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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그림

당백호(唐伯虎)의 호랑이그림은 가격이 얼마나 할까?

by 중은우시 2018. 3. 12.

글: 살소(薩蘇)


당백호(唐伯虎)가.... 호랑이를 그렸다....?


당햅호에 대하여 얘기하자면, 그는 확실히 호랑이와 인연이 있다. 그의 자는 백호(伯虎)이고 본명은 당인(唐寅)이다. '인'이든 '호'이든 모두 호랑이를 가리킨다. 다만 이 명나라때 회화에서의 4대가중 으뜸을 차지하는 그는 일생동안 호랑이와는 관련이 없이 지낸 것같다. 그가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그가 호랑이해, 호랑이달, 호랑이시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당백호는 평생을 풍류를 즐기며 살았는데, 그는 과거에서는 시험부정사건에 연루되어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로 인하여 실질적인 일을 하기 보다는 그저 방랑하며 살았다. 스스로 붙인 호는 도화암주(桃花庵主), 육여거사(六如居士)등 문인아사(文人雅士)의 풍취가 있다. 그는 야수파와는 거리가 멀다. 역사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그가 호랑이를 그렸다는 기록은 없다.


그런데, 수장가들 사이에서는 당백호가 그렸다는 호랑이그림이 나타났다는 풍문이 돌곤 한다. 이것은 기실 쉽게 이해된다. 문인들은 모두 당백호는 호랑이와 인연이 있고 그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기념으로 호랑이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그러나, 세상에서 만일 누군가가 당백호의 호랑이그림을 샀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사기꾼에게 속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만일 서비홍(徐悲鴻) 선생이 당백호의 호랑이그림을 샀다면.....어떨까?


설마 당백호가 정말 호랑이를 그린 적이 있을까?


이 일은 당사자의 후손에게 들은 것이고, 필자가 마침 그 자리에 있었다. 거기에는 약간의 유명인사들도 있었으니, 서비홍 선생이 당백호의 호랑이그림을 샀다는 것이 순전히 허구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일은 9.18사변이후에 일어났다. 당시 동삼성(東三省, 만주의 요녕,길림,흑룡강성을 가리킴)에서 의용군이 일어나면서, 부호와 귀족들이 속속 남쪽으로 내려온다. 동란의 와중에 집안이 망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떤 집안에서는 피난을 가는 와중에 다른 방법이 없어 집안의 골동품을 전당포에 맡기고 급한 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세에는 골동, 난세에는 황금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런 난세에는 모공정(毛公鼎)같은 것을 들고 나와도 그다지 가격을 많이 받을 수는 없다. 수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시 적지 않이 좋은 서화와 골동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서비홍 선생도 당시에 적지않은 물건을 얻었다. 하루는 급히 이고선(李苦禪) 선생과 그의 제자를 거처로 불렀다. 그는 서비홍과 관계가 무척이나 좋다. 서비홍 선생은 이고선 선생보다 겨우 4살이 많을 뿐이다. 다만 당시 이고선이 처음 북경에 왔을 때, 서비홍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의 문하로 들어가서 도움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고선은 인력거를 끌어서 돈을 벌면서 그림을 배웠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비홍은 일찌기 이고선을 프랑스근공검학(勤工儉學, 워킹할러데이같은 류의)을 소개하기도 했고, 서산공장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게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의 서산공장의 노동자들은 모두 2인1실로 지냈는데, 이고선과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이 모윤지(毛潤之, 모택동)였다. 


이고선은 이런 일로 서비홍 선생에게 고마워하고 있었고, 평생을 제자의 예로 서비홍 선생을 모셨다. 스승이 부른다는 말을 듣자, 즉시 제자를 데리고 달려간다. 도중에 두 사람은 그를 부르러 온 집사에게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길래 부른 것이냐고 물어본다. 


집사는 그 일이 바로 서비홍 선생이 금방 구한 당인의 그림을 구했는데 호랑이를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고선과 제자는 그 말을 듣자 깜짝 놀란다. 당백호가 언제 호랑이를 그렸단 말인가? 스승이 정신이 나갔는가?  그 집사는 자랑스럽게 당백호의 호랑이그림을 구한 경위를 말해준다. 원래 서비홍 선생이 이 그림을 얻는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며칠 전에 누군가 그림을 팔겠다고 찾아왔는데, 모두 명,청 시기의 귀한 작품들이었다. 가격은 높지 않았고, 작품의 수준은 모두 높았다. 서비홍은 감상을 한 후에 진품이라고 여기고 아주 기뻐한다. 상대방에게 물건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자세히 얘기를 나눈다. 계속하여 추궁을 한 끝에 상대방은 사실대로 털어놓는데, 원래 그는 청나라 고관의 후손인데, 부친이 서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민국으로 바뀐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겨 신해혁명후에 만주로 이사갔다. 일본군이 심양을 점령하기 전에 부친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는 도중에 전란이 벌어져서 할 수 없이 남으로 피란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으로 오니 더 이상 의탁할 곳이 없어 친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을 팔려고 하는 것인데, 실로 부득이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서비홍은 그의 말을 듣고 탄식하며, 다른 수장품들도 팔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 사람은 돈 쓸 곳은 많은데 돈나올 곳은 없으니 팔 수 있으면 팔겠다고 한다. 그래서 서비홍은 그가 거처하는 곳으로 간다. 갔더니 과연 석도(石濤), 당인, 팔대산인등의 명작이 있었고 모두 얻기 힘든 귀한 작품들이었다. 그림 하나를 펼쳐보니 갑자기 호랑이가 나왔고, 낙관은 당인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 사람은 돌연 안색이 변하더니, 이건 황실에서 내려준 물건이어서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비홍도 호랑이를 그리는 대가이다. 한눈에 이 작품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뎠다. 대가가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가 팔지 않겠다고 하자, 그럼 감상만이라고 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림을 펼쳐서 서비홍이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준다. 과연 대단한 작품이었다. 서비홍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고, 자신의 필법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작품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미묘한 점은 바로 당인 선생의 톡특한 필법이었다. 당백호가 과연 호랑이그림을 세상에 남겨놓았고, 그게 이제 자기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서비홍 선생은 그래도 아직 이성을 유지하며 낙관, 글씨 그리고 인장까지 살펴본다. 모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집을 나온 다음에 집사를 시켜서 무조건 사오도록 지시한다.


그 집사가 다시 그 집을 찾아갔을 때, 마침 그 집에서는 돈문제로 집안사람끼리 다투고 있었다. 막내아들이 병들었는데, 치료비가 없었고, 처첩들도 집을 떠날 기세였다. 손님이 온 것을 보고서야 잠시 싸움을 멈춘다. 주인은 마지못해 몸을 빼서 나왔는데, 집사가 그림을 사고 싶다고 하자, 처음에는 응하지 않다가, 결국 집안의 재정이 곤란한 점을 애기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에는 탄식을 하면서 당백호의 호랑이그림을 팔면 앞으로 조상을 볼 면목이 없다고 눈물지었다. 그래도 집안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니 골동품을 끌어안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가격이 서로 맞지 않았다. 그가 요구하는 금조(金條) 30개로 너무 많아서 서비홍 선생이 일시에 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조금 깍아보려고 하는데, 별로 깍아주려고 하지 않아,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한다.


다음날 집사가 가서 그가 주인과 가격을 얘기하고 있는데, 돌연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집사가 보니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장대천(張大千) 선생의 제자였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주인에게 인사를 하면서, "듣기로 주인께서 당백호의 호랑이그림을 마침내 팔려고 한다면서요. 대천 선생꼐서 저를 보고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가격이 30개 금조라고 들었는데, 제가 35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저에게 주시겠습니까."


그 주인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서비홍의 집사가 바로 일어서면서 말한다. "실은 서 선생이 이미 30개 금조에 동의하였습니다. 나는 그저 최대한 깍아보려고 한 것일 뿐입니다." 라고 하면서 상대방을 자리에 눌러앉힌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미 다 합의했으니, 제3자가 끼어드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그 후에 그 사람과 어쨌든 먼저 와서 얘기한 사람에게 팔아야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당신도 명문집안이 후손인데 어찌 금조5개때문에 신용을 잃을 수 있느냐는 말도 하면서. 그 주인은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넘어왔다.


그런데 장대천의 제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래서 세 사람은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때 집사를 따라갔던 아이가 얼른 전화로 서비홍 선생에게 알린다. 그러자 서비홍은 즉석에서 35개금조에 사겠다고 결정한다. 절대로 장대천에게 넘길 수는 없다면서.


그 집사도 어쨌든 노련한 인물이어서 결국 그 거래를 성공시키고, 장대천의 제자는 실망하여 돌아간다.


서비홍 선생은 그림을 얻고나서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내실에 두고는 하루종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거실에 걸어두라고 지시한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그러더니 돌연 집사를 불러서 이고선을 불러오라고 한 것이다.


아마도 서비홍 선생께서 같이 감상하자는 것같습니다라고 말해준다. 이고선과 제자는 흥분한다.


도대체 당백호가 그린 호랑이는 어떤 모습일까?


두 사람은 흥분하여 서비홍의 집으로 간다. 거실 중앙에 그 호랑이 그림이 걸려 있었다. 서비홍 선생은 대나무의자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비홍을 깨우지는 못하고, 그냥 그림을 감상하기 시작한다.


과연 대가의 숨씨였다. 두 사람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이 붓놀림을 봐라. 이건 당백호만이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정말 신묘하구나 신묘해.


두 사람이 가볍게 그림을 창찬하다가 돌연 이고선이 그림의 귀퉁이에 그려져 있는 풀과 돌에 주의한다. 자세히 보다가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래진다.


두 사람은 한참을 서로 쳐다본다. 그러다가, 이고선이 망설이며 가볍게 묻는다: "봐라. 이 난초는...."


제자도 가볍게 대답한다. "맞습니다. 어째 장대천의 화풍같습니다."


이고선도 다시 더 자세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돌을 가리킨다. "봐라. 이 돌도...역시.."


제자가 낮은 소리로 말한다. "그렇습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돌연 거짓으로 잠든 채 하고 있던 서비홍이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문 입구를 가리키며 두 사람에게 "나가라!"고만 말한다.


두 사람은 황급히 그 집은 나온다. 이후로 서비홍 선생의 이 당백호 호랑이그림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얼마전에 듣기로 1990년 철도공안이 밀수물건이라는 혐의로 압수하였는데, 당사자는 법절차가 불공정했고, 자기는 밀수한 것이 아니고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가전지보인데 억울하게 압류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는 이미 소송을 내서 20여년간 싸우고 있는데, 핵심은 바로 당시 철도공안이 압수한 물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당백호의 <와호도(臥虎圖)>라고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압수되어 있는 동안에 분실된다. 그는 이 그림의 가격이 수천만위안은 된다고 하여 철도부에 150만위안을 배상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철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소송중이라는 것이다.


당백호의 <와호도>는 도대체 어떤 작품일가?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