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책마입림(策馬入林)
7월 10일, <<적벽>>이 상영되는 첫날이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가보지 못했다. 7월 12일 저녁이 되어, 몇번 망설이다가, 아이가 가보자고 하여, 가보았다. 창자까지도 후회로 시퍼렇게 되었다.
예전에 필자는 <<야연>>, <<황금갑>>같은 류를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십면매복>>, <<영웅>>, <<무극>>의 해를 입어서, 절대로 다시는 이같은 '화이부실(華而不實, 화려하나 실질은 없는)'의 구렁텅이를 밟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또 속았다. 또 한번 몸을 망친 것이다.
본래 적벽대전은 삼국연의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심오하며 가장 삼국적인 전투의 하나이다. 소위 대감독, 대작이라면 어떻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경전적인 전투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제자리를 잡아주는 시각적인 맛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 우리의 IQ가 제자리잡는데(到位) 농락을 당하다보니, 할수없이 위장에서 쓴물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倒胃).
관운장의 적토마는 오우삼에게 잡아먹혔나보다. 관운장은 보병장수로 전락되었다;
양군의 진앞에 주유대도독, 관운장, 장비, 조자령등 원수, 대장들이 자리를 잡고서 전군을 지휘 하지는 않고, 서로 앞다투어 병졸들을 죽이면서, 필부지용을 자랑하고 있다;
오우삼은 중복적으로 일찌감치 익숙한 솜씨로 살인을 묘사하는데에만 열중했다. 계속 우려먹는 것은 혈우성풍(血雨腥風, 피의 비와 피비린내나는 바람) 속에서 푹푹 휘날리는 핏물, 착착 잘려나가는 병기이다. 그런데, 인물성격을 묘사하거나 인격매력을 드러내는데는 엉성하기 그지없고, 신경이나 힘을 쏟지도 않았다;
재색을 겸비한 것으로 이름이 드높고, 조조로 하여금 적벽대전을 발동하게 만든 바로 그 소교(小喬)는 느낌상으로 그저 섹시하며 애교떨고 아양부리는 '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 나오는지 모르겠는 베드신은 앞뒤도 안맞는다, 무료함의 극치이고, 억지로 하는 듯하다. "사랑"은 묘사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설익은 밥'만 내놓았다.
제갈공명은 누가 연기한 것인가? 흔들흔들하면서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영화관내의 여자들이 '어째 여자같냐?"고 할 정도였다. 사실 모든 '호화'로은 배역들이 대표하는 것은: 폼이나 잡고, 목에 힘이나 주고, 걸음걸이는 흔들거려, 온통 두부지꺼기나 버리는 것같다.
2시간여의 상편은 너무 엉망이다. 그럴듯한 장면도 없다; 섹스, 공차기, 도망치기, 배몰기, 사냥, 말낳기, 소�기등의 소소한 것들과 슬쩍 지나간 장판파전투를 빼면 유일하게 힘들여 만든 전투장면은 바로 수군을 엄호하기 위한 습격전인 조조병사의 기습전투였다. 첫째, 이 전투는 날조이다. 아예 이런 전투는 없었다. 둘쩨, 2천의 인마와 2명의 장군이 어찌 손유연합군의 모든 장군들을 다 불러내서 응전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쇼를 하거나 용맹을 자랑하는게 아니라면...그리고 있는 힘을 다 끌어내서 대량의 병력을 잃으면서 겨우겨우 쫓아보낸단 말인가?
아, 나의 뇌세포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 화려한 장삼 속에 이(蝨)를 찾는 것과 같다. 이는 너무 많아서, 찾다보면 내가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 그리고 다 찾지도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나는 영화가 완전히 고전명저를 재현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료(無聊), 무취(無趣), 무량(無良), 무도(無道)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뭘 더 얘기하겠는가?
소위 중국어영화 박스오피스기록을 창조한다는데, 그것도 상편에 불과할 것이다. 이처럼 크게 '속여' 먹였으니, 다음 하편에 스스로 또 속아서 그물에 빠질 사람이 있을까?
일류영화관에 구절양장식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영화핀들을 보면서, 나는 오우삼에게 말하고 싶다. 노신 아저씨가 이미 말했듯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시키는 것은 바로 도재해명(圖財害命)이라고. 너 오우삼이 늙어서 절개를 지키지 않는 것이야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그렇지만 네가 무고한 관중의 돈을 털어가면서, 다른 사람의 시간까지 낭비시키는 것은 정말 재물을 도모하면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하는 일이다. 당연히 두 가지죄로 모아서 처벌받아야 한다. 제발 바라건데, 하편을 찍을 생각을 말아라. 망나니가 칼을 놓는다고 생각하고, 절벽 끝에서 말을 멈춘다고 생각해라. 이 "미완공작품"에 연연하지 말라.
다시 한마디 하자면, 이런 영화를 가지고 중화문화를 드높이려고 한다면, 아. 절망이다.
'중국과 경제 > 중국의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벽>> 과 역사적 사실 (0) | 2008.07.14 |
---|---|
<<적벽>> 후유증 (0) | 2008.07.14 |
중국연예계의 세 가지 고질 (0) | 2008.06.20 |
역대 홍콩영화의 금상장(金象奬)의 남우/여우주연상 (0) | 2007.04.25 |
중국의 대작영화는 고의적인 현실도피인가? (0) | 2006.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