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유방휘(劉方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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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도자들이 여러 장소에서 이렇게 정중하게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우리의 간부노선은 임인유현(任人唯賢, 능력위주의 인사)이고, 임인유친(任人唯親, 정실위주의 인사)이 아니다" 이런 말을 들어면 바로 숙연해진다. 그러나, 현실사회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하게 한다.
한번은 기차를 타고 가다가 안휘성에서 퇴직한 간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한 말을 듣고는 확연히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고, 막혔던 것이 확 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임인유현은 전혀 앞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임인유친마저도 뒷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이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급히 물었다. "아...그럼 뭐라는 말입니까?"
그는 희극에서 자주 그러는 것처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내 말을 천천히 들어보면 알 겁니다"
"제1위를 차지하는 것은 '임인유상(任人唯上, 윗사람의 뜻을 받드는 인사)'입니다. 바로, 윗사람의 뜻을 받들어서, 윗사람이 누구를 임명하라고 하면 바로 그 사람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윗사람이 싫어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자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죠. 더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아. 그렇구나. 그 다음이 바로 임인유현이나 임인유친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아직은 아닙니다. 두번째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임인유방(任人唯幇, 파벌위주의 인사)입니다. 현재의 관료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싸움이 치열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좋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래에서 서로 파벌을 결성하고 있습니다. 만일 혼자서 관료사회를 헤쳐나가려면, 앞뒤에서 뜻이 맞는 동료들이 몇 사람 도와주지 않으면, 뭘 하려고 해도 되지 않을 겁니다. 일을 하지 못할 뿐아니라 관직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습니다. 금방 다른 사람에게 밀려나게 됩니다"
아. 확연히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 말을 끼어들기도 뭣해서, 그가 계속 말하도록 놔두었다.
"윗사람에게도 잘하고, 그 다음에는 앞 뒤로 있는 사람들을 잘 다독거리면, 이제 세번째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임인유전(任人唯錢, 돈내는 사람위주의 인사)"입니다. 왜 그러냐? 돈은 친한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친한 것은 어쨌든 다른 사람이지만, 돈은 자기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네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임인유박(任人唯拍, 아부하는 사람을 돌보는 인사)입니다. 관직도 안정되고, 돈도 모았으면, 몇명 아부하는 사람을 주위에 두고 즐기고 싶어하게 됩니다. 진의(陳毅)도 말한 바 있지만 누가 아부를 싫어하겠습니까. 이 아부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이것도 하나의 학문입니다. 아부하고 싶다고 다 아부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잘못하면 상대방이 오히려 역겨워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아부하고, 수준있게 아부하면, 아부받는 사람은 즐거움이 무궁무진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마약을 하는 것처럼 중독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임인유취(任人唯吹, 떠벌이고 다니는 사람을 돌보는 인사)입니다. 현재는 GDP도 성장했고, 너희 큰도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하급정부는 모두 떠벌이는 것뿐입니다. GDP숫자로 보더라도, 각 현이나 각 향에서는 서로 눈치만 보는 것이죠. 모두 먼저 보고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먼저 보고해버리면 여지를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네가 먼저 GDP성장율이 11%라고 보고해버리면, 나는 바로 11.5%라고 보고합니다. 그렇게 되면 올해의 정치실적은 내가 앞서는게 됩니다. 지도자들은 GDP성장율을 매우 중시합니다. 물론 너무 엉터리로 보고하면 안되겠죠. 그렇게 되면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으니까, 지도자들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실제성장률이 얼마라고 하여 그대로 보고한다면 윗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은 바로 윗사람의 뒷굼치를 잡는 격이 되니까요. 윗사람도 앞서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떠벌이는 사람을 쓰는 것이지요. 이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섯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임인유친'입니다. 우리 중국인들은 친한 사람을 많이 따지게 됩니다. 여러 필요한 부문을 다 다독거리고 나면 이제는 친구나 아는 사람을 챙겨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인정머리없다고 욕먹게 되지요."
"일곱째 자리가 되어야 겨우 '임인유현'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필요한 점이 있습니다. 당신이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드러내면 안됩니다. 윗사람에게 이것저것 의견을 제시한다거나 특히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해서는 안됩니다. 만일 당신이 자꾸 반대의견을 내세우고, 윗사람의 지시를 당신이 듣지 않고, 윗사람이 결정한 방안을 당신이 집행하지 않고, 자주 자기의 의견을 내세우고, 심지어 자기의 생각이 윗사람의 생각보다 낫다고 여기게 되면, 미안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윗사람은 당신을 쓰지 않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민간에 있는 고수를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중화민족에는 지혜가 많은 사람이 별처럼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스스로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짧은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 일이 있은지 이미 2년이 지났다. 당시에 그 노인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2006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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