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멸초(秦滅楚): 망진필초(亡秦必楚), 도대체 진과 초는 얼마나 큰 원수를 졌을까?

글: 왕욱기(王昱祺)

왕전이 조나라를 멸망시키고, 왕분이 연나라 위나라를 멸망시켰다. 여기에 이전에 태수등에 의하여 멸망한 한나라까지 합쳐서 현재 동방의 육국은 이제 겨우 초(楚)와 제(齊) 두 강국만 남았다.

종합국력으로 보면, 초, 제 양국은 모두 약하지 않아다. 초나라는 몇번 도성을 옮겼고, 노(魯)나라를 합병하여, 실력이 여전히 강인했다. 제나라는 반세기동안 전쟁을 거치지 않았다. 비록 영토면적은 전성기보다 훨씬 못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많고, 백성은 부유하고 나라는 강했다.

진시황은 먼저 초나라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한다. 초나라의 도성은 진나라와의 거리가 비교적 가깝다. 동시에 창평군 웅계가 진성에서 호응해줄 수 있다. 이런 '지리, 인화'를 갖추고 있으니, 당연히 먼저 초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 출정에서 진시황은 왕전, 왕분 부자를 남겨두고 쓰지 않기로 한다. 진왕조의 창업자로서 진시황은 이 두 대장의 공로가 너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특히 이 두 사람은 부자관계이다.

누구를 대장으로 삼을 것인가? 진시황은 심사숙고하기 시작한다. 몇년전에 이신은 요동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진시황이 가장 마음에 두는 후보자였다.

진시황은 이신을 부른다. 그리고 묻는다: "장군이 만일 초나라를 토벌한다면, 얼마의 인마가 필요한가?"

이신은 마치 미리 생각해두었다는 듯이 대답한다: "초나라를 토벌하는데, 20만이면 충분합니다."

초나라는 먼저 멸망시킨 삼진과는 달랐다. 삼진은 사방으로 전투를 벌이는 땅에 있어서 어느 1년도 전쟁이 없는 해가 없었다. 그러나, 초나라는 전국후기에 어느 정도 휴양을 해서, 인구와 군사력이 모두 일정한 수준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나라군대의 수량은 절대로 20만을 넘었다. 상대방보다 적은 인원수로 상대방을 멸망시킨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이십만이면 충분합니다'라고 말했으면 진시황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신은 자신의 특질이 있었다. 그는 삼천의 병력으로 연나라 태자단의 십여만 인마를 추격한 바 있다. 그가  '이십만이면 충분하다'고 말했으면 그 개인의 기질에 부합한다.

진시황이 다르 날 왕전을 초청했을 때 같은 문제에 대하여 왕전 노장군애 내놓은 대답은, "육십만이 아니면 안됩니다"였다.

진시황이 가장 우려하는 한 가지 일은 장수가 바깥에 있을 때는 왕의 명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왕전이 만일 육십만대군을 장악할 수 있으면, 왕전이 원하기만 하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자신이 왕을 칭할 수도 있다.

진시황의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몇년 후 그는 전후로 오십만대군을 남으로 보내어 확장하는데, 조타(趙佗)는 영남에서 병력을 이끌고 왕을 칭한다. 오십만 진군은 한 명도 귀국하지 않는다.

재삼 이해득실을 따져본 후에, 진시황은 이신을 총사령관 몽염(蒙恬)을 부사령관으로 삼아서 20만의 병력을 이끌고 초나라를 정벌하러 출발한다.

진시황이 이렇게 이신을 신임한 것은 이신의 출신과 관련이 있다.

이신은 조상대대로 조나라에 살았다. 조상은 대부(大夫) 출신이다. 장수로 시작한 인물은 이동(李同)이다. 그는 조무령왕의 아래에서 장수로 있었다.

이동에게는 유명한 아들이 있다. 조나라의 상국인 이태이다. 이태는 용맹하기 그지없고, 그는 조무령왕을 사구궁에서 아사하게 만든다. 이씨가족에 용맹의 유전자를 남긴다.

이태가 사망한 후, 이씨가족은 조나라에서 배척당한다. 일부분은 진나라로 옮겨가서 거주하는데, 거기서 힘든 창업과정을 거친다.

이씨가족은 용맹하고 싸움을 잘했다. 제5대 이족(李族)은 이미 진군에서 장군을 맡는다.

이씨의 제7대 이숭(李崇)은 관직이 농서태수에 이르고, 진인의 발원지에서 태수를 하다니, 이씨가족은 이미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

제8대 이요(李瑤)는 관직이 남군태수에 이르고, 초나라의 옛도읍 영도부근지역을 관장했다. 이씨는 한단계 더 발전했다.

이신의 자는 유성(有成)이다. 그러므로 이신은 이유성이라고도 부른다. 아주 좋은 이름이다.

이신은 이동의 제9대 후인이다. 그는 이미 진나라의 토박이이다. 충성도는 당연히 문제가 없다. 그리고, 그는 장수집안 출신이다. 이런 명장기질은 많은 초근장군들이 갖지 못한 것이다.

이신이 처음 병력을 이끌고 출전한 것은 약 5년전이다. 당시 왕전이 병력을 이끌고 조나라를 공격할 때, 이신은 이만명의 부대를 이끌었고, 임무는 조나라의 북방 몇개군이 이목을 증원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그 전투에서, 이신은 상대와 총병력이 비슷했다. 다만 조나라북부의 5군에 산재해서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병력을 가련할 정도로 적었다. 이신이 함부로 자리를 떠나서 병력을 이끌고 하나하나 북방오군의 성읍을 점령하여, 나중에 공과 과를 상계하여 상을 받지는 못했다.

이신의 제2차 출병은 약 4년전이다. 당시 형가자신왕으로 왕분이 병력을 지휘하여 연나라를 공격했다. 이신은 왕분을 보좌한다.

그 전투에서, 이신은 3천의 병력으로 연나라 태자단의 십여만 인마를 추적한다. 최종적으로 태자단은 참수되고, 이신은 명성을 천하에 떨친다. 진시황의 그에 대한 평가는 3글자이다: "소(少), 장(壯), 용(勇)!"

진시황이 이산을 총사령관으로 삼아 초나라를 정벌하게 한 것은 자연히 깊은 이치가 있다. 부사령관 몽염도 진시황이 발탁하려고 마음에 둔 장군이다.

이신은 용맹하기만 하고 모략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십오만대군을 지휘하여 언릉을 공격한다. 몽염은 5만인마를 이끌고 평여를 공격한다.

이신의 군대의 북쪽은 창평군이 통제하는 진성이다. 남쪽은 몽염의 군대이다. 이런 안배는 좋은 점이 많다. 먼저 이신의 대군의 남북야옥이 모두 안전하다. 이는 먼저 자리를 굳건하게 잡는데 가장 중요하다. 그 후에 이렇게 큰 범위로 추진하면 초나라군대의 주력이 어느 곳에 숨어있기는 힘들다.

진군의 주력은 각종 공성무기의 엄호하에, 하루만에 언릉을 함락시킨다. 몽염도 평여성의 아래까지 진격한다.

평여는 초나라의 식량보관거점이다. 병력을 이끌고 평여로 가는 목적의 하나는 양식을 빼앗아서 쓰려는 것이다. 둘은 초군의 거점을 파괴하여 초군이 다시는 집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셋은 진나라군 주력의 후방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신의 계획대로라면, 창평군은 진성에서 초나라사람들은 다독거려야 한다. 양초의 조달을 도와주어야 한다. 이신은 진성을 지나가면서 들어가지 않았고, 동쪽으로 병력을 이동한다. 성보를 공격하고, 몽염이 평여를 함락한 후에 성보에서 회합하기를 기다렸다.

기실, 이신에게 기회가 있었다. 이십만대군으로 직접 수춘(壽春)으로 쳐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안전한 공격법을 선택한 것이다.

먼저 수춘의 앞에 있는 각 거점을 청소하고, 한걸음 한걸음 초나라를 잠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수춘이 고성(孤城)이 되면 다시 공격해서 함락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신의 겉으로 보기에는 안전해 보이는 계획에 약간의 헛점이 있었다. 혹은 약간 소홀히 한 점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초나라의 삼대가족을 살펴보자. 굴(屈), 소(昭), 경(景)의 삼대가족은 모두 어느 초왕의 후인들이다.

삼대가족은 춘추시대이래로 오랫동안 초나라의 조정과 군권을 장악해 왔다. 경씨가족은 명장을 많이 배출했고, 많은 사람들이 상주국(上柱國)이라는 직무를 맡았다. 전국말기에 초나라이 상주국은 경연(景燕)이다.

경연은 봉지가 있는데, 진의 남쪽 멀지 않은 곳이다. 항성(項城)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경연은 항연이라고도 부른다.

항연은 초나라의 상주국으로 자연히 초나라에서 진나라에 저항하는 총지휘관이 된다.

만일 이신이 주도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게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항연과 항성의 존재를 빠트린 것이다. 이신이 보기에, 초나라군대는 누가 지휘하느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항연이 봉지가 어디에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겠다는 자세였다.

이신의 십오만대군이 성보로 가기 전에 먼저 진성으로 간다. 창평군이 있는 곳에서 보급을 받는다.

진성이라는 큰 성은 원래 춘추시대 진나라의 도성이다. 초나라가 영도에서 동쪽으로 수도를 옮길 때, 처음 잡은 도성이 바로 진이다. 이곳의 성은 견고하고 땅은 넓다. 많은 초나라 종실구성원들은 이곳에 거주한다초나라의 유명한 성읍이었다.

몇년전 초나라에서는 내부투쟁이 벌어져, 창평군이 왕위를 쟁탈했으나 성공하지 못한다. 그는 진성에서 초왕을 칭한다. 당시 초왕부추는 초애왕을 격살하고, 창평군은 초왕부추, 초애왕과 모두 형제이다. 모두 초고열왕의 아들인 것이다. 창평군도 왕위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

창평군은 당시에 진나라의 지지를 받았다. 창평군을 밀기 위하여, 초나라가 한나라 신정의 반란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진시황은 군대를 초나라로 파견해서 도운다.

3년전에, 진성이 바깥에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나타난다. 그는 의복이 화려했고, 몸에는 장검을 차고 있었다. 어깨에는 형초대기를 매고 있었다. 흰색의 준마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고, 진군의 군영에서 출발하여 진성의 바깥으로 달려간다.

슉하는 화살소리와 함께 성벽위의 신궁이 쏜 화살이 백마의 앞에 떨어진다. 거리를 잘 계산했다. 성벽위의 장수가 소리친다: "오는 자는 누구인가?"

온 사람은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고귀한 풍모를 지녔다. 그는 단전의 기를 모아 종소리처럼 큰 소리로 말한다: "본후는 창평군이다. 고향으로 돌아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성위의 장수는 크게 놀라서 즉시 사람을 시켜 초나라 종실 사람을 불러 성벽위에서 사람을 확인한다. 그 결과 이 몇몇은 일찌기 진나라로 가서 창평군을 만난 적이 있는 종실이다. 모두 성아래 온 사람이 바로 창평군 본인이라고 확인해준다.

창평균은 초왕 부추의 형이다. 그는 진나라에서 어사대부라는 고위직을 지낸다. 창평군은 초나라에서의 명망이 초왕부추에 못지 않다.

이 삼년간 창평군은 진성에 할거하고, 초나라군대내의 장수들은 누구하나 명을 받들어 그를 토벌하러 나서지 못한다.

이신은 진성에서 보급을 받은 후, 계획에 따라 동진하여 성보에 도착한다. 이 양식을 쌓아놓은 작은 성을 점거하고, 다시 점차로 다른 지점을 점거하며, 마지막에는 초나라의 도성 수춘을 함락시키고자 했다.

이신의 대군은 진성을 지나가면서 병사는 성에 들어가지 않고 동쪽으로 떠난다. 창평군은 진성에 남아서 군대와 민중을 다독인다. 그는 수만의 군사를 동원하여 이신의 대군에 군수물자를 조달해주었다.

이신의 군대가 동진하는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가는 도중에 초나라의 작은 성 거점을 만나면 강경책과 유화책을 병용하여 설득할 수 있는 경우는 설득하고, 설득할 수 없으면 강공하며 3일후에 성보 성아래에 도착한다.

성보를 공격하는 유리한 점은 확실했다. 성보의 양초를 얻으면, 싸우면서 계속 보급을 받을 수 있었고, 더더구나 동쪽의 안전상의 숨은 우려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신은 비록 용맹하지만, 이 전투의 전술안배는 확실히 착실하게 한걸음한걸음 나가는 식이었다.

이신은 즉시 사람을 파견하여 몽염에게 통지한다. 양초를 가지고 올 수 있는 만큼 가져오고, 가져올 수 없는 것은 모조리 태워버려라. 양군은 성보에서 회합한다. 그리고 남하하여 수춘을 공격할 준비를 한다.

기실 이신에게는 또 하나의 선택이 있었다. 바로 몽염과 동서에서 항성을 협공하는 것이다. 항연의 봉지를 공격하면, 항연이 사전에 응전하게 만들 수 있다.

만일 이렇게 했다면, 항연은 반드시 자기의 봉지를 진군의 수중에 넘기지 않기 위하여, 진,초의 결전이 더욱 빨리 벌어졌을 것이다. 그 때 진군이 충분한 승산이 있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최소한 쌍방은 모두 밝은 곳에 있었고, 세력은 비슷했다.

이신과 진나라군대의 장수들이 이 방안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나라사람들이 보기에, 초나라의 삼대가족의 봉지는 아주 많아서, 진나라사람들은 누구의 봉지가 어디인지까지 신경쓸 수는 없었다. 모두 초나라의 영토로 보고 상대하면 되었다.

이신이 항성을 포기하고 성보로 동진한 것은 멍청한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절대로 이번 전투의 승부수이다.

이신이 몰랐던 것은 아니다. 진나라군대에게 군수물자를 운송하는 초나라사람의 뒤에 20여만의 초나라군대가 있고, 항연이 지휘한다. 진군을 뒤쫓은지 이미 삼일밤낮이다. 그들은 사냥감을 추적하는 배고픈 늑대처럼 언제든지 사냥물을 집어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군이 가는 도중에 작은 성들을 점령할 때, 항연은 아예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은 늑대보다 더욱 총명하다. 타초경사하는 일을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이신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창평군이 암중으로 초왕부추에게 칭신했을 줄은. 항연의 초나라군대 주력은 바로 창평군이 물자를 운송하는 초나라사람들의 뒤에 숨어 있었다.

이씨가족의 전투수준은 일류이다. 정치적 후각을 따진다면 이 가족은 수준이 떨어진다. 창평군은 어쨌든 초나라 종실이다. 그가 새로 초나라편을 들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바로 진군이 보루를 쌓고, 공성무기를 만들고 있을 때, 항연은 초군을 움직여서 진군의 후방에서 기습을 한다.

진군은 백여년동안 계속 전투를 했다. 비록 돌연한 기습을 당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세를 펼치고 초군과 백병전을 벌였다.

하룻동안 진군은 만명이상이 전사한다. 이신은 신속이 진군을 조직하여 응전한다. 동시에 후방에도 보루를 쌓는다.

며칠내에 진군은 점차 안정을 되찾는다. 보루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다. 손실을 당한 인원수는 1만5천에 달한다. 만일 몽염의 원군이 도착한다면, 개별전투력을 놓고 볼 때, 진나라군대는 여전히 초나라군대보다 강했다.

이신은 십삼만여명을 이십여대오로 나누어서, 매 대오가 5천명이었다. 초군이 대형 공성기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하에서 진군은 원군이 오기를 기다려 반격을 가할 생각이다. 그러면 겁날 것이 없다.

초군이 제1차 전면공세를 펼칠 때, 이신은 초군이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은 성보성에서 많은 공성기계를 운반해온다. 첫째날 두 개의 주변에 있던 진나라군대의 보루를 점령한다. 1만진군은 한 명도 도망가지 못했다.

이신은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려, 보루를 포기하고, 서쪽으로 향하여 몽염의 군대와 회합하기로 결정한다.

사후에 증명된 것을 보면, 이신의 이 결단은 아주 총명한 것이었따. 만일 계속 보루를 지켰다면, 분명 초군에게 하나하나 함락당했을 것이고, 만일 북족의 위나라 옛땅으로 철수했더라면, 자신의 손실이 참중할 뿐아니라, 몽염의 5만명도 도망치기 어려워 전멸당했을 것이다.

이때의 몽염군은 초군의 한 비주력부대와 싸우고 있었다. 항연의 계획은 먼저 이신의 주력을 해결한 후, 마지막에 몽염군을 수습하는 것이다.

만일 이신군이 북으로 철수했으면 항연은 이신군을 추격하여 크게 타격을 가할 기회가 생긴다. 그 후에 몽염군을 포위하면 된다.

이신은 5천명을 단위로 도위가 각 부대를 지위하게 한다 진법을 만들어 서방의 몽염군과 회합한다.

도중에 초군은 계속 진나라군대의 방어선을 공격하고, 서로간에 사상자가 생긴다.

항연도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이 이러한 때에 이르면, 이미 전략이라는 것이 그다지 쓸만한게 많지 않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용기를 다투고, 사람수를 다툰다. 초군은 1명으로 1명을 상대하면, 손해는 없다. 초나라사람들은 하나하나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진나라군대를 한 명 더 죽이면, 진나라군대의 다음번 전쟁공세는 그만큼 약화될 것이라는 것을.

그후 이신과 몽염의 양군은 회합하고 그 후에 북으로 철수하여 위나라 옛 영토로 들어간다. 다만 손실은 아주 참혹했다.

이신은 대군을 점검하니 7명의 도위를 잃었고, 이 7명의 도위가 관할하던 3만5천인마도 전멸한다. 기타 각 부대의 인마도 정도는 다르지만 타격이 컸다. 진군은 20만에서 근 절반을 잃는다.

이신의 성격으로 당연히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사기와 병력으로는 전세를 뒤집을 수가 없다. 이신은 할 수 없이 사람을 함양에 보내어 진시황에게 죄를 청한다.

이신은 초나라공격에 실패한다. 진시황에게 남겨진 선택은 두 가지이다. 노장 왕전이나 혹은 왕전의 아들 왕분.

다만 진시황은 걱정한다. 만일 왕전 혹은 왕분에게 육십만 인마를 넘겨주면, 이는 진나라의 통치를 뒤집을만한 병력이다. 진시황은 의심이 많았다. 그는 친히 왕전의 집으로 간다. 왕전이 조금 적게 데려가겠다고 하기를 기대하면서.

군신간에 가벼운 인삿말이 오간 후 진시황이 말한다: "초나라를 공격하는 전투는 장군이 아니면 안되겠습니다. 장군께서는 절대 사양하지 마십시오."

왕전이 얼마나 총명한 사람인가. 그는 진시황이 자신에게 출병하게 하면서, 60만인마를 다 주지 않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바로 주제로 들어가서 얘기한다: "대왕이 만일 소신을 쓰시려면 60만명이 아니면 안됩니다."

진시황은 일찌감치 얘기할 말을 준비해 왔다: "과인은 춘추오패의 위세로 제후가 되어 그 국가는 천승이 넘지 않는다. 1승이 75인으로 계산하면 10만에 미치지 못한다. 지금 장군이 60만을 쓰겠다는 것은 고금이래로 없던 일이다."

왕전의 대답도 청산유수였다: "옛날에는 날짜를 정해서 진을 펼치고, 진을 갖추어 싸울 때는 움직이는데도 통상적인 법칙이 있었다. 싸우더라도 중상을 입히지 않았고, 죄를 묻더라도 땅을 빼앗지는 않았다. 비록 무기를 들고 싸우지만, 예양의 뜻이 있었다. 옛날에 제왕이 병력을 움직일 때 전혀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제환공이 병력을 움직일 때 3만이 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열국이 싸울 때,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고, 많은 인원으로 적은인원을 눌렀다. 사람을 만나면 죽이고, 토지를 만나면 공격한다. 머리를 베는 덧도 걸핏하면 수만이다. 성을 포위하면 여러해동안 지속했다. 농부, 아이들까지 모두 무기를 들고 싸운다. 비록 적게 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하물며 초나라땅은 동남쪽에 치우쳐 있어 명령만 내리면 백만이모일 수 있다. 신이 육십만이라고 한 것도 여전히 부족한데, 어찌 더 줄일 수 있겠습니까."

진시황은 왕전이 전혀 양보할 기색이 없는 것을 보자 그냥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장군처럼 용병에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꿰뚫어보지를 못할 것입니다. 과인은 장군의 말을 듣겠습니다."

진시황은 왕분을 함양으로 불러서 통제한다. 왕전은육십만 진군을 지휘하기를 원하면서 떠나기 전에 진시황에게 함양부근의 전답을 달라고 청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진시황에게 말한다: "신은 늙었습니다. 바람속에 흔들리는 촛불과 같습니다. 얼마나 더 빛나겠습니까. 신에게 좋은 전답이 더 많이 가지고 자손에게 남겨서 쓰게 한다면 대대로 대왕의 은혜를 입을 것입니다."

왕전은 정치를 잘 가지고 노는 전문가이다. 그의 이 말은 진시황에게 자신이 다른 뜻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부장 몽염과 대군을 이끌고 보무당당하게 초국으로 간다.

왕전이 부대를 주둔시킨 곳은 평여이다. 육십만대군이 주둔하는데, 이곳은 원래 양식창고였다. 그러니 부대을 주둔시키지 좋은 곳이다.

초나라 방면에서, 병력을 지휘하는 대장은 여전히 항연이다. 그러나 이번에 항연의 병력도 40여만에 달한다. 초나라의 모든 기동역량을 거의 다 동원했다.

이해되지 않는 일은 왕전이 싸움에 나서기도 전에 방원 사십여리의 보루석루를 쌓았다는 것이다. 60만진군은 보루 안에 깊이 숨었고, 보루를 굳건히 지켰다.

진나라군대는 인원수에서 우세했다. 왕전은 무엇을 두려워한 것일까?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왕전대장군이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다만 백전노장 특유의 직관은 왕전에게 정면으로 초군과 교전해서는 안된다고 말해주었다.

왕전의 육감은 그에게 반드시 초군의 날카로운 창끝은 피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우수하고 부지런한 장수가 명장과 비교되는 점은 아마도 이런 전쟁에 대한 감각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선을 20년후에 놓아보자. 왕전의 손자인 왕리(王離)는 항연의 손자 항우(項羽)와 싸울 때 왕전의 직관과 비교해보도록 하자.

거록지전에서 왕리는 북방의 진군 정예를 이끌고 지키고 있었다. 항우가 이끄는 건 팔천이 되지 않는 강동자제병을 중심으로 한 잡패군이다. 왕리는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하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고 항우에게 전멸당한다.

왕리가 만일 조부와 같은 예감과 판단력을 지녔다면, 그래서 약간 보수적이었다면,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라는 전략을 썼다면 어찌 그렇게 신속하고 철저하게 패배했을 것인가.

왕전이 이처럼 조심할 줄은 항연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진군의 반대편에 보루를 쌓는 것 이외에 매일 사람을 보내어 도전했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왕전은 군사들에게 명을 내려, 매일 훈련을 강화했다. 왕전의 훈련방법은 아주 독특했다.

먼저, 십이근(약3킬로, 진나라제도로 1근은 16량. 1량은 15.8그램)의 돌맹이를 던지는 훈련을 한다. 삼백보(약415미터, 진나라제도로 1보는 5척이고, 1척은 23.1센티미터이다)를 제한으로 하여, 소형투석기로 투석한다. 300보를 넘으면 상을 내린다. 만일 맨손으로 완성하면 매일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

두번째 훈련은 높이뛰기이다. 2개의 높이 7,8척(약 1미터 60센티 내지 1미터 70센티)의 막대기의 위를 끈으로 연결시키고 이 높이를 뛰어넘으면, 모두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진군은 이번에 초나라에 한번 머물자 1년여를 머물렀다. 훈련을 게임처럼 하니 진나라군사들은 기분풀이도 하였다.

할 일이 없으면 왕전은 장군의 식사를 포기하고, 사병들과 같은 음식을 먹었다. 만일 병사가 와서 적군과 싸우자고 청하면, 상대방을 불러 술을 마셨다. 그러나 출전은 절대 하지 않았다.

왕전은 스스로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 함양에서 출발하기전에 함양에서 진시황에게 함양의 전답과 저택 수곳을 요구하고 나서, 행군이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다시 사람을 함양에 보내어 전답을 추가로 내려달라고 요구한다.

초나라사람의 각도에서 이해하자면, 왕전은 전답을 탐한 것이 아니라, 진왕의 시기를 우려한 것이다. 어쨌든 60만진군대군을 이끌고 외지에 나가 있으니, 왕씨가족이 정말 다른 마음을 품었다면 진왕이 어찌 우려하지 않을 수 있는가.

예전에 오국이 연합하여 제나라를 칠 때, 악의(樂毅)는 연군을 지휘하여 제나라 대부분지역을 공격한다. 30여만을 거느리고 2개의 성읍만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의 연왕은 악의를 시기할 뿐아니라, 후세의 문인들도 의심하였다. 악의가 정말 그 두 개의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병력을 거느리고 스스로를 보호한 것인지.

왕전이 60만의 병력을 거느리고, 방어하는 자세를 취한다. 악의보다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 왕전도 병력을 거느리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인가.

기원전224년 겨울, 이 해의 겨울은 특히 추웠다. 왕전은 일찌감치 명을 내렸다. 군대내에서 글자를 아는 자들에게 각 보루의 사졸들을 도와서 집에 보내는 서신을 쓰게 한다. 집안에서 의보고가 재물을 부쳐와서 한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굵은 눈발이 온 하늘에 날아다닐 때, 하늘과 땅 사이는 모두 하얀색이었다. 바람과 눈이 교차하는 계절에 발걸음조차 내딛기 어려우니 자연히 군대를 움직이기는 불가능했다.

평여라는 곳은 회하의 이북이고, 오늘날의 중국으로 보면, 중부지구에 속한다. 남방인들은 심지어 평여를 북방으로 생각한다.

객군(客軍)인 진군은 더 북방에서 왔다. 이 정도 날씨는 아주 익숙하다. 게다가 추위를 견디는 의복을 제때 준비했고, 보루안에는 불을 피워놓았고 밤낮으로 계속있었다. 진나라사람들은 추위로 인한 손실은 없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순식간에 "춘강수난압선지(春江水暖鴨先知)", "이월춘풍사전도(二月春風似剪刀)"의 시기가 도래한다. 전쟁의 국면은 여전히 두 글자이다: 대치(對峙).

왕전이 명을 내린다. 군사들이 보루 바깥을 외출할 때 초군통제지역 초채(樵采)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초군의 포로가 되지 않도록. 그러나 진군은 포로로 잡은 초나라사람에 대하여 왕전은 통크게 그들을 잘먹고 마시게 해준다. 술과 음식을 실컷 먹인 후 그들을 풀어준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 초나라사람을 비롯한 진나라사람은 왕전이 병력을 거느리고 스스로를 보호하려한다는 견해가 맞다고 생각한다.

왕전은 장평지전의 교훈을 받아서, 한해가 넘어간 전투는 농업수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안다. 옛날 조나라는 나라가 가난하고 백성이 배고픈 것을 견디지 못하여 앞장서서 변화를 구하다가 패배한다.

초나라에 대한 이번 백만명의 전투에서 왕전은 점차 기회를 만들어간다. 초나라를 토벌하는 전투는 장평대전의 모델을 따라간다.

전국칠웅중에서 진나라를 제외하고, 다른 육국은 모두 상비군에 민병을 추가한 조직형식을 취한다. 평상시에 상당한 수량의 상비군을 갖추고 있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즉시 수량이 더욱 많은 민병을 소집한다. 민병의 본래 업무는 농사이다. 전투는 겸직업무이다. 그러므로 이런 모델은 한해를 넘기는 전투를 견뎌내지 못한다. 특히 여름,가을교체기의 수확시기에는 그러하다.

진나라는 좀 달랐다. 부인이 농사를 짓고 남자는 군대에 들어간다. 전민개병이다. 이런 모델은 상앙변법에서부터 집행되기 시작한다. 이미 백년이 지나서 운영이 아주 숙련되었다.

만일 지구전, 소모전을 펼친다면 진나라의 강점이다. 왕전은 바로 진나라의 이런 강점을 이용하여 초군과 싸우려는 것이다.

명월별지경작(明月別枝驚鵲), 청풍반야명선(淸風半夜鳴蟬)

여름매미는 한여름을 상징한다. 계산해보면 진나라군대는 평여에서 꼬박 1년을 있었다. 1년 여름, 가을, 겨울, 봄을 지낸 60만의 대군은 전체 천하를 움직이는 심현이다.

초나라의 회하평원은 양식생산의 거점이다. 뜨거운 파도와 저녁 바람에 양초의 냄새가 코로 밀려든다. 벼꽃의 향기 속에 풍년을 얘기하며, 개구리소리를 듣는다.

초나라사람들은 조급했다. 만일 다시 한번 수확계절을 넘기게 되면, 장병들이 굶어야 하고, 집안의 처자식도 먹을 것이 없을 것이다.

기원전223년가을, 초나라사람들은 아주 조급해진다. 왕전은 마침내 쌍방이 모두 원하던 진공을 시작한다. 이번에 적극적으로 공격한 것은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진,초 양군에 모두 아주 쓸모있었다.

평여 부근의 언덕 위에는 도처에 진,초 쌍방의 인마가 있다. 큰비가 지나간 후의 개미처럼 개미집에서 물밀듯이 밀고 나왔다.

백만명이 넘는 대전투는 절대로 상상하는 것같은 일촉즉발의 대혼전이 아니다. 진,초 쌍방은 소규모의 교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화살로 대답했다. 그리고 틀을 깨지 않았다. 모두주요 전력을 포진에 두었다.

진군의 쪽에는 왕전이 각 군영에서 오천명을 1부대로 하여 배치를 정교하게 해서 서로 지원하게 한다. 대오의 앞은 전차이다. 이것은 후면의 대군을 엄호하는 것이다. 동시에 대군의 행동을 가린다.

초군은 약간의 대진으로 나누었다. 매 대진은 다시 병종에 따라 9개의 소진으로 나뉜다. 가장 앞의 3진은 둔패병(방패병)과 경장보병이다. 기타 6진은 모두 공격주력인 중장보병이다. 군사는 각각 노, 창, 검, 둔, 거마, 모, 극등의 무기를 쥔다. 미진은 점유지역의 대소와 상호간의 거리에 따라 모두 전투진영의 법도를 지켰다. 항연은 확실히 병법대가였다.

꼬박 3일을 써서, 쌍방은 비로소 대진의 포진을 완료한다. 전쟁은 마치 춘추시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전투진영으로 유명했던 그 시대로.

쌍방은 각각의 장점이 있다. 초군은 진법에 강하고, 진군은 수량과 1대1에서 강하다.

전고가 하늘을 울렸다. 쌍방은 모두 전차로 길을 열고, 보병이 뒤를 따르며 함께 소리친다. 대오중의 전마(戰馬)는 대결전의 흉험한 분위기를 느끼고 속속 짧은 울음을 질러댔다.

투석거는 쉬쉬식 소리를 내는 돌맹이를 쏘면 가끔 몇 명이 맞아서 쓰러진다. 주변의 군사는 즉시 빈틈을 메운다. 온 하늘에 가득한 화살은 비처럼 내린다. 쌍방은 한편으로 전진하며, 한편으로 방어로 죽어라 대진을 막아낸다. 전쟁터에서는 쌍방이 기대하던 쌍방의 인마가 쓰러지는 광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진군은 오천명의 소부대로 왕진은 측별히 좌측의 어느 부대에 이만명을 배치했다. 이 이만명은 모조리 이 1년동안 투석, 높이뛰기경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자들이다.

쌍방이 가까이서 육박전을 벌일 때, 이 이만명의 소부대는 돌연 이만개의 12근(약3킬로)무게으 돌멩이를 던진다. 돌맹이는 화살과 다르다. 화살은 점으로 살상하지만, 돌맹이는 충격력이 강대했다. 면모양으로 살상한다. 초군의 한 방진은 이 돌맹이공격에 수천명이 땅바닥에 쓰러지고 비명이 나오고, 진용은 혼란에 빠진다.

부근의 초나라군대 방진이 바로 이 방진의 앞으로 달려나와 대진의 대형을 유지한다. 동시에 전우의 철수를 보호한다.

이만의 진군 장병이 어찌 손쉽게 이렇게 빈틈을 메우는 기회를 부여할 것인가. 일순간에 이만개의 돌맹이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그 방향은 바로 초군의 빈틈이었다.

이 이만의 장병은 한 사람이 세 개의 돌맹이를 휴대하고 있었다. 육만의 돌맹이는 일분내에 방원 육천평방미터의 면적내에 떨어진다. 만일 한 사람이 1평망미터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면, 6천의 초군은 한 사람이 10개의 3킬로 무게의 돌맹이를 맞는 것이다. 졸지에 비명이 울려퍼지고, 초나라의 대방진은 일시에 구멍이 난다.

이만의 장병은 그 동안 힘을 축적했고, 온몸이 근질근질했다. 크게 소리를 지르며 돌진하여 초군의 대진 안으로 뛰어든다. 후속 진군도 벌떼처럼 밀고 들어간다. 초군은 겉으로 보기에전혀 빈틈이 없어보이던 대진에는 큰 구멍이 난 것이다.

만일 초군이 진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쌍방이 승리를 취할 확률은 5:5이다. 그러나 초군의 진영은 이미 혼란이 왔다. 항연은 더 이상 진군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수에서 열세인 상황하에서, 초군은 진영의 우세가 없어졌다. 승산은 순식간에 3할도 되지 않는다.

초군의 후방에서 괴이한 북소리가 전해져 왔다. 초군은 그 소리를 듣고 썰물처럼 퇴각한다. 무수한 함마심갱이 드러난다. 진군으 졸지에 수레가 뒤집어지고 사람이 함정에 빠진다. 전차는 졸지에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사람고 말은 그저 쐐기를 꽂아놓은 심갱을 우회해서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항연은 모든 것을 계산에 넣었다. 심지어 철수하는 세부사항까지 다 계산해 놓았다. 초군은 목판으로 심갱을 엄호하고, 철수시에는 목판도 거둬갔다. 진군은 전력으로 추격할 수가 없었다.

소수의 진나라군대가 이 심갱진을 넘는다. 초군의 화살에 길이 막힌다. 한번의 광세대전은 2시진만에 승부가 난다.

그러나 승부가 어떻든 대승이나 대패는 아니었다. 쌍방은 모두 수만의 인명을 잃었다. 진군이 승리를 거두고, 초군도 궤멸하지 않았다.

한연은 패색을 멈추고 수십리를 후퇴한 후 다시 십여리의 군영을 차린다. 신속히 형세는 새로운 대치국면으로 진행된다.

천고마비의 가을에 하늘은 아주 좋았고, 밤이 되자 온 하늘에 별이 보였다. 초생달과 함께 하늘에는 별들이 하늘의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초군의 장병은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할 마음이 없었다. 그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고향의 그 논이다. 만일 가을걷이를 못하게 되면 가족은 굶어야 한다. 남방여자들은 비교적 교소귀기(嬌小貴氣)하여 관중여자들처럼 하늘을 떠받칠 정도는 아니었다.

이 밤에 몇명 민병이 몰래 군영을 도망친다. 이어서 더 많은 민병이 도망친다. 파도처럼 신속히 혼란이 확대되어 전체 국면에 미친다. 전체 초군의 진영에서 도망은 이미 더 이상 비밀이 아이었다. 이는 공공연한 사건이 된다.

이때 항연등 장수들은 즉시 각영의 장교들에게 막으라고 명을 내린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칼을 뽑아 몇 명의 도망병을 벤다. 이를 통해서 전선에서 탈영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초군의 이러한 전통은 신속하고 맹렬한 힘을 지녔지만, 지구력은 별로였다. 전국시대에 몇번 합종하여 진나라를 공격하는데, 가장 먼저 철수하는 것은 왕왕 초군이었다.

왕전은 언덕 위에서 척후의 정보에 근거하여, 일찌감치 초군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노장군은 큰 손을 힘껏 내리쳤다. 수십만의 진군은 즉시 정신을 차리고 초나라군영으로 쇄도해 들어간다.

진군이 한번 움직이면, 초군쪽은 더욱 어지러워진다. 원래 도망갈지 말지를 망설이던 민병은 마음 속에 부모처자식에 대한 생각이 샘처럼 솟았다. 그들은 속속 갑옷을 벗어던지고, 잘 아는 샛길을 찾아서 고향으로 도망쳤다.

초나라군영의 내외는 졸지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어지는 것과 같았다. 하룻밤만에 시신이 온 들판에 가득하고 피는 흘러 강을 이룬다.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항연은 잔병을 수습하여 십여만명을 이끌고 진성으로 퇴각한다. 창평군의 병력과 합하여 계속 진군에 저항하려 생각한 것이다.

이때의 왕전 노장군은 더 이상 보수적이지 않았다. 그는 항연을 추격하지 않고 병력을 이끌고 남하한다. 회하를 건너 바로 초나라의 도성 수춘을 취한다.

초나라가 동천(東遷)한 이후의 도성을 보자.

기원전279년, 무안군 백기(白起)가 남하하여 초국이 도성을 동쪽으로 천도하도록 만든다. 그때 초궁은 도성을 진(陳)으로 옮긴다.

인구경제교통의 각도에서 보면, 진은 좋은 곳이다. 홍구로 위나라의 대량과 연결된다, 다만, 이곳은 위나라에서 너무 가깝다. 이후 위나라와 여러번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초나라는 이점을 별로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동천한지 20여년후에 초고열왕은 남천(南遷)을 결정한다.

남천의 첫번째 선택지는 거양(巨陽)이다. 다만, 거양은 성이 크지 않다. 그리고 지킬만한 험준한 지형도 없다. 초나라에 있어서 이는 미봉책이다.

초나라사람은 계쏙하여 남천할 새로운 도성을 찾는다. 나중에 회하북안의 하채(下蔡)가 다음 번 새로운 목표이다. 하채는 춘추시대 채국의 도성이다. 각 방면의 조건도 초나라도성의 구상에 들어맞는다.

그러나,당시 춘신군(春申君)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하채의 건너편에 새로운 성을 짓는 것을 건의한다. 이렇게 하여 하채와 호각지세를 이루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도성은 회하의 남안에 있어서 회하는 시래오누 도성의 또 다른 하나의 보장이 된다. 이는 진나라와 위나라의 공격을 받는 초나라에 있어서 아주 중요했다.

이 새로운 도성은 바로 초국의 현재 도성 수춘(壽春)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성읍에는 특징이 있다. 만들면 만들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새로 만든 성일수록 더욱 크다.

당초 동주의 도성인 호경과 낙읍은 모두 10평방킬로미터 가량이다. 규정에 다르면 제후의 도성은 3평방킬로미터를 넘을 수 없다. 서주시기에 특별히 강성했던 노나라, 위나라등의 도성은 그저 낙읍의 규모에 접근했다.

춘추시대에 들어, 각종 예악이 붕괴되면서, 도성의 규모도 더 이상 낙읍보다 적지 않았다. 각 제후국은 새로 도성을 건설하거나, 옛도성을 확대건설했다. 제, 초, 진(秦), 진(晋)등 나라의 도성규모는 모두 동주의 낙읍보다 컸다.

전국시대, 연나라가 지은 35평방킬로미터의 하도 무양(武陽)은 규모의 최고기록을 세운다. 제나라의 도성 임치(臨淄)는 여러번 확장한 후 20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 초나라의 새로운 도성 수춘은 규모가 임치와 비슷해서 20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

인구 측면에서, 임치의 7만호와 비교하면 수춘의 2만호는 훨씬 적었다. 이는 남방인구가 북방보다 작은 대세와 부합했다.

수춘성의 방어체계는 두 성이 서로 의존하며, 수륙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수춘과 하채의 수비군은 서로 지원하고 중간에는 수만의 수군이 강면을 봉쇄한다. 바깥에는 수만의 대군이 지원한다.

그러나 이때, 수춘의 외곽의 원군은 이미 패배했고, 수춘성은 그저 수군과 수비군만 있었다.

왕전이 만일 전면적으로 공격하면, 초나라는 사람이 적다. 다만 강면의 수군이 백리길이의 강을 봉쇄하면 진나라군대는 큰 힘을 들여야만 한다.

왕전은 진군을 지위하여 상류에서 강을 건넌다. 그 후에 직접 수춘으로 쳐들어간다. 근본저긍로 하채나 강위의 초나라수군은 신경쓰지 않는다.

만일 평상시라면 항연은 10만대군으로 수춘성의 바깥에 주둔하면 호각지세를 이루어 진군도 수춘을 점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단 초군의 수군이 강면의 방어범위를 확대하면 진군의 후속 군수조달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진군이 위험해진다.

현재 항연의 외곽 초군은 이미 진성으로 철수했다. 왕전은 이때 돌연 행군속도를 강화하여, 수춘으로 직진한 것이다.

만일 항연이 잔병을 수습하여, 수춘으로 가서 맞이한다면, 누가 이길지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처녀처럼 조용히, 토끼처럼 날쌔게...왕전은 항연과 전쟁하면서, 수춘을공격하는 전쟁에서 이 점을 충분히 시전한다.

수춘성은 비록 크지만, 병력은 겨우 2,3만이다. 초왕부추가 어찌 수십만의 진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왕전은 초왕부추를 포로로 잡는다. 그리고 즉시 초나라의 각지에 고시를 내린다. 초나라는 이미 망했다. 그래서 회북의 군현은 모두 그 소식을 듣고 궤멸한다. 창평군과 항연도 어쩔 수가 없었다. 병력을 이끌고 강동 오월의 옛땅으로 후퇴했다. 창평군은 다시 초왕을 칭한다.

그후 왕전은 즉시 창평군을 추격하지 않고, 노장군의 온건한 용병풍격을 다시 한번 나타낸다. 초나라의 도성은 비록 함락되었지만, 창평군과 항연은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춘의 수군은 성이 함락될 때 진군에 투항하지 않고 강을 따라 동으로 내려가 항연의 군대과 합친다.

이때의 항연은 수중에 여전히 20만 인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 수만은 수군이고, 실력은 무시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왕령은 한 부대를 장강중류로 남하하게 하여 큰 배를 징집하여 수륙으로 진격하는 것을 준비한다.

이때의 초군은 장강하류의 광릉(지금의 강소 양주)를 거점으로 하여 수군 수만, 육군 십여만으로 진나라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연은 그냥 계속 퇴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군을 장강하류에 주둔시킨다. 의도는 아주 분명했다. 만일 진군이 오월을 공격하면 초군은 수륙양로로 진군의 몰자공급을 차단할 것이다.

초군이 다시 한번 결전을 하려는 자세를 보이자, 왕전은 다시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비주력부대를 하나 파견하여 초왕부추의 깃발을 내걸고, 초나라의 남쪽 호상(湖湘) 일대로 들어간다. 남방 각군에 격문을 보내어 진왕의 덕이 크고, 초왕부추가 포로로 잡힌 사실을 선포한다.

남방 각군은 이런 광경을 보자, 속속 투항한다. 왕전에게 더 이상 뒤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몇개월 후, 날씨는 다시 차가워진다. 왕전은 충분한 배를 징집한 후, 다시 초왕 부추를 데리고 수륙으로 같이 진격한다. 초군의 마지막 방어선을 공격하는 것이다.

광릉성의 아래에 진군은 사면에 군영을 펼친다. 병사들의 함성이 하늘을 찌른다. 초군은 초왕부추가 포로로 잡힌 것을 보자 사기가 떨어진다.

왕전을 병력을 이끌고 급히 공격하여 성을 함락시킨다. 창평군은 유시(流矢)에 죽는다. 항연은 검을 빼들고 자결한다.

왕전은 백성들을 다독이고, 대군을 이끌고 강동으로 남하하여 전체 초나라를 평정한다.

초왕부추는 이 몇 개월간 수십세는 늙어버린 것같았다. 진나라사람들은 계속 그를 카드로 써서, 초나라의 각 군현과 성에 보여준다. 매번 당하는 모욕으로 그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같고 죽는 것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초왕부추는 서민으로 되었다. 이것은 이미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부추는 금방 우울증에 빠져 죽는다. 그가 진시황에게 내린 저주는 가장 간단했다 그러나 가장 힘이 있었다: "초나라에 삼호가 남더라도,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초일 것이다(楚雖三戶, 亡秦必楚)" 이 저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초나라의 후인들에게 저항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고, 마지막 피를 흘릴 때까지 싸우라는 것이다. 초나라에는 굴, 경, 소의 삼대가족이 있다. 소위 '삼호'이다. 진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도 반드시 초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