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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악비)

"막수유(莫須有)"에 대한 새로운 해석

by 중은우시 2008. 1. 21.

글: 정계진(丁啓陣)

 

진회(秦檜)가 말한 "막수유" 세 글자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자고이래로 이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를 않았다. 어느 한 해석도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정설로 굳어지지 못했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자 한다.

 

탈탈(脫脫)이 쓴 <<송사. 악비전>>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그에 대한 형옥을 황상에게 올리려 할 때, 한세충은 불만이었다. 진회를 가리키며 사실이 맞는지 힐문했다. 진회가 말하기를: "악비의 아들 악운이 장헌에게 보낸 서신은 비록 명확하지 않지만, 그 사건 자체는 막수유이다. 한세충이 말하기를 "막수유라는 세 글자로 천하사람들이 납득하겠는가"하였다.

 

악비는 역대이래로 대영웅으로 인식되어  왔고, 사람들은 악비가 해를 입은 것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리고 죄명을 엮어서 악비를 죽게 만든 진회에 대하여는 이를 갈며 미워했다. 그리하여, 이 문구에 나타난 진회가 악비부자의 "판결문"은 아주 관심을 얻었다. 판결문에서 핵심글자는 "막수유"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여러가지 의견이 난무하고 많은 저명한 학자들이 토론에 가담하였지만, "막수유"의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시종 타당한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 필자도 이에 대하여 오랫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만족할 답을 찾지는 못했었다.

 

한겨울 동지섣달에, 달콤한 잠에서 깨기 싫어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창가에 기대어 서서 바�세상을 바라보니, 쌓인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았고, 온 땅이 새하얗다. 하늘은 음울하고, 마치 새눈이 곧 내릴 것만 같다. �은 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데, "순간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영감이 동하고, 머리가 갑자기 맑아졌다. 말로는 오래 걸리지만, 실제는 순간이었다. 머리속에서 '막수유'의 세 글자가 순간 나타났고, 스스로 이거다 싶은 답안이 떠올랐다. 모두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필자가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얻은 해석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다. 먼저 이전에 있었던 해석에 대하여 알아보자:

 

첫째, 어떤 사람은 "막수유"를 "없다(沒有)"고 해석한다. 이 견해를 제기하는 자는 분명히 머리가 나쁜 자이다. 악비를 죽이려고 하면서, 어떻게 그가 무죄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자체로 모순된다. 장원출신에 재상까지 지낸 진회가 그렇게 멍청할 리는 없을 것이다.

 

둘째, 어떤 사람은 "막수유"를 "아마도 있을 것이다(也許有)"라고 해석한다. 비록 지금 적지 않은 사전에서는 이 설을 취하고 있지만, 이에 대하여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주장을 얘기하는 사람은 IQ가 약간 높기는 하지만, 아주 높지는 않다. "이 일이 아마도(대략, 혹은) 있을 것이다"라는 것은 자신감이 결핍된 것처럼 보이고, 뒷심이 모자란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재상인 진회가 할 말은 아닌 것이다. 진회 승상이 하는 말이 이처럼 흐리멍텅할 리는 없다.

 

셋째, 어떤 사람은 "막수유"를 "반드시 있다(必須有)"고 해석한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은 서건학(徐乾學), 필원(畢沅), 주이존(周彛尊)등으로 모두 청나라때 유명한 문인학자들이다. 그들은 판본이 다르다는 가설에서 출발하고 여기에 추측을 더하여 이런 주장을 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송나라때 문헌중에 이를 방증하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필"과 "막"의 두 글자는 형태나 음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서로 섞어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추측은 추측일 뿐이고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넷째, 어떤 사람은 "막수유"를 "...막, 수유"로 읽는다. 청나라때 저명한 학자인 유정섭(兪正燮)은 이 설ㅇ르 주장했다. 비록 <<논어>>에 "문막, 오유인야(文莫, 吾猶人也)"라는 글을 방증으로 삼기는 했지만, "수"자를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고, 한세충이 말한 "막수유"라는 말과도 어긋난다. 한세충이 무장이기는 했지만, 말뜻을 그렇게 못알아들을 리가 없다. 게다가 여하한 문헌으로도 증명되지 않는다.

 

다섯째, 어떤 사람은 "막수유"를 "설마 없을리야, 설마 아닐리야(難道沒, 難道不)"로 해석했다. 대만의 문호인 이오(李敖) 선생이 이런 주장을 펼쳤다. 어떤 사람은 이 의견에 찬동하며, 송나라때의 적지 않은 문헌을 증거로 제시했다. <<건염이래계년요록>>의 "막수소이삼대장래(莫須召二三大將來)", <<곡효구문>>의 "막수대개보참고부(莫須待介甫參告否)", <<철위산총담>>의 "막수문타부(莫須問他否)", <<보진재법서찬>>의 "막수여타명변(莫須與他明辯)", <<분류이견지>>의 "막수사상서부(莫須謝상서부)", <<사릉록>>의 "막수비출(莫須批出)", <<후촌대전집>>의 "막수유인(莫須有人)"등등을 들고 있다. 이 주장의 문제점이라면, 첫째, 진회의 중국언어구사능력을 저평가하였다는 것이다. "악비의 아들과 장헌에게 쓴 서신은 비록 명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사실이 설마 없단 말인가?"라는 해석이 되는데, 이는 어법에 맞지 않는다. 둘째, 예로 든 문구들이 모두 명확히 해석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주장들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필자의 마음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

 

여기서 필자의 새로운 주장을 개진하고자 한다: "막(莫)"이라는 것은 발어사(發語詞)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막수(莫須) = 수(須) = 당연히(應該)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막수유"라는 것은 "당연히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는 "아마도"와는 다르다. 전자는 단정적임에 비하여, 후자는 추측에 불과하다.

 

만일 못믿겠으면, "막수유"를 "당연히 있다"로 넣고 상술한 문헌을 해석해보자. 그렇게 하면, 어느 한 곳 들어맞지 않는 곳이 없어진다. <<송사. 악비전>>을 현대어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에 대하여 판결을 내리려고 할 때, 한세충은 승복할 수 없었다. 달려가서 진회에게 무슨 증거가 있느냐고 따졌다. 진회가 대답하기를 "악비의 아들 악운이 장헌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이 비록 불명확하기는 하지나 그러나, 그 사실(모반)은 당연히 있었다"고 말했다. 한세충은 반박하여 말하기를 "당연히 있었다는 말로 세상사람들이 납득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를 보면, 진회의 중국어구사능력이 아주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런 확증이 없는 상황하에서 그는 한어의 모호한 특징을 아주 잘 이용했다. "막수유"라는 말로써, "확실히 있다" 와 "아마도 있을 것이다"는 중간적인 뜻을 잘 표현했다. 이로써, 진퇴가 모두 가능하고, 정리에도 부합하며, 좌우로 모두 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당연히, 진회가 "막수유"라고 한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송고종 조구의 의지였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송나라의 조씨황족은 진교병변으로 황제위에 올랐다. 그리하여 무장을 방비하고, 문관은 신임한다는 것이 기본국책이었다. 악비와 같은 장수는 그들에게 가장 골치거리였다.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침식이 편안하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