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미도(馬未都)
오늘날 차를 마실 때는 차구(茶具)에 신경을 많이 쓴다. 차주전자, 차두껑등의 공능은 분명하고, 무슨 차에는 어떤 차주전자를 쓰고, 어떤 물을 쓰는지, 심지어 물의 온도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도 다 따지고 있다. 그러나 살기 힘들 때는 차를 마실 때 그다지 따지지 않았다. 차항(茶缸)을 가장 많이 썼다. 차 한 잔을 하루종일 마셨고, 퇴근할 때는 찻잎을 씹어삼키는 사람이 많았다. 듣기로 모주석이 그렇게 했다고 한다. 찻잎은 건강에 좋다면서.
차항을 찻잔이라고 부르지 않고 차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용량때문이다. 정상적인 용량의 차항은 1잔에 찻잣 2,3개를 따를 수 있을 정도이다. 대형 차항의 용량은 거의 온수주전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공장에서 일할 때, 어떤 노사부는 출근하고 나서 처음 하는 일이 바로 온수실로 가서 차항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오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져서 두껑을 덮고, 두껑에는 끝도 매어둔다.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하루종일 즐겁게 마시는 것이다. 그때는 찻잎이 좋지 았았다. 그래도 찻물을 우려나왔고, 하루종일 마시고 퇴근 할 때도 약간의 색깔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에 아무렇게나 뿌려버리는 것이 퇴근의식이었다. 다음날에도 똑같았다.
북경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것은 다른 곳과는 다르다. 자스민차(茉莉花茶)를 즐겨 마신다. 차를 잘 마시는 사람들은 화차(花茶, 자스민차는 화차의 일종임)를 잘 안마시려고 한다. 왜냐하면 꽃향기가 차향기를 누르기 때문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북경지역은 물이 좋지 않다. 알칼리성이 강해서 끓여도 꼭 물탄 우유같다. 자스민차의 향기는 처음에 이런 물 속의 알칼리성의 느낌을 가리기 위해서 마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습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북경사람들이 차를 마실 때는 쟈스민차를 좋아하는 것이다. 당시의 찻잎은 모두 냥(兩)을 단위로 팔았다. 일마오(一毛, 1위안의 1/10)에 1냥에서 1위안(元)에 1냥까지. 1위안에 1냥짜리를 마시면 생활이 부유한 집안이다. 차를 살 능력은 안되고 차는 마시고 싶은 사람은 차를 파는 집에 가서 말리고말(茉莉高末)를 산다. 고쇄(高碎)라고도 부른다. '고말'이라는 것은 고급찻잎의 가루라는 뜻이다. 멋있는 이름도 붙어 있는데 바로 "수호정(隨壺淨)이다. 차를 파는 집의 산차(散茶)를 다 팔고 나면 마지막에 이들 분말이 남는다. 좋은 차를 마시려는 사람은 이런 걸 마시지 않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이 가루를 사와서 마신다.
말리고말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고나면 자랑을 했다. 필자는 처음에 아주 이상하게 여겼다. 노사부가 왜 고말을 마실 때면 나를 불러서 차항의 두껌을 열고 나에게 냄새를 맡으라고 하는지. 그리고 나에게 마시라고는 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아무런 과장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노사부는 기분이 나빠져서, 나에게 일을 빨리 하라고 재촉하곤 했다. 그래서 나도 눈치를 채고는 매번 그가 나를 부르기 전에 먼저 나가서 과장되게 말리고말을 칭찬하곤 했다. 온 방안에 향기가 가득하고, 정품이 와서 울고가겠다고. 당시 내가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최소한 1시간짜리 일은 더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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