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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중국의 광업

어느 광산노동자의 유서

by 중은우시 2007. 10. 19.

아버지, 어머니, 동생, 누이:

 

이 편지를 받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 두분은 울지도 마시고, 괴로워하지 마세요. 특히 어머니는 울어선 안됩니다. 내 생각에 아버지의 허리병도 빨리 치료해야 되고, 동생이 학교가는데도 돈이 필요하고, 특히 누이의 병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됩니다. 더 미뤄서는 너무 힘들어질 겁니다. 돈을 조금씩 모아서 병치료하려고 해서는 언제 돈을 충분히 모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만일 내가 죽어서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나는 지금은 내가 어떻게 죽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한꺼번에 여러명이 죽게 되면, 광산주도 감출 수 없을 것이고, 상급기관에서 조사를 나올 겁니다. 이 경우, 죽은 사람은 한 사람당 20만위안을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나와 한두명이 죽는다면, 광산주와 사적으로 합의하시면 됩니다. 25만위안을 요구해도 될 겁니다. 반달전쯤에 죽은 사람은 25만위안을 받고 사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은 오지 마세요. 길도 멀고 걷기도 힘드니, 그렇게 고생하실 필요없습니다. 명기, 명발 두분 형님을 보내주세요. 그들은 세상물정도 알고, 말도 잘 하며, 몸집도 크고, 기도 세지 않습니까. 그리고 서원(西院)의 셋째아주머니를 오게 하세요. 그녀는 거세서 울기도 잘하고 소란도 잘 피우니까요. 그들에게 먼저 30만을 요구하라고 해주세요. 광산주는 아마 안 내놓을 겁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소란도 피우고, 신문사, 방송국도 찾아가서 광산에서 사람죽은 사고들을 까발리겠다고 하라고 하세요. 광산주는 아마도 그렇게 하는 걸 겁낼 겁니다. 그렇지만, 진짜로 신문사, 방송국을 찾아가서 말하지는 마세요. 우리는 그저 겁만 주면 되는 겁니다. 우리야 돈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요. 최저 25만입니다. 당연히 1만, 2만을 더 받을 수 있으면 좋구요. 절대로 약해져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돈을 아주 잘 법니다. 10만, 8만정도는 매일 법니다. 그저 그들은 주고 싶지 않고 선례를 만드는 것이 두려운 겁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비교하며 내놓으라고 할 것을 겁내는 것이지요. 그러니 명기형등에게 말해주세요. 소란피울만큼 피우고, 강온 두가지 방법을 다 쓰면서 1만원이라도 더 얻어낼 수 있다면, 내 누이가 한 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명기형 그들에게 너무 심하게 쪼으지는 말라고 해주세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버리면, 광산주들도 암흑가에 친구들이 있으니까, 나중에 명기형이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몸을 누일 곳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찾지 못하겠으면 그만두세요. 있거든, 절대 고향으로 운구하지 마세요. 차를 빌려서 고향까지 가려면 한번 가는데 1만위안은 들지 않습니까. 이 돈을 그런데 써서는 안됩니다. 명기형에게 저를 이곳에서 그냥 화장시키라고 하세요. 유골만 가져가면 됩니다. 내가 쓰는 잔돈부스러기는 모두 서랍안에 있습니다. 거기에 작은 라디오도 있는데, 그건 나와 함께 묻어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이 25만위안이 있으면, 아버님은 더 이상 막일하러 가지 마세요. 허리가 좋지 않으시니 높은 곳에 올라가시면 좋지 않잖아요. 어머님은 다른 집 농사일해주러 가지 마세요. 두분도 좀 쉬셔야지요. 먼저 누이 병부터 치료해주세요. 그렇지만 5만, 6만을 써도 낫지 않거던 더 이상 계속 돈을 쏟아붓지는 마세요. 두분 어르신이 나이들어 쓰실 돈을 남겨두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동생에게도 조금 남겨주세요. 동생이 몇년간 학교다니려면 한 5,6만은 필요하겠지요. 일자리 찾기가 쉬울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장가도 들어야 하고, 돈 쓸 일이 많을 겁니다. 나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동생은 학교에 꼭 다니게 하고 싶어요. 학교를 다녀야 나와서 제대로 일할 수 있고, 가난한 산골짜기를 벗어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큰고모, 둘째고모, 이모, 외삼촌, 삼촌에게 빌린 돈도 모두 갚으세요. 그들 집에도 모두 일들이 있어서, 한창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고모집의 사촌동생도 전에 이곳에 와서 일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들에게 집에서 300위안 벌 수 있으면, 여기와서 3000위안 벌려고 하지 말라고 하세요. 이곳은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너무 위험해요. 절대 그들에게 이곳으로는 오지 말라고 하세요.

 

아버지, 어머니. 더 이상 두분 어르신을 모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동생에게 후손을 잇게 하고, 두분을 모시도록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불효자는 절을 드립니다. 두분 어르신이 여생을 편안히 지내시길 바라고, 누이도 빨리 병이 낫기를 바라고, 동생도 하는 일마다 순조롭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낡아서 내년에 새로 지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도 새고 물도 들어오고 할 겁니다. 이건 아버지의 허리나, 어머니의 다리나, 누이의 병에 다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질 텐데, 모두 옷이라도 하나씩 새로 사 입고, 텔레비젼도 하나 사세요.

 

반드시 칼라텔레비젼으로 사세요. 누이에게도 칼라텔레비젼을 보여주고, 누이에게 새 옷도 사주고, 동생에게 가죽구두도 사주세요. 반드시 사세요. 집으로 돌아가자 마자 사세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마세요. 우리가 남의 것 훔친 것도 아니고 강도짓한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마세요. 모두 잘 먹고 잘 입는다면, 나는 죽어서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아들: 대광

 

2006년 10월 8일

 

[2006년 12월 4일, 귀주의 광산노동자 이대광은 탄광에서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광산노동자인 친구는 그와의 생전 약속에 따라, 유서를 그의 집에 보내주었다. 이 유서는 구두점을 몇 군데 고치고, 오자를 8개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