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문학/수호전

<<수호전>>의 여자들

중은우시 2006. 10. 16. 19:42

고대 문인들은 유가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여자들에 대하여는 일관되게 경시, 천시 내지는 적대시하였다. 공자님의 말씀중에 "여자와 소인은 기르기 힘들다"는 말의 영향은 천년이래로 문인들이 여인을 보는 관점이 되었다. 시내암은 비록 봉건사회에서는 비교적 깨었던 문인이었지만, 그도 당시의 "정주이학"의 정통사상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였고, 봉건예교가 최고도로 발전했던 시대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당시의 문인들은 어려서부터 봉건전통교육을 방아서, 여인들에 대하여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그가 <<수호전>>에 쓴 여인들은 많지도 않았다. 이름이 나오는 사람은 십여명에 불과했다. 이 십여명중에서 개별적인 예외를 빼고는 거의 전부 "비참하게 죽었다" 이로써 볼 때도 당시 사람들의 여자에 대하여 경시, 천시, 내지 적대시한 정도를 알 수 있다.

 

유일하게 '비참하게 죽지 않은' 예외는 이사사(李師師)이다. 이사사는 비록 팔자는 거세어 기녀로 살았지만, 송나라의 유명한 예술황제 송휘종의 어용기녀였으므로, 아마도 황제에 대한 존중에서인지, 이사사의 일생에 대하여는 비참하게 그리지 않았다. 그녀는 또한 양산박의 송강등을 회유할 때도 큰 힘을 보탠다. 송강이 죽은 후에도 이사사가 말을 잘 해주어서 송강등이 죽은 후에 영예를 받게 된다.

 

다른 이름있는 여자들은 고대수(顧大嫂)가 칼에 맞아죽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 칼아래 죽임을 당한다. 그것도 여러가지 형태로 비참하게 죽는다.

 

양산박에 투신하여 108장수에 들어간 사람중에 3명의 여자가 있다. 모대충(母大蟲) 고대수(顧大嫂), 일장청(一丈靑) 호삼랑(扈三娘), 모야차(母夜叉) 손이랑(孫二娘). 하나는 호랑이, 하나는 독사, 하나는 야차이다. 이 세 사람의 별호에서도 사람들이 싫어하게 만들었다. 세 여자는 모두 사람을 죽이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여자들이다. 그 중에 특히 손이랑이 그렇다. 흑점을 열어서 산 사람의 껍질을 벗긴다. 도살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나중에 모두 전장터에서 비참하게 죽고, 시체도 완전하게 남기지 못한다. 무대랑의 처인 반금련(潘金蓮)은 하늘의 선녀에 비길만큼 아름답지만, 마음은 사갈과 같고, 서문경과 놀아난 후에 남편을 죽인다. 나중에 무송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다. 송강의 소첩인 염파석(閻婆惜)은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다. 바깥에 정부를 둘 뿐아니라, 송강을 고소하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경국 송강이 부득이 그녀를 죽여버린다. 양웅의 처인 반교운(潘巧雲)은 먼저 양웅의 결의형제인 석수를 꼬드기려고 하나 잘 되지 않자, 다시 석수를 무고하여 형제간에 반목이 일어나게 하고, 나중에 중과 간통하다가 붙잡혀서 양웅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다. 반금련의 이웃인 왕파(王婆)는 전형적인 못된 여인이다. 재물을 탐하는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문경과 반금련을 이어준다. 나중에 들통이 나서 '기목로'에 의하여 능지처참의 형을 당한다. 청풍채의 지채인 유고의 마누라는 연순등 녹림일당에 붙잡힌 후에 송강은 그녀가 유고의 처인 것을 알고 연순에게 권해서 풀어주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은혜를 원수로 갚아 송강등을 산적으로 보고하게 된다. 나중에 연순에 의하여 허리를 잘려 죽게 된다. 백수영은 현령의 첩이었는데, 현의 대소관리들을 눈에 두지 않을 정도로 방약무인했다. 현령을 핍박하여 현부의 고위관리인 뇌횡을 감옥에 가두게 하고, 뇌횡의 모친을 때리고 욕한다. 뇌횡이 분노하여 그녀의 머리를 때려 바로 비명에 숨지게 한다.

 

여자들은 전부 시내암의 소설에서는 죽을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하면, 이것은 작자의 기본적인 사상과 연관이 되는 것같다. 수호전에서 그러기 때문에 여자들은 하나같이 죽을 죄를 지은 것으로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