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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방/북경 올림픽

올림픽으로 본 애국병

by 중은우시 2008. 8. 27.

글: 왕약문(王躍文)

 

북경올림픽이 요란하게 마쳤다. 다시 그 BBC의 원숭이를 얘기해보자. 영국 BBC는 올림픽방송권을 땄으므로 그들은 만화선전물을 만들었다. 이것은 순전한 상업광고이고, 중국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일부 우리 동포들은 욕을 해대고 있다. 욕을 하는 사람들은 혹은 BBC가 손오공을 추화(醜化)시켰다고 하고, 혹은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영국이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고, 혹은 서방사람들은 동방예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기도 한다.

 

욕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나도 BBC의 올림픽선전물을 보게 되었다. 분명히 욕얻어먹게 만들었다: BBC의 선전물은 너무나 잘 만들었다. 만화이미지, 스토리설계, 음악, 노래 할 것없이, 모두 아주 뛰어났다. 나는 서방인들의 중국요소에 대한 이해와 파악에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약간 불만이었던 것이라면 관음보살의 형태였다. 그건 중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양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걸 결점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용서할만한 것이었다. 서방사람들이 보는 동양여성은 중국사람의 감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모 중국출신 모델을 보면, 중국인들은 그녀의 용모에 대하여 정말 별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서방사람들이 볼 때는 확실히 동양미인이다.

 

관음보살은 비록 남녀구분이 없기는 하지만, 자주 여성의 모습으로 인간세상에 나타났다. 그러므로 서방인들은 자연히 그들의 동방미녀의 표준에 따라, 그들이 생각하는 관음보살을 그렸던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BBC가 손오공을 못생기게 그렸다고 욕한다. 경극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모차별은 많은 나라에서 금지되었다. 외모로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를 평가한다는 것은 지적을 받을 위험이 크다. 다행히 이들 중국인들은 중국본토에서 용모차별을 한 것이니 괜찮을 뿐이다.

 

마침 BBC의 원숭이가 욕을 얻어먹기 얼마전에, 미국의 헐리우드에서 만든 팬더도 공격을 받았다. 아이가 나에게 <<쿵푸팬더>>를 보라고 추천해주었다. 그의 말로는 최근들어 보기 힘든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눈은 순수하다. 강제로 집어넣은 무슨 민족감정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다. 그가 보기 싫어하는 영화라면 채찍을 들고 때린다고 하여도 절대 보지 않을 것이다. 쿵푸팬더를 나도 보았다. 정말 좋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왜 중국인의 신경을 건드렸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애국주의의 기치를 들고 나와서, 정부에서 금지해야한다는 등등의 말을 했다. 인터넷에서도 욕하는 소리가 많았다. 마치 이 미국놈들을 박멸하지 않으면 안될 것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어떤 사람이 어떤 때 "애국"을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가소로운 경우가 많다. "문혁"기간동안,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중국은 쌀생산량이 너무 낮다. 미국의 알곡은 주먹만큼 커서 껍질을 벗기면 하얀 쌀알이 들어있고, 알곡 하나면 쌀밥 한그릇이 나온다고 하였다. 그 사람은 그날 저녁에 바로 비판을 받았다. 죄명은 '숭양미외(崇洋媚外, 서양을 숭상하고 외국에 아첨하다)', 제국주의미화였다.

 

30여년이 지났다. 어떤 중국인의 애국정서는 문혁당시의 분노한 시골 농민들로부터 그다지 진화를 못한 것같다. 내가 슬쩍 인터넷의 글들을 살펴보니, 마치 쿵푸팬더는 국내의 모 팬더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과 이익충돌이 있어서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것같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애국이라면, 아주 가소로울 뿐아니라, 이치에도 닿지 않는다. 무대(武大)가 가게를 열고, 자기보다 큰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는 거나 뭐가 다른가.

 

모든 일에 애국주의를 끌어다 붙이는 것은 이미 중국인들의 고질이 되었다. 그냥 '애국병'이라고 불러도 될 것같다. 평소에 어떤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외국인의 점포를 때려부수러 달려간다. 결과적으로 때려부순 것은 중국의 보험회사이다. 이런 의거는 예전의 '의화단'의 막무가내와 차이가 없지 않은가. 구별된다면 의화단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날 외국인의 점포를 부수는 사람은 모두 글을 읽은 사람이라는 정도이다.

 

세계는 지금, 비록 누구나 자기가 속한 나라가 있고, 누구나 자기가 속한 민족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일들은 이미 국가나 민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로이터사가 최근 몇년간 중국에 관한 뉴스를 보도하면서 여러번 착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운이 좋지 않은 것같다. 작년 3월, 장만옥이 파리의 모 유명브랜드 가을겨울 패션쇼에 참석했는데, 로이터사는 그녀를 공리라고 보도했다. 비록 로이터사가 3분후에 정중하게 사과하였지만, 여전히 중국의 '애국병' 환자들로부터 한바탕 욕을 얻어먹었다. 금년 북경올림픽에서 중국여자체조단이 막 단체결승진출자격을 취득했는데, 로이터사는 '중국여자단체는 이미 결선에 올라갈 수 없게 되었다'고 보도해버렸다. 이번에도 중국의 '애국병'환자들의 화를 돋구었다. 그리하여 이 영국인들과 다시 한번 아편전쟁을 치루었다.

 

로이터사가 계속 정정하고 해명하고 사과하였지만, 우리의 동포들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이터사는 국제적으로 가장 큰 4개의 통신사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유구한 역사를 지닌 뉴스기관이며, 영국정부의 입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다만 그들은 전혀 영국의 정부매체도 아니고, 지금은 이미 오스트레일리아기업, 뉴질랜드기업도 지분참여를 하고 있다.

 

로이터사의 창시자는 나중에 영국국적을 취득한 독일인이다. 우리의 애국병환자들은 이것을 이유로 영국인과 함께 독일인도 욕을 해댈 것인가? 확실히 말하자면, 오늘날 로이터사를 영국매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적당하지 않다. 당연히 만일 로이터사가 영국정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면 아무도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수상이 영국수장이 장만옥이나 중국여자체조팀과 원한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헛소리에 불과하다.

 

애국주의는 무슨 만병고약이 아니다. 아무데나 바르면 되는 게 아니다. 천중허(陳忠和)가 이끄는 중국여자배구와 랑핑(郞平)이 이끄는 미국여자배구팀이 대전하게 되었다. 중국매체에서는 "화평대전(和平大戰)"이라고 불렀다. 매체의 경향으로 보면, "화평대전"은 그다지 평화로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모 신문은 시합전에 중국팀과 미국팀에 대한 관련보도를 내보냈는데, 천중허의 사진은 커다랗게 내고, 랑핑은 조그마한 증명사진을 귀통이에 박아놓았다. 이런 애국주의적인 처리는 정말 고명하지 못한 짓이다.

 

하늘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인지, 경기는 중국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수천년간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외쳐왔다. 그런데, 여자배구가 지자 갑자기 욕설이 하늘에 닿았다. 가장 야만적인 목소리는 랑핑을 매국노라고 칭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코미디이다. 그렇다면, Schlappner는 독일축구감독인데 중국의 축구를 위하여, 불원천리하고 중국에 와서 국가대표팀을 지도했는데, 이것은 무슨 정신인가? 오늘날 아직도 이런 유치한 어린아이같은 말을 하는 자가 있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