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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사회/중국의 성씨

만주족의 성씨에 관하여.

by 중은우시 2005. 7. 4.

만주족이라는 명칭은 명말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만주족의 역사는 이것보다 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초의 만주족의 조상은 숙신(肅愼 : * 쥬신으로 조선의 어원이라고도 한다)으로 기원전 1천년경에 이미 주나라 왕에게 공물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한나라때는 숙신을 읍루(手+邑婁)라고 불렀으며, 남북조시기에는 물길(勿吉), 수나라때는 말갈(靺鞨)로 불렀다. 속말말갈(粟末靺鞨)은 발해국의 핵심족속이었다. 오대시대에는 여진(女眞)으로 불렸으며 흑수말갈의 후예인 완안부(完顔部)가 일어나서 1115년에 아구타가 금나라를 세운다.

 

16세기에 들어 건주여진(建州女眞)의 걸출한 영웅인 누르하치(努爾哈赤)가 여진의 제부족을 통일하고 여진족이 핵심이 되어 만주족공동체를 구성한다.

 

만주족의 성씨를 알기 위하여는 반드시 하라(哈拉 : hala)와 무쿤(穆昆 mukun)의 관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여진족이 형성한 부계혈족조직에서 하라는 씨(氏)이고 무쿤은 족(族)이다. 큰 혈연집단은 하나의 하라이고, 혈연관계의 친소에 따라 다시 다음 등급의 혈연집단이 나누어지는데 하나의 하라 안에는 여러개의 무쿤이 존재하게 된다. 하라는 큰 범위의 혈연집단이고, 무쿤은 그 안의 작은 집단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하라는 한족의 장, 왕, 이,송등의 성에 해당한다. 여진족에는 푸차씨(富察氏), 페이모씨(費莫氏), 과얼가씨(瓜爾佳氏)등이 있다. 청나라때 편찬된 만주어사전에서는 hala는 "성(姓)"으로 번역하고, mukun은 "족(族)"으로 번역했다. 만주족이 만주어로 "si hala ai"라고 하면 "당신의 성은 무엇입니까"이고 상대방이 "mini hala sakda"라고 하면 "제 성은 사크다입니다"가 되는 것이다.

 

혈연집단은 지연집단으로 발전하는데, 혈연의 hala와 mukun은 지연의 gasan과 falan으로 발전한다. gasan은 "향(鄕)"으로 falan은 "리(里)"로 번역될 수 있다. 만주족 팔기를 조직할 때는 우록(牛祿)이 기준이 되는데, 우록은 우록액진(牛祿額眞: niruiejen, 후에 우록章京으로 개칭)이 관장한다. 하나의 혈연집단만으로 하나의 우록을 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하나의 혈연집단만으로 구성하고, 하나의 혈연집단으로 부족하면 여러개의 혈연집단으로 하나의 우록을 구성한다.

 

매 하라에는 족장에 해당하는 하라다(哈拉達)가 있다. 청나라때 만주족이 자녀를 낳으면 우록액진에게 가서 등기한 후 하라다에게도 등기를 한다. 평상시에는 성을 부르지 않지만 결혼등을 위해서는 하라다에게 등기하여야 하므로, 족내혼은 할 수 없도록 하였다.

 

해서여진(海西女眞)은 호륜사부(扈倫四部)가 있다. 예허(葉赫), 우라(烏拉), 하다(哈達), 휘파(輝發). 4부의 성은 모두 나라(納喇)이다. 하다와 우라는 원래 하나의 씨족으로 성씨는 나라였으며, 동일한 혈연관계이다. 예허는 본성은 투무터(土默特), 휘파의 본성은 이거더리(益革得里)였는데 후에 나라로 성을 바꾸어, 그들의 세력을 확대하는데 편리하도록 하였다. <<팔기만주씨족통보>>에서는 "나라는 만주의 저명한 성씨이다. 그 씨족은 예허, 우라, 하다, 휘파 등 각 지역에 흩어져 있다. 비록 하나의 성(姓)이지만 각자의 족(族)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성은 하라이고, 족은 무쿤이다. 나라라는 하나의 하라 내에 4개의 무쿤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애신각라(愛新覺羅:아이신줴뤄)의 성씨에 대하여 오해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해(辭解)>>에서는 애신은 황금이라는 뜻이고, 각라는 성이라는 뜻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만주족은 황금을 아이신(aisin)이라고 하는 것은 맞으나, 줴뤄(gioro)는 성이라는 뜻이 아니다. 하라가 성이라는 뜻이다. 실질적으로 애신각라는 mukun과 hala를 붙여서 쓴 것이다. 즉, aisin은 mukun,  gioro는 hala인 것이다.

 

만주인들은 샤먼교를 믿었고 모든 하라는 자기의 샤먼을 가지고 있으며, 제문을 읽는다. 애신각라씨의 샤먼에게 제사지낼 때 읽은 제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abkadonji .... hala gioro ...."(하늘이시여 들어소서...성이 각라인 집안의...). 그 의미는 현재 성이 각라인 사람이 하늘에 제사지내니 하늘이 복을 내리소서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애신각라씨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제문이므로 명확하게 자기의 하라가 각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애신은 각라라는 하라에게 갈라진 하나의 무쿤인 것이다.

 

청나라때 황족은 둘 로 나누어 "종실(宗室)"과 "각라(覺羅)"로 나누어 종실은 황금색요대를, 각라는 붉은색요대를 차서 구별하였다. 청나라의 규정에 따르면, 누르하치의 부친인 타크스의 직계자손은 종실이고, 그의 백부숙부형제의 자손은 각라이다. 이것은 명확하게 누르하치의 직계후손은 각라라는 하라내에서 애신이라는 무쿤에 속하는 것으로 한 것이고, 그 밖의 후손들은 하라는 각라이지만 다른 무쿤에 속하는 것이다. 각라에 속하는 다른 무쿤으로는 이얼근(伊爾根覺羅), 수수(舒舒覺羅), 시린(西林覺羅)등의 성씨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각라는 하라이고 이얼근, 수수, 시린은 무쿤에 해당한다.

 

역대왕조가 그랬듯이 청나라에서도 공신에게 사성을 한 사례는 있다. 예를 들어 오배(吳拜)의 원래 성씨는 과얼가였고, 나무타이의 본성은 수무루, 후얼한의 본성은 동가였는데, 모두 각라를 사성하였다. 각라를 사성받았으나, 이들은 애신각라를 사성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설명하는 것은 각라는 하라이고 애신은 무쿤이라는 것, 사성은 이들을 하라내로는 받아들이나 무쿤 내로까지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