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헌용은 중국역사상 유일하게 동시에 두개 황조의 황후를 지낸 여인이다. 위진시대에는 문벌이 중요했으며, 중국에 유명한 명문집안들이 있었다. 유명한 명문집안은 낭야의 왕씨, 태원의 왕씨, 태산의 양씨, 진릉의 두씨, 청하의 최씨, 낭야의 제갈씨, 양하의 사씨 등이었다. 그녀는 바로 태산양씨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진혜제(晋惠帝) 사마충(司馬衷)에게 시집을 가는데, 사마충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이 밥먹을 게 없다는데, 왜 고기는 안먹는 거지"라고 물었다는 유명한 바보황제이다. 전 황후는 가남풍으로 바로 추악하면서도 악랄하기로 이름난 여인이었다. 그녀는 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팔왕지란을 초래하고 후에 주살당한다. 이렇게 하여 황후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양씨집안은 양헌용을 궁중으로 보낸다. 그녀의 외조부가 당시의 권신인 손수와 관계가 좋아서 양헌용은 황후에 오른다.
그녀의 집안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그러나 그녀는 멍청하게 있지 않으면 잠을 잤다. 양헌용은 가남풍이 아니었다. 가남풍은 백치황제와 서로 짝이 잘 맞았지만, 그녀는 변태도 아니고, 바보황제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때, 팔왕지란이 일어나고, 서로 잡아죽이는 상황이 되었다. 조왕 윤, 제왕 동, 성도왕 영, 하간왕 우, 장사왕 의, 동해왕 월등이 서로 권력을 농구하듯이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는 혜제를 살해하고, 혜제의 동생인 치가 즉위하였는데 바로 진회제(晋懷帝)이다. 이 난은 16년을 끌었다. 조왕 윤을 치는데만도 60여일에 걸쳐 근 10만명이 사망했다.
양씨집안은 당연히 몇명의 왕과 같이 어울렸고, 재빠르게 변신했다. 어떤 때에는 판단할 시간조차 없었다. 양씨집안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익집단에 속해서 죽기도 하였다. 이러한 골육상잔의 시기에 정권을 잡은 사람은 주마등처럼 바뀌어갔다. 양헌용도 황후의 지위에서 다섯번 폐위를 당하고, 다섯번 다시 복위했다. 영흥원년 2월에 폐위되고, 7월에 복위되었으며, 8월에 다시 폐위되고, 11월에 다시 복위되었다...이처럼 열번 폐위되고 열번 다시 복위되었는데, 여기에 걸린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일대의 국모가 이렇게 몇명의 무사들에 의하여 세워지기도 하고 폐위되기도 하였다. 심지어 낙양현령에 의하여 폐위된 적도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모든 굴욕을 참고 지냈다. 은인자중하며 도광양회하였다. 나중에 황위를 이은 회제는 그녀에게 "혜황후(惠皇后)"라는 존호를 주었고, 그녀를 홍신궁에 머물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보통 진혜황후(晋惠皇后)라고 부른다.
그녀는 꽃이 두번 피는데, 또 한번의 꽃은 흉노족이었다. 흉노족인 유연이 황제를 칭하고 계속하여 진나라를 공격하였다. 낙양성이 결국 함락되고, 유연의 아들인 유요(劉曜)는 양헌용을 부인으로 취한다. 서기420년 서진(西晋)은 멸망하고, 양헌용은 전조(前趙)의 황후가 된다. 나중에 헌문황후(獻文皇后)라는 시호를 받는다.
유요가 어느날 양헌용에게 물었다고 한다. "나는 너의 전남편과 비교하면 어떠냐?" 양헌용은 확실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너희둘을 어떻게 같이 비교할 수 있겠느냐. 너는 나라를 세운 명군이고 그는 망국의 혼군이다. 심지어 마누라와 아이들도 보호하지 못했고, 황후마저 평민의 모욕을 받도록 하였다. 너를 보고서야, 비로소 천하에는 사나이 대장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아마도 솔직한 말이었을 것이다. 백치였던 사마충과 당당한 영웅 유요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까.
양헌용에 대하여는 남편을 배신하고, 나라를 배신하고, 집안을 배신하고, 민족을 배신하고, 인륜을 어지럽혔다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욕을 하려면 그녀의 전남편이 능력없었음을 욕해야 할 것이다. 양헌용은 다섯번이나 폐위되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전조에 귀순해서는 갈수록 행복하게 살았으며, 유요의 총애를 받으며 조정에 간여도 했다. 한 국가의 멸망은 오히려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원하였던 것이 아닐지라도.
'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 > 역사인물 (남북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무제(梁武帝)와 아들들 (II) (0) | 2008.06.21 |
---|---|
양무제(梁武帝)와 아들들 (I) (0) | 2008.06.21 |
반안(潘安) : 중국역사상 최고미남자의 죽음 (0) | 2007.11.29 |
진경지(陳慶之) : 전설의 불패장군 (0) | 2007.02.24 |
소소소(蘇小小) : 전당시기(錢塘詩妓) (0) | 200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