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노경(老耿)
매번 청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묘지로 가서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때 묘비의 글을 적지 않게 보게 되는데 우리는 그것을 통상 묘지명이라 칭한다.
그러나 이 묘지명은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거기에 사용하는 용어는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우리가 자주 보게 되는 고(故), 현(顯), 선(先), 고(考), 비(妣)의 다섯 글자는 사망자의 서로 다른 신분을 나타낼 뿐아니라, 사망자가 가족들 가운데 가진 지위와 관계도 나타낸다.
그럼 이 다섯 글자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리고 각각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 것일까?
- 비문(碑文)과 묘지명(墓誌銘)의 구별
지금 많은 묘지명은 묘비에 새겨져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것을 비문(碑文)이라 부른다.
기실 양자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지금의 묘지명은 고대의 묘지명과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은 예의지방(禮儀之邦)으로, 서주(西周)때부터 엄격한 예악제도가 있었다.
그중에는 사망한 사람에 대한 장례의 예제와, 사망한 사람에 대한 칭호의 구분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발굴된 고대인들의 묘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묘지명의 기원에 대하여는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때 귀족은 묘에 비단으로 만든 "명정(明旌)"을 놓아두었다. 그 위에는 묘주인의 성명 혹은 화상(畵像)이 있었다.
보통평민은 묘안에 묘주인의 신분, 관적을 새긴 벽돌조각을 놓아두었고, 이를 통해 사망한 사람의 신분을 설명했다.
양한(兩漢)시대에 이르러, 후장(厚葬)이 풍습이 나타나고, 사람들은 사후의 일을 더욱 중시하게 된다.
묘실에 각종 기진이보를 놓아둘 뿐아니라, 이후 수천년간 이어진 묘지명의 문체를 형성한다. 주로 사망한 사람의 공덕과 업적을 기리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하남에서 출토된 <요효경전지(姚孝經塼誌)>는 현재까지 발견된 최초의 벽돌재질의 묘지명이다. 낙양에서 출토된 동한시기의 <마강묘지(馬姜墓誌)>는 현재까지 발견된 최초의 돌 재질의 묘지명이다. 이 양자의 묘지문의 문체는 큰 차이가 있다.
남북조 및 수당시대에 이르러, 묘밖의 묘비의 형식이 이미 완비된다.
이때 묘주인의 평생기록과 묘지의 더 많은 것은 묘 안의 석문(石門) 혹은 벽에 새겨졌다. 그리고 묘앞에 세우는 묘비의 비문은 아주 간결했다. 단지 사망한 사람의 신분과 관적만 표시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고대에 묘실 깊이 묻혀 있는 묘지명은 묘비의 비문과 그 성격이 달랐다는 것이다.
하나는 묘주인의 신분, 지위를 드러내는 "신분증"이고, 하나는 후세인들이 제사지내고 절하고 애도하기 편리하게 한 것이다.
만청 및 민국시기에 이르러, 장례제도가 서방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더 이상 묘지 가운에 묘지명을 놓아두지 않고, 간결한 언어로 묘비의 비문을 새기게 된다. 이를 통해 돌아가신 분을 기념하고 애도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적지 않은 사람은 돌아가신 가족을 위해 묘지와 묘비를 세운다. 이를 통해 애도의 뜻을 표현한다.
묘비에 새기는 글자는 엄격한 형식이 있다. 여기에서는 가장 자주 보이는 5개 글자의 의미와 구별을 알아보기로 한다.
2. "고", "선", "현"의 구별
기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묘비의 칭호는 고대의 방식 그대로이다.
묘비를 세우는 사람은 비문에 칭호를 선택할 때, 가족배분관계에서 출발하여 어느 글자를 쓸지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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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고(故)"라는 글자는 고대에 자주 "사(死)"라는 글자를 대체하여 사용되었다. 고대에 직접 "사(死)"라고 말하지 않았고, "고(故)"라는 말을 써서 완곡하게 누가 돌아가셨다(사망)는 것을 표시했다.
묘비에서 이 "고"자는 함부로 쓸 수가 없다. 오직 자손인 후대가 선대를 위해 비를 세울 때 이 글자를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선(先)"자는 묘비에 쓰일 때 "돌아가신 선대"라는 뜻이다. 이 글자는 돌아가신 선대어르신에 대한 경의를 나타낸다.
그외에, 이 글자는 또 하나의 아주 특수한 용법이 있는데, 이지(異地)에 매장된 묘비의 경우에 이 글자는 돌아가신 분이 타향에서 객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顯)"이라는 글자는 "부친대"를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부모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만일 자녀가 돌아가신 부모를 위해 비를 세우고 싶다면 "고현(故顯)"이라는 글자를 써서 비를 세우는 사람과 돌아가신 분의 혈연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수한 경우가 있다. 고대에 지위가 높거나 덕망이 고상한 사람에 대하여도 비문에 "현"자를 넣어서 돌아가신 분에 대한 찬양을 표시한다. 이는 돌아가신 분에게 있어서는 명예스러운 표현이다.
3. "고(考)"와 "비(妣)"의 구별
"고(考)"자는 비록 오늘알 일상으로 사용할 때는 "고시, 시험"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장례문화에서 이 글자는 돌아가신 분이 남성조상이라는 것을 표시하는데 쓴다.
그리고, "비(妣)"자는 장례문화에서 특별히 돌아가신 여성조상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선비(先妣)"라고 하면 통상 돌아가신 모친을 가리킨다.
고대부터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양세(陽世)에는 남녀가 자웅(雌雄)으로 구분되고, 음세(陰世)에서는 남녀가 "고(考)"와 "비(妣)"로 구분된다고.
"고"와 "비"는 돌아가신 조상의 성별에 따라 구분해서 부르는 틍정한 칭호이다. 동시에 존경을 담은 칭호이기도 하다.
장례와 관련된 활동에서 "고"와 "비"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묘비의 언어에서 두 가지 구분해야할 용법이 있다. "고선고(故先考)"와 "고현고(故顯考)"의 구별이다.
"고선고"는 주로 돌아가신 부친의 비를 세울 때 쓴다. 그리고 이 글자의 사용조건은 가족중에 제3대남성이 있어야 한다. 즉 손자가 출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석을 세울 때 "고선고"라고 쓸 수가 있다.
그리고, "고현고"의 용법은 더욱 엄격하다. 첫째, 부친의 모든 선대는 반드시 모두 돌아가셔야 한다. 둘째, 자손이 모두 건재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묘비에 "고현고"라고 새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 칭호는 돌아가신 분의 신분을 설명할 뿐아니라, 중국의 특유한 가족관념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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