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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분석/중국역사의 철칙

황제(黃帝)와 역목(力牧): 술과 구정물의 법칙

by 중은우시 2007. 8. 27.

글: 왕자력(王自力)

 

술 한 주걱을 구정물 한통에 넣으면, 여전히 구정물이다. 구정물 한 주걱을 술 한통에 넣으면, 술은 구정물로 바뀌어 버린다.

 

황제(黃帝) 때, 대외(大)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능력이 뛰어났다. 황제는 그가 재주있다는 말을 듣고, 방명(方明), 창우(昌寓), 장약(張若)등 여섯 명을 데리고 그를 찾아나섰다. 구자산(具茨山)의 한 산골짜기에서 일곱 사람은 길을 잃었다. 마침 곁에 목동이 한명 보여서 그에게 구자산으로 가는 길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목동은 "압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그에게 대외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으니, 목동은 역시 "압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구자산과 대외에 관해서 일곱 명에게 상세히 얘기해 주었다. 황제는 이 목동이 나이는 어리지만 말에 조리가 있어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천하를 다스리는 이치를 아는가?" 그러자 목종은 "천하를 다스리는 것도 내가 말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해로운 말을 없애면 됩니다"

 

어떤 조직에서든, 거의 모두 다루기 힘든 인물이 한 둘 끼어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존재목적은 마치 일을 그르치기 위해서 있는 듯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들이 썩은 사과처럼 적시에 처리해주지 않으면 바구니 안의 모든 사과를 썩게 만든다는데 있다.

 

파괴자의 능력이 비범한 이유는 바로 파괴는 건설보다 쉽다는데 있다. 도자기장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온갖 정성을 쏟아 만들어낸 도자기도 못된 당나귀 한마리가 1초면 부셔버릴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조직안에 이런 못된 당나귀가 있으면, 아무리 뛰어난 장인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없는 것이다.

 

제갈량은 <<장원(將苑)>>이라는 글에서 <<축악(逐惡, 악을 쫓아냄)>>이라는 글을 써서 다섯 유형의 무리를 해치는 말(害群之馬)의 특징을 들었다. 지금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그는 군대를 다스리는 일이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건 5 종류의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국가, 군대를 혼란시키는 화근이기 때문이다. 이 다섯 유형은 (1) 사결붕당(私結朋黨), 즉 사사로이 무리를 지어 당파를 만들고, 소조직을 만들며,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특히 능력있고 덕있는 사람을 끌어내리는 사람, (2) 의복에서 사치, 낭비를 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모자, 복식을 해서 허영심이 강하며, 여러 사람의 눈을 끌려는 사람, (3) 실제에 맞지 않게 혹세무민하거나, 유언비어를 만들고 속이는 사람. (4) 시비곡직을 불문하고,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무리와 군대를 동원하는 사람, (5) 자기 개인의 득실에 너무 집착하면서, 암중으로 적군과 결탁하는 사람. 이 다섯 유형의 사람은 그저 멀리할 수밖에 없고,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해군지마"의 무서운 점은 그들이 가진 무서운 파괴력에 있다. 정직하고 능력있는 인물이 혼란스러운 부서에 들어가면 거기에 매몰되어 버린다. 그리고 한 사람의 재주없고 덕없는 사람은 아주 효율있던 하나의 부서도 완전히 모래알같은 조직으로 변모시켜 버린다. 조직시스템은 왕왕 아주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상호이해, 타협과 용인에 근거하여 구축된 것이기 때문에 손쉽게 침해받고 중독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직장의 우화가 있다. 4마리의 원숭이가 함께 정방형의 석판을 운반하는데, 그중에 A는 전전긍긍하면서 온 힘을 다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운반을 제대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D는 처음부터 힘을 전혀 쓰지 않고, 그저 힘쓰는 척만 할 뿐이지만, 입으로는 힘내자고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고 있고, B와 C는 그저 대세를 따르는 자들이어서, 윗사람들의 태도가 어떤지에 따라 힘을 많이 쓰기도 하고, 적게 쓰기도 하한다. 그래서, 이 석판을 제대로 운반할 수 있을지는, B와 C가 A를 본받을 것인지, 아니면 D를 본받을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A는 힘을 너무 많이 쓰니기 항상 힘들고 피로할 것이고, D는 비교적 여유있고 느긋할 것이다. 그렇다면 B, C는 본능적으로 D를 본받기 마련이고, 석판은 결국 깨지게 되어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개입한다면,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는 완전히 경영진의 개입태도에 달려있다. 만일, 경영진이 말로도 A의 정신을 칭찬하고 실제업무에 있어서도 A를 중용하고, A를 승진시킨다면, B와 C는 A를 따라할 것이고, 적어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D를 모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록 D가 힘을 쓰지 않더라도 석판은 옮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경영진이 A를 말로는 칭찬하지만, 실제로 중용하고 승진시키는 것은 D이거나 심지어 말로도 A를 칭찬하지 않고 D를 칭찬한다면(왜냐하면 D는 힘은 쓰지 않지만 고함은 제일 많이 질렀기 때문이다), B와 C는 당연히 D를 따라할 것이다. 그렇다면, A가 아무리 힘을 쓰더라도 B,C,D가 모두 힘을 쓰지 않으므로 네모난 석판은 당연히 땅바닥에 떨어져 깨지게 될 것이다.

 

하나의 조직경영자가 해군지마의 위험을 깨닫느냐 아니냐, 그리고 업무에서 제약을 가하느냐 아니냐는 조직의 업적과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일 조직에 D와 같은 해군지마가 있다면, 경영진은 이 말을 제거해야 한다. 만일 여러가지 이유로 이렇게 할 수 없다면, 적어도 묶어두어야 한다.

 

맨처음에 했던 이야기에서 황제가 대외를 만나도 돌아오는 길에, 돌연 그 목동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했다. 저녁이 되어 꿈 속에서 한 사람이 손애 천균(千鈞)이나 되는 무거운 활을 들고 수만의 양을 방목하는 것을 보았다. 황제는 홀연 이 목동이 얻기 힘든 인재이며 이름이 역목(力牧)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 그를 데려왔다. 교육을 시킨 후에 인사를 담당하는 관리로 임명했는데, 그는 나중에 국가를 위하여 큰 공을 세웠다.

 

사마천은 "황제가 풍후(風后), 역목(力牧), 상선(常先), 대홍(大鴻)을 데려와 백성을 다스렸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의 역목이 바로 그 목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