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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중국의 전설

백사전(白蛇傳)

by 중은우시 2005. 11. 17.

때는 남송초 청명(淸明) 시절에, 항주(杭州) 서호(西湖)변에는 꽃이 붉게 피고, 버드나무는 푸르게 늘어져 있었다. 단교(斷橋)에는 놀러나온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돌연, 서호의 물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두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사람이 어떻게 물속에서 나타난단 말인가? 원래 그녀들은 백사(白蛇)와 청사(靑蛇)의 두 마리의 뱀이었는데, 오랫동안 수련을 하여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었다. 비록 뱀에서 변신한 것이지만 사람을 해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인간세상의 다채로운 생활이 그리워서 그렇게 한 것이다. 백사는 백낭자(白娘子), 백소정(白素貞)으로 청사는 소청(小靑)으로 이름을 바꾸고 서호변을 거닐었다.

 

가끔 하늘은 심술도 부리는 법이다. 갑자기 큰 비가 내렸다. 백소정과 소청은 비에 젖어 몸을 피할 곳을 찾으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어디에선가 머리 위로 우산이 씌워지는 걸 느꼈다. 둘러보니, 젊잖고 풍모가 빼어난 젊은 서생이 우산을 받쳐 그녀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해준 것이었다. 백소정과 서생은 두 눈이 마주쳤고, 순식간에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빨개졌으며, 사랑의 감정이 솟았다. 소청이 쳐다보면서 급히 "감사합니다. 성함이 어찌되시는지요?"라고 물었다. 그 젊은 서생은 "저는 허선(許仙)이라고 합니다. 여기 단교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백소정과 소청도 급히 스스로를 소개하였다. 이 때부터 세 사람은 자주 만났다. 백소정과 허선의 감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얼마되지 않아 그들은 부부로 맺어졌고, 진강(鎭江)으로 이사가서 "보화당(保華堂)"이라는 약국을 열었다. 행복한 나날이 흘러갔다.

 

"보화당"에서 난치병환자들을 많이 고치게 되고,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약을 공짜로 주었기 때문에, 보화당의 장사는 날이갈수록 번창하였고,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백소정에게 와서 치료받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갔다. 사람들은 백소정을 백낭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보화당의 번성과 허선과 백낭자의 행복한 생활을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인가? 바로 금산사(金山寺)의 법해(法海)화상이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병을 백낭자가 다 고쳐주니까, 금산사에 와서 향불을 사르고 보살에게 기원하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이 줄어드니까 당연히 법해는 기분이 안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느 날 보화당에 와서 백낭자가 치료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살펴보고는 법해는 법력이 뛰어나서 백낭자가 뱀이 변신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법해는 법력은 있었으나, 마음 씀씀이는 곱지 못하였다. 백낭자의 신세를 알아차린 후, 그는 매일 어떻게 하면 허선과 백낭자를 갈라놓고 보화당을 망하게 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였다. 법해의 교사에 다라 단오절에 허선은 백낭자에게 웅황주(雄黃酒)를 먹였으며, 백소정이 취한 후에 원래의 백사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기절하였다. 백낭자는 깨어난 후에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선초를 구해서 허선을 살려냈다. 허선이 병이 낳은 후 백낭자의 정성에 감격하여 다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법해는 그 방법이 실패한 것을 보고는 다시 몰래 허선을 절로 불러서 그에게 말하였다. "네 처는 뱀이 변신한 거야. 빨리 그녀와 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널 잡아먹어버릴 거야." 허선이 듣고는 매우 화를 냈다. 그는 내 처는 마음씨도 곱고 나에 대한 사람은 바다보다 깊다. 그리고 그녀가 뱀이 변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해를 가하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그녀는 내 아이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어찌 그녀를 버린단 말인가. 법해는 허선이 그의 계략에 말려들지 않자, 더욱 화가 나서, 허선을 금산사에 가두어버렸다.

 

보화당에서는 백낭자가 허선이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이틀..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백낭자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결국 원래 허선이 금산사의 법해화상에게 갔다가 붙잡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낭자는 소청을 데리고 금산사로 가서, 법해에게 허선을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법해는 백낭자를 보고는 냉소를 날리며, "대담하고 요사스러운 뱀같으니. 빨리 인간세상을 떠나라. 그렇지 않았다가 나중에 나를 원망하지 마라." 백낭자는 법해가 사람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머리에서 비녀를 뽑아 바람을 일으켜, 큰 파도가 금산사로 밀려오도록 하였다. 법해는 물이 금산사로 밀려오는 것을 보자 급히 가사를 벗어 하나의 둑을 만들어 절문 밖에서 막았다. 큰 물이 다시 일척이 오르자, 둑도 다시 일척이 높아졌다. 큰 물이 일장을 오르자, 둑이 다시 일장이 높아졌다. 파도가 아무리 높게 쳐도 둑을 넘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백낭자는 아이를 임신하여, 법해를 싸워이길 수가 없었다.

 

한바탕의 힘든 싸움을 거쳐, 백낭자와 소청은 항주로 돌아왔다. 이 때 허선은 싸우는 틈을 타서 항주로 역시 도망을 왔다. 세 사람은 단교에서 다시 만났고, 얼마되지 않아 백낭자는 아들을 낳았으며 이름을 허사림(許仕林)으로 지었다.

 

법해는 다시 항주로 찾아와써 기망적인 수단을 써서 백낭자를 금발에 가두고, 서호의 뇌봉탑의 아래에 가두어 두었다. 그리고는 탑이 무너지기 전에는 다시는 하늘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청은 금산사를 벗어난 후, 수십년간 심산에서 공력을 닦아, 결국은 뇌봉탑을 무너뜨리고 백낭자를 구해냈다. 그리고, 싸움에서 패한 법해는 도망칠 곳이 없어서, 털게의 뼈속에 들어가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