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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스포츠

농심배와 신진서를 돌아본다

by 중은우시 2024. 2. 26.

글: 사예(謝銳)

(원제목: 농심배 신진서 연승, 업계자신감과 관련이 있는가?)

제25기 농심신라면배세계바둑연승대항전이 2월 23일 상하이에서 끝났다. 한국팀의 주장 신진서 9단이 이야마 유타 9단, 자오천위 9단, 커제 9단, 딩하오 9단, 구쯔하오 9단을 모두 물리쳤다. 여기에 부산에서 7연승중이던 셰얼하오를 떨어뜨린 것을 포함하면 6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지은 것이다. 또한 통합 16연승을 기록하였다. 이는 이창호가 2005년에 기록한 5연승의 단일 기의 주장5연승과 합계 14연승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농심배에서 한국팀은 4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 커제 9단이 최종전에서 박정환 9단을 꺽은 후, 중국팀은 이미 4년 연속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신진서가 계속하여 연승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승전에서 연승을 거둔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일단 기세가 오르면, 마치 전당강의 강물이 배산도해하여 파죽지세로 밀려오듯이 중일바둑연승전에서 장주주의 5연승, 고바야시 고이치의 6연승, 녜웨이핑의 11연승은 모두 실력으로 압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세를 타고 나니 나 아니면 누가 있으랴는 기세가 실력의 부족을 메꿔주었기 때문이다.

1997년 제5기 진로배삼국연승대항전에서 한국팀의 서봉수 9단은 단일 연승전 9연승이라는 공전절후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행운이 크게 따랐다. 히코사카 나오토 9단, 창하오 9단, 요다 노리모토 9단과의 3판은 모두 반집승이었다. 그중 히코사카 나오토 9단과의 대국은 실로 '그저 주운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운이 극히 좋았다.

신진서가 이번에 6연승을 거둔 것은 실력이 주요 원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운이 따랐음도 부인할 수 없다. 농심배 상하이시합은 큰 주목을 끌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이전의 두 라운드를 거치면서 달아올랐다. 게다가 이번 기 농심배는 6명이 1명을 상대하는 것이다. 신진서의 한걸음 한걸음은 모두 기적을 만드는 길이다. 그리하여 상하이호텔의 대국실 내외에서는 시종 정상대결이라는 분위기가 충만했다.

농심배에 출전한지 이미 6년이 되었고, 세계대회결승에만 10차례 출전한 신진서는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 산더미처럼 밀려든 매체에 여러 겹으로 포위되어 있으면서도 그는 담담하게 평소처럼 응대했다. 그러나 그의 적수들인 자오천위 9단, 딩하오 9단, 구쯔하오 9단은 처음 이런 큰 경기에 출전했거나, 홈그라운드에서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는 눈빛에 스스로의 마음이 흔들려 버렸다.

이것이 농심배 최종전이 아니었다면, 홈그라운드에서 진행된 결전이 아니었다면, 삼성배, LG배 2관왕에 오른 딩하오가 어떻게 50수도 두지 않고 승률이 한자리수로 떨어졌겠는가? 구쯔하오는 또 어떻게 승기를 잡았을 때 두 번이나 잡지 못하고 그저 지나쳤겠는가?

서봉수가 진로배에서 들풀이 미친 듯이 자라나듯이 9연승을 거두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세계최강고수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니듯, 연승전의 특성상, 신진서의 6연승도 그가 중국일류고수들에 대하여 압도적인 우세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리쉔하오 9단이 2022년 춘란배, 2023년 몽백합배에서 두번이나 이긴 바 있고, 2023년 구쯔하오 9단, 셰얼하오 9단이 각각 란커배, 삼성배에서 그를 이긴 바 있으며, 또한 판인 8단, 판팅위 9단도 2023년 중국갑조리그에서 그를 이긴 바 있다. 이걸 그냥 운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신진서는 바둑신이 한국바둑을 구원한 것처럼, 그 혼자의 힘으로 한국바둑과 중국바둑의 대결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대학에 입학하고, 라이브방송을 하고,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을 품었다면 그의 현재 우세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큰 힘이 강하긴 강하지만, 역시 취약하기 그지없다. 중국기사들의 두터운 강자들 앞에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와 같은 '한국1인자'는 다른 데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한 마음으로 바둑만 두면서, 이를 통해 바둑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을까? 중국고수들은 전성기에도 대학에 가고, 라이브방송을 하고, 딴 길을 찾느라고 바쁜데? 그 근원은 한국고수들은 직업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 50에 가까운 이창호는 지금도 각종 대회에 바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적은 구리, 콩제, 셰허는 일찌감치 바둑을 두지 않는다.

직업정신은 직업특성에서 나오고, 경제추세, 사회발전정도, 가정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프로기사가 30세도 되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갈아탈 생각을 하고, 딴 일을 알아본다는 것은 직업정신이 아직 자리잡히지 않은 것이다. 그저 기민함과 젊은 힘을 가지고 강적을 이기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지프스가 돌을 밀어올리는 것과 같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