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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원)

원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집을 팔았는가?

by 중은우시 2007. 12. 18.

글: 이개주(李開周)

 

원나라때 사람들은 어떻게 집을 팔았는가? 원나라때 집을 팔려면, 수당이래의 다른 왕조때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친족과 이웃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원나라에 태어났다면, 혹은 양송이나 명청의 어느 한 왕조에 태어났다면, 돈이 모자라서, 자기가 살던 집을 팔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먼저 매입자를 찾아야 할 것이며, 가격을 협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40만냥이라고 치자.

 

오늘날이라면, 매입자는 돈을 지불하고, 매각자는 등기권리증을 넘겨주고 두 사람이 계약서를 쓴 다음에 등기소에 가서 명의를 이전하면 끝날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렇게 할 수가 없었다. 수당이후, 의식형태상이건 아니면 경제형태상이건 족권(族權)이 아주 강했다. 동일한 종족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일정한 정도에 있어서 공유였다. 친족의 재산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민간에서는 족규(族規)를 만들었고, 국가는 법규(法規)를 만들어서 각종 수단을 활용하여 개인을 제약했고, 개인이 자유롭게 부동산을 양도할 수 없게 하였다.

 

당나라때부터 오대까지, 양송부터 명청까지, 민간의 부동산매각을 제한하는 측면에서 국가의 법규는 기본적으로 일치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집을 팔려면 먼저 친족과 이웃에 물어보라.

 

원나라를 예로 들어, 합법적인 부동산매각절차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을 팔기 전에 먼저 족장(族長)을 찾는다. 그리고 그에게 신청서를 제출한다. 만일 족장이 집을 파는데 동의하면 신청서에 사인을 해줄 것이다. 만일 그가 동의하지 않으면, 미안하지만, 집을 팔 생각을 포기하는게 좋다. 만일 족장이 없다면 종족에서 배분이 가장 높고,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대체한다.

 

둘째, 큰 종이를 사서, 네가 팔려고 하는 집과 얼마에 팔려고 하는지를 적어서, 오복(五服)이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만약 그들이 네가 집을 파는데 동의한다면, 종이에 서명해주게 된다. 만일 네가 집을 외부에 파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즉 그 자신이 사고자 한다면, 종이에 숫자를 기재한다. 그 숫자는 그들이 내려는 금액이다. 만일 그 금액이 네가 팔려는 금액보다 높으면 그에게 반드시 팔아야 하지만, 네가 팔려는 금액보다 낮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셋째, 집의 사방 이웃을 찾아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절차를 다시 취하여야 한다.

 

넷째, 집에 세들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찾아서, 다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절차를 취하여야 한다.

 

다섯째, 이상의 절차가 끝나면 종이위에는 여러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게 될 것이다. 이 종이를 원나라때는 "문장(問帳)"이라고 불렀다. 어떤 곳에서는 "한부(限簿)"라고도 불렀다. 이 문장이나 한부는 집을 팔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고 법정요건이다. 이것이 있으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이전을 할 수 있다. 이후의 거래과정이나 절차는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모든 법률은 시행되고 나면 헛점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법률절차에도 헛점이 있었다. 여기에는 친족이나 이웃이 서명하여야 하는 기간의 제한이 없었다. 이는  친족과 이웃들이 회색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네가 팔려는 집을 40만냥에 제시했는데, 이웃의 왕씨아줌마가 30만냥에 사고 싶다면, 그녀는 시간을 끌며 서명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법률규정상으로는 이웃들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서명하지 않으면 집을 파는 것은 불법이 된다. 그러면 돈이 급한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싼 값에 왕씨아줌마에게 팔거나, 아니면 500냥을 선물로 들고 밤중에 찾아가서 서명을 받아낼 수밖에 없다.

 

원나라 초기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리하여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손해를 많이 보았다. 집파는 사람의 친척이나 이웃들은 망외의 소득을 얻곤 했다. 집파는 사람들이 억울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현아에 제소하기도 하고, 돼지잡는 칼을 들고 친척과 이웃을 쫓아다니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방의 관리들은 아주 골치가 아팠다.

 

다행히 기간이 정해졌다.

 

적지 않은 사료들을 살펴보니, 최소한 1269년부터, 원나라사람들은 집을 팔 때 예전처럼 골치아프지 않아도 되었다. 법률에 아래의 내용이 보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친척, 이웃과 세입자는 문장을 받은 후 만일 매각에 동의하면 반드시 3일내에 섬여해야 한다. 만일 자기가 구매하고 싶으면, 반드시 5일내에 가격을 제시하여야 한다. 기간이 지나도록 서명하지 않으면 매각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둘째, 족장이 부동산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현아(관청)에 제소할 수 있고, 관청에 팔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의견을 요청할 수 있다. 관청의 의견이 최종적이 된다.

 

셋째, 친척, 이웃과 세입자중에서 만일 외지에 나가 있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이 돌아와서 서명하도록 통지할 수 있다. 통지를 받고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들의 가족이 대리서명한다. 만일 전 가족이 외지에 있고, 100일이상의 거리에 있으면 매각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개략 1315년이후, 이상의 보충규정은 다시 한번 수정된다. 친척과 이웃과 세입자가 서명하는 기간이 10일로 연장되었고, 가격제시기간은 15일로 연장되었다. 그리고, "100일이상의 거리"은 "100리이상의 거리"로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