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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중국의 영화

중국식 대작, 중국식 비애

by 중은우시 2006. 9. 27.

작자:  abk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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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연(夜宴)>>은 맛이 없다. 그리고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영화를 본 후의 첫번째 느낌이다. <<무극>>이후에 관중들은 더 이상 대작영화에 대하여 평론할 흥미를 잃은 것같다. 이것은 사실 영화의 불행이다.

 

현재 머리를 깨져가면서 "중국식 대작"을 만드는 감독들은 모두 관객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관객수와 영화의 수준은 정비례한다고 볼 수 없다. 영화를 보는 것이 배추를 사는 것처럼 먼저 물건을 고르고 난 후에 돈을 내는 것이 아니다. 네가 만든 영화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돈을 내고나서 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봐라. 관중들이 왜 한편으로 욕하면서 한편으로 돈을 꺼내서 보려고 하겠는가?

 

<<영웅>>부터 시작해서, <<십면매복(한국에서는 '연인')>>, <<무극>>, <<야연>>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중국식 대작"의 전통을 이어왔다. 스토리는 없고, 그저 우스개만 있다. 배경이 얼마나 화려하던지, 스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으로 모시던지간에...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은 반드시 담순(譚盾)이 맡아야 하고, 미술은 반드시 섭금첨(葉錦添)을 모셔야 하고, 촬영은 모두 포덕새(鮑德璽)가 맡아야 한다. 이들 대가들은 하나하나로 나누면 분명히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이들의 개인적인 재능이 감독의 개인적인 재능을 압도한 다음에는 중국에서 찍어내는 대작영화라는 것들이 모두 동일한 유형의 영화가 되어 버렸다. 더 이상 장이모(張藝謀)도 없고, 천카이거(陳凱歌)도 없고, 펑샤오강(馮小剛)도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행어로 말하자면, "감독은 그저 놀고만 있고, 연기자는 죽어라 찍고, 공연은 열심히 하는데, 스토리는 간단하고, 하이라이트도 없고, 음악은 우울하며, 대화는 서양식이고, 전투장면은 괜찮은데, 무술과 춤은 분간이 안가고, 관중은 그래도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식 대작의 공통된 문제점이다.

 

우리는 대작이 필요하다. 그러나 겉으로만 화려하고 내실이 없는 대작은 원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