3대분의 기부받은 의류가 한 쓰레기장에 버려진 것이다.

 

한 곳에서는 받은 다음에 다시 버려버리고, 한 곳에서는 아예 받기를 거부했다. 이를 비교하면, 후자의 방식이 보다 간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주는 상처는 더욱 직접적이다.

 

의복을 기증하는 것이 왜 이렇게 환영받지 못할까? 혹시 이재민들이나 빈민들이 이들 의복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일까? 11월 12일, 신화망의 보도에 따르면, 청해성 해서몽고족장족자치주의 지진재해지역을 취재할 때, 현지정부는 이미 가옥이 무너진 이재민들을 위하여 임시가옥이나 텐트를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재해지구는 지금 겨울을 나는데 입을 옷과 식품등 구호물자가 부족하다고 하였다. 이로써 볼 때, 의복이 필요한 빈곤산간지역이나 재해지구의 민중은 아직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쪽에서는 급히 필요로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수령거부를 하고 있다. 황당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의복이 창고에 가득차있거나 쓰레기장에 버릴 정도인 자선기구는 왜 이들 의복을 재난지역이나 빈곤지역에 보내주지 않는 것일까?

 

의빈시 적십자회가 "돈"을 언급했는데, 이게 바로 문제의 근원이다. 중고의복을 보관하려면 돈이 든다. 이들 의복을 보내주는데도 돈이 든다. 만일 현금을 받았다면, 보관이나 운송에 골치가 아프지 않을 뿐아니라, 돈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고 10%의 관리비용을 떼낼 수 있다. 바로 이것때문인 것이다. 자선기구가 왜 현물을 싫어하고 현금을 좋아하는지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원촨대지진후에 기증의 붐이 있어날 때, "자선기구는 모금자금의 최고 10%를 관리비용으로 떼내어 쓸 수 있다"는 원래의 규정때문에 전국의 여론이 비등한 적이 있다. 자선기구는 "안과발모(雁過拔毛)"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당연히 이렇게 관리비용을 떼내어 쓰게 한 것은 이치에 맞는다. 왜냐하면 자선의 운용에도 경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이 급여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떼내는 이들 돈을 그저 급여나 직원복지에만 써서는 안된다. "관리비용"이라면 당연히 기부한 현물을 처리하는데 주로 써야 하는 것이다. 절대로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혹은 귀찮다고 하여 중고의복을 기부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냉대하거나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연이어 자연재해의 피해를 입는 바람에, 올해 중국의 자선모금액은 다른 해의 몇 배나 되었다 만일 규정에 따라 비율대로 떼냈다면, 자선기구는 올해 엄청난 수입을 얻었을 것이다. 비록 물자기부일 경우에는 비율에 따라 돈을 떼어내지는 못하지만, 현금기부중에서 떼어낸 수입만으로 이들 물자기부를 처리하는데 부족하단 말인가? 자선기구라면, 잔머리를 굴려도 지나치게 굴려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현금기부나 새 의복기부에 비하여, 중고의복을 기증하는 것은 경제적 효율이 가장 낮은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분류, 소독, 보관, 운송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낡은 의복을 기부받아 처리하는 비용은 아마도 그 자체의 가치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다만, 이들 낡은 의복의 가치는 그 물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에 있는 것이다. 일정한 의미에서 본다면, 낡은 의복에 담긴 재해지구를 향한 마음의 정신적가치는 낡은 의복 자체의 물자가치보다 훨씬 중할 것이고, 더욱 고귀할 것이다. 알아야 할 것은 중국의 자선사업은 아직 발달되지 못했다. 자선기초와 환경이 우량하지도 못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간의 자선열정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