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劉邦)의 성공지도(成功之道)

글: 정계진(丁啓陣)

 

출신이 미천하고 제대로된 직업도 가지지 못했던 시골의 무뢰한이 7,8년의 전투를 거쳐, 중국역사상 보기힘든 위대한 왕조의 개국황제가 되었다. 그의 성공의 길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였다.

 

유방은 자기가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장량, 소하, 한신등 걸출한 인재들을 잘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근대 "후흑학(厚黑學)"의 창시자인 이종오(李宗吾)선생은 유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얼굴이 충분히 두꺼웠고, 마음이 충분히 시커멓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역사학자들은 유방이 시류에 맞게 잘 처신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필자가 최근에 <<사기>> <<한서>>를 자세히 읽어보고나서 책을 덮고는 깊이 생각해보았다. 옛날에 아무도 제시하지 않은 하나의 원인을 발견했다. 유방의 신변에는 아주 뛰어난 신화조작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신화만들기는 유방의 출생부터 시작한다. 유방의 모친인 유온이 하루는 물가에서 쉬고 있는데, 꿈에 신령과 만나서 관계를 가진다. 이때 하늘은 갑자기 어두워지고, 번개와 천둥이 쳤다. 그의 부친이 가서 보니, 교룡(蛟龍)이 그의 처와 얽혀 있었다. 유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을 했고, 나중에 유방을 낳았다. 실제상황은 장태염(章太炎)이 토로한대로, "그의 모친은 다른 사람과 간통을 했고, 간부를 용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어서, 그의 모습에 대하여도 조작을 한다. 유방은 생긴 모습이 "융준이용안(隆準而龍顔, 코가 크며 용의 얼굴이다)"이며, 왼쪽 대퇴부에 72개의 검은 점이 있다. 코가 크고 용상이라는 것은 용이 인간세상에 내려온 것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며, 72개의 검은 점은 화덕(火德) 72일의 징조라는 뜻일 것이다. 신령이 인간세상에 내려올 때는 천기누설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보는 사람들이 진실로 믿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방은 술에 취했을 때, 술집을 열고 있는 왕온과 무세는 그의 어깨위에 자주 용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되며, 이로 인하여 그의 술빚을 탕감해주곤 했다. 진짜 용이 인간세상에 내려왔다면 더 많은 일들이 생겨야 한다. 그리하여 술에 취해서 백사(白蛇)를 칼로 벤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이는 신화조작의 최고봉이다. 말인즉슨, 유방은 정장(亭長, 촌장정도의 직위)의 신분으로 진나라조정을 위하여 노역꾼들을 여산(驪山)으로 데려가야 하는데, 중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망쳤다. 유방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여산에 도착하게 되면 모두 도망치고 없겠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아예 술을 마시고 사람을 모두 떠나보낸다. 그렇지만 십여명의 망명의 무리들은 그를 계속 따르겠다고 한다. 이들 일행이 술을 먹고 못가를 지나는데, 한 명이 앞장을 섰다. 앞장섰던 자가 돌아와 보고하는데, 앞길에 큰 뱀이 하나 있으니 돌아가자고 한다. 유방은 취중에 간이 커져서, 전혀 두려움없이, 앞으로 나가서 검을 꺼내 큰 뱀을 둘로 잘라버린다. 그리하여 길을 가로막는 것이 없어졌다. 뱀 한마리를 죽인 것이 뭐 신기할 것도 없다. 기껏해야 간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다시 몇리의 길을 가다가 한 노파가 밤에 앉아서 우는 것을 보게 된다. 자기의 아들은 백제(白帝)의 아들로 백사로 변신했는데, 적제(赤帝)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은 기괴하게 생각하였는데, 노파는 순식간에 보이지 않았다. 이는 또 다시 유방이 적제의 아들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설명한다.

 

한 사람을 신으로 만들려면 여러 방면의 증거가 필요하다. 이를 증명해주는 사람은 당대의 황제일 수도, 신비한 노인일수도,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일수도, 혹은 신변의 친우일수도 있다. 진짜 용이 세상에 내려왔따면 당연히 부귀한 관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관상을 볼 줄아는 여공(呂公)은 유방의 모습을 보고, 바로 앞길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고 딸을 시집보낸다. 얼굴이 잘 생겨서 시골무뢰한이 아주 좋은 혼처를 잡은 것이다. 유방의 처인 여씨가 하루는 두 아들을 데리고 밭에서 일을 하는데, 한 노인이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했다. 노인은 여씨모자의 관상을 보고는 모두 아주 부귀할 상이라고 말해준다. 나중에 유방이 그 말을 듣고는 쫓아가서 노인에게 자기의 관상을 봐달라고 했다. 그러자 "귀하기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해준다. 진시황도 일찌기 "동남방에 천자의 기운이 있다"는 말을 듣고, 동쪽으로 순유하여 그 기를 진압하고자 하였다. 유방은 자기를 가리키는게 아닐까 생각하여, 망산과 탕산의 바위속에 숨어버린다. 그의 처인 여씨가 사람을 데리고가서 그를 찾았는데, 항상 바로 그를 찾아냈다. 유방이 그녀에게 원인을 물었더니, 여씨는 "네가 있는 곳에는 항상 구름기운이 있어서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증거들은 모두 생활에 가까이 접해 있는 것들이고, 쉽게 사람들을 믿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만들기 운동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예기한 성과를 거두었다. 먼저 망명자들이 생명위협을 무릅쓰고 그를 따라 반란에 참가하였고,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가 패현의 현령을 추살하였을 때, 그는 많은 전설적인 점들로 인하여 사람들에 의하여 현령으로 모셔졌고, 소하, 조참, 번쾌와 같은 인물들이 평생을 그에게 충성한다. 이로써 한꺼번에 2,3천명의 사람을 모으며, 제왕으로 가는 길을 가게 된다. 신화만들기운동의 사명은 이때 기본적인 임무를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미신을 믿던 시대에, 일개 시골의 무뢰한이 반란을 생각하였다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운집하게 하는 국면을 만들려면, 신기한 전설을 조작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왕후장상에 씨가 있느냐"고 외친 진승, 오광과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을 시켜서 몰래 물고기 뱃속에 "진승왕(陳勝王)"이라는 비단조각을 넣어 놓았고, 오광은 밤중에 주둔지 부근의 사당에서 귀신처럼 "대초흥, 진승왕(大楚興, 陳勝王)"이라고 외쳐댔다.

 

유감스러운 것은, 사서에는 유방을 위하여 신화만들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역사의 뒤켠에서 막후영웅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아마도 그들에 유방의 가족, 친척, 혹은 유방 본인도 포함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