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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조조)

조조는 동탁을 암살하지 않았다.

by 중은우시 2015. 2. 10.

글: 불감왕언(不敢枉言)


<삼국연의>에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는 장면이 있다. 당시 동탁이 권력을 농단하고 있어서, 사도 왕윤이 신하들을 불러모아놓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돌연 조조가 박수를 치며 크게 웃는다. "조정의 공경들이 밤부터 낮까지 곡을 하고, 낮에서 밤까지 곡을 하다니, 그런다고 동탁이 죽겠습니까." 왕윤은 "그에게 나라에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는단 말인가?"라고 묻는다. 조조는 말한다: "내가 웃는 것은 다른 일 때문이 아닙니다. 여러 분이 동탁을 죽일 계책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 조조가 비록 인재는 아니지만, 동탁의 머리를 잘라서 도성의 문에 걸어두어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왕윤의 '칠보도'를 가지고 동탁에게 보여주러 간다. 몇 마디 한담을 나눈 후에 동탁은 얼굴을 안쪽으로 해서 몸을 뒤집어 누웠다. 조조는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이제 도적을 죽일 때이다" 그리고 보도를 꺼내서 베려고 한다. 마침 이 때 여포가 돌아왔다. 놀란 조조는 급히 무릎을 꿇고 말한다: "조조가 보도 하나를 승상께 바칩니다." 그리고 핑계를 대서 빠져나와 도망친다.


이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고, 구성도 잘 되어 있다. 아마도 이 장면은 모두 익숙할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고 완전히 허구로 만들어낸 것이다.


사료기재에 따르면, 당시의 배경은 하진이 동탁에게 입경하여 환관을 주살하라고 부른다. 그러나 동탁이 오기도 전에 하진이 피살된다. 십상시는 소제(少帝)를 끌고 도망친다. 동탁은 소제를 북망에서 맞이한다. 그후에 낙양으로 돌아온다. 동탁은 소제를 폐위시키고, 헌제를 세워서 대권을 장악한다. 사람들을 안정시키고 인심을 회유하기 위하여 동탁은 한 무리의 인재를 등용한다. 예를 들면, 채옹, 조조, 원소등이다. 다만 조조와 원소는 동탁이 딴 마음을 품고 있다고 보고 그와 같이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속속 고향으로 도망쳐 돌아간다.


<삼국지.조조전>에는 이렇게 말한다: "동탁은 태조(조조)를 효기교위로 앉혀서 그와 함께 일을 도모하려고 한다. 태조는 성명을 바꾸고 동쪽으로 돌아간다."

<위서>에는 이렇게 말한다: "태조는 동탁이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고 보고, 그를 따르지 않고 고향으로 도망쳐 돌아간다."


조조, 원소등은 모두 명문사족이다. 동탁의 입경은 그들에게 큰 위협이었다. 그들은 동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조조는 관직을 버리고 떠난다. 아예 동탁을 접견했다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암살의 장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원소는 동탁과 '횡도장읍(橫刀長揖, 칼을 비껴들고 길게 읍하다)을 하고 떠난다'


그렇다면, 조조가 동탁을 암살했다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가?


<동탁전>을 보면 처음에 동탁은 상서(尙書) 주비(周毖)와 성문교위(城門校尉) 오경(伍瓊)을 신임했고, 그들 둘이 추천한 한복(韓馥), 유대(劉垈), 공주(孔伷), 장자(張諮), 장막(張邈)등을 주군(州郡)의 장관에 앉힌다. 나중에 이들은 연합하여 동탁을 토벌한다. 추천자 주비, 오경은 연루되어 동탁에 의하여 참수당한다. <영웅기>는 주비, 오경을 이렇게 간단히 소개한다: "주비는 자가 중원(仲遠)이고, 무위(武威) 사람이다. 오경은 자가 덕유(德瑜)이고, 여남(汝南) 사람이다." <후한서>에는 동탁을 암살한 내용이 하나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 오부(伍孚)라는 사람이 있는데, 일찌기 시중, 하남윤, 월기교위를 지냈다. 동탁이 조정을 어지럽히고, 백료들이 떨고 있었다. 오부는 갑옷을 입고 조복에 패도를 넣어 동탁을 만나러 간다. 기회를 보아 그를 암살하려 한 것이다. 물러나겠다고 하니, 동탁이 쪽문까지 마중을 나온다. 오부는 칼을 꺼내 찔러갔다. 동탁이 힘이 세어 물러나서 칼에 맞지 않고 오부를 붙잡는다. 배송지는 말한다. 오부의 자는 오경과 같다. 그리고 같은 여남 사람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름은 약간 다르다. 오부가 오경의 다른 이름인지, 아니면 또 다른 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동탁에 대한 암살시도는 확실히 있었다. 다만 자객은 조조가 아니다. 왕윤과도 무관하다. 그저 오부(혹은 오경)이라는 사람이다. 나관중 및 이후의 작자들은 '이화접목'술을 써서, 이 역사적 사실을 조조와 왕윤에게 발생한 것으로 적었다. 여기에서 '미인계', '연환계'가 나온다. 이렇게 하여 이야기는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와진다. 만일 정말 조조가 암살을 시도했고, 암살이 성공했다면, 초선의 이야기는 묻혔을 것이다. 그래서 조조가 동탁을 앜살했다는 것은 그저 남의 것을 가져다 쓴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