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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중국의 전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은 무엇인가?

by 중은우시 2007. 3. 21.

옛날, 원음사(圓音寺)라는 절이 있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와서 향을 사르고 절을 했으며, 향불이 끊이지 않았다. 원음사의 대들보에는 거미 한 마리가 줄을 치고 있었다. 매일 향을 맡다보니, 거미에게도 약간의 불성(佛性)이 생겼다. 천여년간의 수련을 거쳐, 거미의 불성은 적지 않게 늘어났다.

 

어느 날, 부처가 원음사에 나타났다. 향불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매우 기뻤다. 절을 떠나려고 하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대들보에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를 보게 되었다. 부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거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와 만난 것도 인연이구나. 한가지 물어보겠다. 네가 천여년을 수련하면서 얼마나 깨달았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괜찮겠느냐?" 거미는 부처를 만난 것이 너무나 기뻐 괜찮다고 연신 대답했다. 그러자 부처가 물어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이 무엇이냐?" 거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답변했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은 '얻지 못한 것'과 '잃어버린 것'입니다" 부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떠났다.

 

또 다시 천년의 세월이 흘렀다. 거미는 여전히 원음사의 대들보에서 수련을 했다. 그의 불성(佛性)도 많이 늘었다. 하루는 부처가 다시 절앞에 와서, 거미에게 물었다. "너 좋아 보이는구나. 천년전의 그 문제에 대하여 좀 더 깨달은 것이 있느냐?" 거미의 대답은 여전히 천년전과 같았다.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더 깊이 생각해봐라. 다시 널 찾아오겠다"

 

다시 천년이 흘렀다. 하루는 큰 바람이 불고, 바람은 한 방울의 감로(甘露, 달콤한 이슬)를 거미줄에 떨어뜨렸다. 거미는 감로를 보았다. 맑고 투명하며 아주 예뻤다. 그래서 아끼는 마음이 들었다. 거미는 매일 감로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의 생각에 삼천년내로 가장 즐거웠던 며칠간이었다. 돌연, 다시 큰 바람이 불고, 감로는 다시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거미는 돌연 뭔가를 잃어버린 듯했고, 고독을 견디기 힘들어졌다. 이 때 부처가 다시 왔다. 그리고 같은 문제를 물었다. 거미는 감로를 생각하고 또 똑같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은 '얻지 못한 것'과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는 "좋다. 네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너를 인간세상에 보내어 한번 둘러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

 

이렇게 하여 거미는 한 관리집안에 아가씨로 태어나게 되었다. 부모는 그녀에게 이름을 주아(蛛兒, 주아는 거미라는 뜻임)라고 지어주었다. 순식간에, 주아는 16살이 되었고, 이미 예쁜 처녀로 자라났다. 용모도 아주 예뻐서 보는 사람들마다 가슴을 설렐 정도였다.

 

하루는 과거에 장원을 한 감록(甘鹿, 甘露와 중국어 발음이 같음)을 위하여, 황제가 궁중에서 연회를 베풀어주었다. 이때, 많은 아가씨들이 참가했는데, 주아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황제의 막내공주인 장풍공주(長風公主)도 있었다. 장원인 감록은 그 자리에서 시사가부를 읊으며 뛰어난 재주를 보여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소녀들은 모두 그에게 매료되었다. 그러나, 주아는 전혀 긴장하거나 질투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것이 부처가 그녀에게 마련해준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교묘하게도, 주아가 모친과 함께 절에 부처에 향을 올리러 갈 때, 마침 감록도 모친을 따라 그 절로 왔다. 부처에게 향을 올린 다음에, 두 어른은 한 켠에서 얘기를 하고, 주아와 감로는 복도로 가서 따로 얘기를 나누었다. 주아는 매우 기뻤다. 마침내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감록은 그녀의 애정표시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아가 감록에게 말했다: '너는 16년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원음사의 거미줄 위에서의 일을?" 감록은 아주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아 아가씨, 당신은 매우 예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군요" 말을 마치고, 그는 모친과 함께 그녀를 놔두고 떠나 버렸다.

 

주아는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 속으로 부처가 기왕 이 인연을 마련해 주었는데, 어찌하여 그는 그 인연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을까? 감록은 왜 나에 대하여 아무런 감정이 없을까? 라고 고민하고 있었다.

 

며칠 후, 황제가 조서를 내렸다. 장원인 감록을 장풍공주와 결혼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아는 태자인 지초(芝草)와 결혼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은 주아에게 청천벽력과 같았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부처가 왜 이렇게 그녀를 대하는지, 며칠동안 그녀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영혼이 그녀의 몸을 빠져나갈 정도로, 생명이 위급한 지경에 처했다. 태자인 지초는 이 일을 듣고는 급히 달려와서 침대곁에 엎드리며, 주아에게 말했다. "그날 화원에서 본 여러 아가씨중에서 당신에게 한눈에 반했습니다. 내가 부황에게 간청하여 겨우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제 당신이 죽으면 나도 더 이상 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칼을 들어 자기의 목을 그으려 했다.

 

바로 이때, 부처가 왔다. 그는 막 몸을 떠나려는 주아의 영혼에게 말했다. "거미야. 녀는 생각해 보았는가? 감로(감록)를 누가 데려왔는지. 바로 바람(장풍공주)이 데려온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그를 데려간 것이다. 감로는 장풍공주의 것이다. 그는 너에게 있어서는 그저 일생에서 지나가는 하나의 단막에 불과하다. 그러나, 태자 지초는 그 때 원음사의 문앞에 있던 작은 풀이다. 그는 너를 3천년간 보아왔고, 너를 3천년간 애모해왔다. 그러나, 너는 한번도 고개를 숙여 그를 봐주지 않았다. 거미야. 내가 다시 너에게 묻겠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이 무엇이냐?"

 

거미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 마치 크게 깨달음을 얻은 것같았다. 그녀는 부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은 '얻지 못한 것'이나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지금 붙잡을 수 있는 행복입니다" 거미가 말을 마치자 부처는 자리를 떠났다. 주아의 영혼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눈을 떴다. 막 자결하려는 태자 지초를 보고는 그녀가 바로 검을 쳐서 떨어뜨리고, 태자와 깊이 포옹했다...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당신은 주아가 마지막 순간에 한 말을 깨달았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은 '얻지 못한 것'이나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지금 붙잡을 수 있는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