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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중국의 전설

만주족의 시조설화

by 중은우시 2007. 1. 22.

만주족의 기원은 백두산자락에서 시작한다. 백두산의 동북쪽에 부쿠리(布庫里)이라는 산이 하나 있다. 산의 아래에는 부얼(布爾)이라는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아주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맑아서 바닥까지 보일 정도이다. 호수의 아름다움은 하늘에 사는 선녀들까지 유혹했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날 천상의 세 선녀는 부얼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천상의 규칙을 깨고 인간세상으로 왔으며, 몰래 부얼호수에 내려왔다.

 

"동생들, 봐라. 이 주위의 경치와 맑은 호수물을 얼마나 아름다운지." 큰언니 은고륜(恩古倫)은 둘째 정고륜(正古倫)과 셋째 불고륜(佛古倫)에게 말했다.

 

셋째 불고륜은 아름다운 호수에서 목욕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세 사람은 옷을 벗고 호수물에 뛰어들었다. 삽시간에 부얼호수는 향기로 가득찼다. 놀란 물속의 용왕은 용녀를 보내어 물고기들로 하여금 이들 선녀를 보호하게 해주었다. 세 선녀는 물 속에 사는 여러 정령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놀았다. 부쿠리산에서 온 각양각색의 새들도 세 선녀에게 이끌려 이들의 주위를 날아다녔고, 계속 노래불렀다. 목욕을 마치고, 세 선녀는 용녀와 작별하고, 천천히 물가로 나왔다. 그들이 비단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을 때, 하나의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세 마리의 아름다운 신작(神鵲, 까치)이 날아와서는 세 선녀들의 주위를 한바퀴 또 한바퀴 돌았다. 그 중의 한 마리는 입에 주과(朱果, 붉은 열매)를 물고 있었는데, 셋째 불고륜의 옷 위에 가볍게 놓고 사라졌다. 불고련은 이 주과가 아주 색깔이 예쁘고, 주위의 청산녹수에까지 붉은 기운이 넘치는 것을 보고는 아껴서 손에서 놓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과를 들고 있으면, 옷을 입기가 불편하여 주과를 입에 물고, 양손으로 천천히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옷을 입었다.

 

"셋째, 네 주과가 왜 안보이지?" 은고륜이 붉은 기운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불고륜에게 물었다.

 

"지금 입에 물고 있어요."라고 불고륜이 말하는 순간 주과는 입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불고륜은 언니들과 재미있게 농담하고 놀다보니, 배가 거북한 것을 느꼈고, 마치 임신한 것같았다. 그래서 두 언니에게 말했다. "배가 무거워진 것같아요. 혹시 주과가 뱃속에서 아기로 된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무거워서는 하늘로 날아올라갈 수도 없을 것같은데 어떡할까요." 그러자 은고륜은 "이것은 아마도 하늘의 뜻인가보다. 만일 뱃속에 있는 것이 진짜 아기라면, 동생이 아이를 낳아서 몸이 가벼워진 후에 다시 하늘로 올라와도 괜찮을 것같다." 두 언니는 불고륜을 인간세상에 남겨두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렇게 하여 불고륜은 10달만에 분만을 하고 사내아이를 낳는다. 눈썹이 짙고 눈이 컸다. 호랑이 머리를 한 아주 귀여운 아이였다. 불고륜은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짓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그가 부쿠리산의 아래에 살고 있었고, 주과를 먹은 후에 임신한 것이므로 불고륜은 아이의 이름을 부쿠리옹순(布庫里雍順)이라고 지었다.

 

10여년이 흘렀고, 부쿠리옹순은 호랑이 등에 곰어깨를 지니고 아주 총명했다. 그래서 자신은 어미만 있고 아비가 없어, 불고륜에게 자기는 어느 혈통의 어떤 족속인지를 물어보았다. 불고륜은 그에게 '애신각라(愛新覺羅)'라는 성을 지어주었다. 애신각라라는 것은 백두산 아래에 사는 주민이라는 현지어였다.

 

부쿠리옹순은 어른이 된후  용모가 비범하고 거동이 출중하였다. 불고륜은 그에게 배를 하나 주었고, 그는 배를 타고 목단강을 내려갔다. 많은 삼림과 협곡을 지나 목단강과 송화강이 만나는 워도리(斡朵里, 지금의 흑룡강성 의란현)에 도착했다. 이후 불고륜은 하늘로 올라갔고, 바로 이 선녀가 낳은 아들인 부쿠리옹순이 만주족의 시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