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東晋)의 영화(永和)연간에 풍경이 아름다운 선권산(善卷山)의 남쪽에 축가장(祝家莊)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에는 제법 잘 사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은 축원외(祝員外)의 집이라고 불렀다. 축씨 집안에는 가법이 있는데, 재산은 남자에게만 물려주고, 여자에게는 물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축원외는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가산을 물려주기 위하여, 딸인 축영태에게 어려서부터 남장을 하도록 하였다. 축영태는 재주와 미모가 뛰어나며, 총명하고 공부하기를 즐겼다. 글을 읽을 나이가 되자, 축원외는 축영태를 부근의 벽선암(碧鮮庵)에 보내어 글을 읽게 하였다. 벽선암에서 글을 읽을 때, 글 친구중에 양산백이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양산백은 선권산의 북서쪽으로 오리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양가장에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래된 사이처럼 느꼈고 의기가 투합하여 금방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선권산의 뒤에 있는 동굴에서 결의형제를 맺어, 서로 도우고 이끌어주기로 하였다.
축영태와 양산백은 벽선암에서 3년을 같이 공부했으며, 그 기간동안 노나라에 가서 공자묘를 배알하기도 하고, 동오(東吳)지방으로 글공부하러 다녀오기도 하였다. 두 사람은 낮에는 같이 식사를 하고, 밤에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잤으며, 시와 글을 지어 서로 화답하고, 항상 함께 붙어다녔다. 산백은 재주가 높고 학문이 깊었을 뿐아니라, 사람됨이 충후하고 정직하여, 축영태가 매우 좋아하였다. 그러나, 3년동안 축영태는 시종 옷을 벗은 적이 없어, 양산백은 여러차례 의혹을 가지기는 했으나, 축영태가 적당히 둘러대었으므로, 양산백은 시종 축영태가 여자인 것을 알지 못하였다.
3년의 공부가 끝날 때쯤에 양산백과 축영태의 정은 더욱 깊어졌다. 축영태는 양산백에게 사랑을 느꼈다. 3년이 지난 후, 양산백은 항주로 가서 계속 공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축영태의 부친은 축영태가 이미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므로 항주로 가지 못하게 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떨어지기 싫어하면서 선물을 교환했다. 양산백은 축영태에게 고금장검(古琴長劍)을 주었고, 죽영태는 양산백에게 유금절선([金+留]金折扇)을 선물하며, "벽선"이라는 글을 부채에 써주었다. 양산백이 항주로 떠날 때, 축영태는 18리를 마중하였다. 도중에 축영태는 여러차례 말을 돌려 스스로의 감정을 얘기하고, 사랑을 암시하였다. 그러나 충후하고 순박한 양산백은 전혀 느끼지를 못하고, 무슨뜻인지 알아차리지를 못하였다. 이별할 때, 축영태는 거짓말로 자기 집안의 9째여동생을 양산백에게 소개시켜 결혼하게 중매를 하겠다고 하면서 시일을 약정하였으며, 양산백에게 축가장을 한번 방문해주도록 요청하였다.
축영태가 집으로 돌아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부모는 이미 축영태를 마씨(馬氏)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하였다. 양산백은 항주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축영태의 집을 찾아갔다. 축영태는 여장을 하고 비단부채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나와서 양산백을 맞이하였다. 양산백은 그제서야 축영태가 여자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축영태가 이미 마씨와 혼약했다는 것을 알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같았고, 슬픔을 가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헤어지면서 맹세하기를 "살아서 결혼하지 못한다면, 죽어서라도 한쌍이 되자(生不能成婚, 死也要成雙)"고 하였다.
양상백과 축영태가 눈물로 헤어진 후, 양산백은 우울병으로 병을 얻어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다. 죽은 후에는 마을의 서쪽에 있는 호교(胡橋)에 장사를 지냈다. 축영태는 그 소식을 듣고 비통하기 그지없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결심하게 된다. 시집가기 위해 가마가 떠나는 날, 호교를 들러 제사를 지내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가마가 호교에 있는 양산백의 묘에 이르렀을 때, 축영태는 앞으로 가 조문을 하고, 통곡을 하며 비석에 부딪쳤다. 돌연히 광풍이 몰아치고, 하늘이 어두워지며, 모래와 바람이 나르고, 땅이 갈라졌으며, 축영태가 그 속으로 떨어졌다. 바람과 비가 그친 후에, 무지개가 높이 걸렸는데, 두 마리의 커다란 나비가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전설에 전해지기로는 양산백과 축영태의 두 사람의 영혼이 나비로 변했다고 한다. 검은 것은 축영태이고, 노란 것은 양산백이라고 하며,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 떨어지지 않으며 같이 날개짓을 하며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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