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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청 후기)

"아편전쟁": 중국의 창세신화

by 중은우시 2023. 3. 13.

글: 고천활해(高天闊海)

 

이 제목만 보면, 어떤 네티즌들은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려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않다.

 

영국의 역사학자 Julia Lovell(1975-)의 The Opium War: Drugs, Dreams and the Making of China(아편전쟁: 마약, 꿈, 그리고 중국만들기)라는 책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아편전쟁은 중국의 '창세신화(founding myth)'중 하나라고.

 

아편전쟁은 중국인들에게 의미가 아주 크다. 중국의 불쌍한 역사교육 속에서, 정부는 이데올로기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아편전쟁을 이러저리 뜯어고쳤다. 그렇게 하여 민족원한(서방국가에 대한)을 선동하고, 중공통치를 유지하려는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중공이 역사허무주의로 고쳐쓴 중국역사속에서 아편전쟁은 중국근대사의 시작이며, 소위 "중화민족백년굴욕"의 기점이다.

 

줄리아 로벨은 책에서 이렇게 썼다. 그녀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아편전쟁에 관한 전문저작은 없다. 보기에 중국인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아편전쟁이, 서방에서는 그다지 큰 유명세나 영향력이 없는 것같다.

 

사실상, 아편전쟁에서 영국군 혹은 영국프랑스연합군에게 참패한 청나라조종은 아편전쟁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줄리아 로벨에 따르면, 청나라의 사서에서 아편전쟁에 대한 기록은 "변신(邊衅)"이다. 즉, 영국군과 청군간의 변경분쟁이라는 것이다. 이런 용어는 무엇을 설명하는가? 즉 패배한 청나라에게도 아편전쟁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전쟁에 휘말린 청나라제국도 좋고, 영국,프랑스도 좋다. 모두 아편전쟁을 큰 사건이라고 보지 않았다. 아편전쟁이후, 청왕조는 여전히 70여년간 더 존속했다. 줄리아 로벨이 그녀의 아편전쟁사를 출판한 2011년, 아편전쟁이 끝난지 이미 170년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중국역사에 대한 연구서적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아편전쟁은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백여년후에도, 중국인들중에는 아편전쟁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일까?

 

줄리아 로벨의 견해는 이러하다: 아편전쟁을 중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 것은 완전히 정부의 선전선동의 결과이다.

 

처음에는 1920년대의 국민당정부이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소련의 선전수단을 배워서, 아편전쟁을 들고 나와서 ,민족주의정서를 부추겼고, 중화민국을 만든다.

 

이어서 중공정권이다.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또한 마찬가지로 소련의 선전수단을 배워서, 마찬가지로 아편전쟁을 들고 나와서, 마찬가지로 민족주의를 선동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든다.

 

아편전쟁이라는 이 창세신화를 들고나와 민족주의를 선동하는 것을 한동안 하지 않은 적이 있다. 시간은 1980년대이고, 바로 중국이 대거 '개혁개방'을 주창하던 때이다.

 

1989년 중국에서 대규모 군중운동이 일어나고 중국의 소위 '인민자제병'들이 인민을 피비린내나도록 진압하게 되자, "아편전쟁산업(Opium War Industry)"는 다시 부활한다. 중국은 안정유지를 위하여, 소위 '애국주의교육'을 대거 추진하게 되고, 민중 특히 청소년들을 대규모로 세뇌시키면서, 아편전쟁은 요란하게 선전된다.

 

비록 줄리아 로벨은 중공정부의 세뇌가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고 보고, 중국인들의 '실용주의'는 그들이 정부의 선전을 그다지 믿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하지만, 아편전쟁신화로 대표되는 민족주의정서는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 예를 들어, 이전의 분청(憤靑)집단, 오늘날의 '우마오당(五毛黨)' 등등. 아마도 대다수 민중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고 일부분 민중은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아편전쟁에 대한 관점에서 보면 줄리아 로벨의 이 저작은 그저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기실 그렇지 않다.

 

역사학자의 저작은 문자변론이 아니다. 줄리아 로벨의 이런 관점은 그녀의 2차례에 걸친 아편전쟁, 특히 제1차 아편전쟁에 관한 대량의 중국과 서방의 사료를 비교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의 특징중 하나는 중국과 서방의 사료를 나란히 비교한다는 것이다. 청군, 청정부, 내지 청사의 기록과 영국,프랑스방면에서 동일한 사건 혹은 동일한 전투를 놓고 어떻게 기록했는지를 나란히 두고 비교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두 개 내지 여러개의 서로 다른 시각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서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모두가 알다시피 말끝마다 역사허무주의를 반대한다고 소리치는 중공은 오랫동안 역사를 계속하여 편집하고 고쳐왔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편전쟁의 신화는 바로 중공이 역사이데올로기화한 결과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는 이런 말이 있다: "누구든 과거를 지배하면, 그는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 중국고대전제계급이 엄청난 돈을 들여서 역사서를 쓴 것이나, 중국공산당, 소련공산당등 공산독재정권이 오랫동안 끊임없이 역사를 고쳐쓰며, 대규모로 세뇌시키고, 거짓말로 나라를 다스린 것은 바로 우리들에게 독재정권의 반인류적인 본질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21세기인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반드시 공산독재정권의 위조와 개작을 경계해야 한다. 신화를 역사로 만드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필자의 제목 <아편전쟁: 창세신화>는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역사사건을 중국에서 정치화하고, 이데올로기화하는 현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진정한 신중국을 건설하려면, 역사를 복원시켜야 한다. 역사에 대한 이데올로기화, 정치화(즉, 역사허무주의)를 취소시키는 것이 아마도 인식에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줄리아 로벨의 저작을 읽는 것을 우리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