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지합재요대(瓊枝只合在瑤臺)
수향강남처처재(誰向江南處處裁)
설만산중고사와(雪滿山中高士臥)
월명림하미인래(月明林下美人來)
한의소영소소죽(寒依疎影蕭蕭竹)
춘엄잔향막막태(春掩殘香漠漠苔)
자거하랑무호영(自去何郞無好詠)
동풍수절기회개(東風愁絶幾回開)
옥같은 가지는 신선이 사는 요대에나 어울릴텐데,
도대체 누가 강남의 곳곳에 심어놓았단 말인가.
눈가득한 산속에 누워있는 고아한 선비와 같고,
달밝은 밤에 숲속으로 걸어오는 미인과 같다.
차가운 대나무의 사그락거리는 소리는 매화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봄날에 들판의 이끼는 매화꽃잎의 남은 향기를 덮어주고 있다.
남조의 시인 하손이 떠난 이래로 매화는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읊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봄바람에 쓸쓸히 지었다가 다시 피기를 몇번째던가.
고계는 모택동이 "명나라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내려 유명하게 되었다.
고계는 매화시에서 매(梅)라는 말을 한번도 쓰지 않았는데, 나중에 모택동도 "복산자. 영매"에서 매(梅)라는 말을 한번도 쓰지 않고 사를 지었다.
첫번째 두 구절에 나오는 요대(瑤臺)는 곤륜산에 있다는 것으로 신선들이 살고 있으며 거기에는 옥수경화(玉樹瓊花, 옥으로 된 꽃과 나무)로 가득하다고 한다. 경지(瓊枝)는 바로 매화가지를 가리키고, 매화의 자태를 가리킨다고 할 것이다. 자태가 인간세상에 있을 것같지 않은데, 인간세상에 와 있다는 것으로 매화를 크게 찬양하는 구절이다.
두번째 두 구절은 매화를 읊은 구절중 유명한 구절이다. 이 곳은 두 가지로 모두 해석될 수 있을 것같다. 즉, "고사"와 "미인"자체가 바로 매화를 가리킨다고 해석하는 것이 그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고아한 선비가 눈가득한 산속에 누워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이 달밝은 밤에 숲속으로 보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바로 매화라는 것이다. 이는 정(靜, 臥)과 동(動, 來)을 잘 배합했고, 선비와 미인을 잘 대비시켜서 매화의 고아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세번째 구절은 매화의 뛰어남을 주변과의 관계에서 찾았다. 즉, 매화의 차가움은 한겨울의 대나무숲에서 나는 소리로 더욱 돋보인다는 것이다. 대나무는 매화의 차가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존재로 여기에 등장한다. 그리고 봄이 되면 매화꽃잎이 떨어지는데, 그 떨어진 꽃잎이 뒷모습이 쓸쓸하게 하지 않기 위하여 이끼가 돋아서 그 꽃잎을 감춰주기도 한다.
네번째 구절은 남북조 시대 남조의 시인인 하손이 매화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서 매화를 읊은 후에 아무도 매화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매년 쓸쓸하게 지고 다시 피기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비로소 매화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었다는 자부심도 은근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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