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문학/수호전

척설오추(踢雪烏騅): 황제가 하사한 천리마

by 중은우시 2012. 8. 19.

글: 안입지(安立志) 

 

최소한 호복기사(胡服騎射)부터, 전마(戰馬)는 군인들이 전쟁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반려였다. 북방의 흉노, 거란, 여진, 몽골등 민족이 중원을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은, 심지어 유라시아대륙을 종횡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기병(騎兵)이 강대했기 때문이다. 이 전통은 냉병기(冷兵器)시대에만 적합할 뿐아니라, 근대 내지 현대의 전쟁에도 여전히 이 병종이 있다. 치빙강장(馳騁疆場)이라는 단어는 설명해준다. 전선에 나가있는 장수에게 좋은 말을 하나 가진다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좋은 자가용을 하나 가진 것과 같다. 그래서 "분치(奔馳, Benz의 한문명)", "보마(寶馬, BMW의 한문명)"라는 번역명칭이 나온 것이다.

 

사대명저중에서 <홍루몽>을 제외하고는 모두 명마(名馬)를 묘사하고 있다. <서유기>에는 당승(唐僧)이 타는 백룡마(白龍馬)가 있고, 필마온(弼馬溫)이 기르는 많은 천마(天馬)가 있다. <삼국연의>에는 단계(檀溪)를 날아넘어 유비의 목숨을 구한 노마(盧馬)를 제외하고 가장 유명한 것은 먼저 여포의 것이었다가 나중에 관우의 것이 되는 적토마(赤兎馬)일 것이다. <수호전>에도 두 필의 좋은 말이 묘사된다. 한 필은 송휘종(宋徽宗)이 호연작(呼延灼)에게 하사하는 척설오추이고, 다른 한 필은 단경주(段景住)가 송강(宋江)에게 보내려고 하는 조야옥사자(照夜玉獅子)이다. 조천왕(晁天王)의 생진강(生辰綱)을 강탈한 논리대로라면, 불의지재(不義之財)는 누구든지 빼앗아 가질 수 있다. 단경주가 금나라에서 훔쳐온, 이 조야옥사자는 도중에 증두시(曾頭市)에 강탈당한다. 그래서 양산박(梁山泊)과 증두시 두 비관방군사집단(非官方軍事集團)은 이 '불의지재'의 소유권을 쟁탈하기 위하여, 양산박의 제2대 지도자의 핵심인 조개는 독화살에 목숨을 잃었고, 증두시는 촌파인망(村破人亡)의 침중한 댓가를 치렀다.

 

여기서 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척설오추'이다. 고구(高)는 양산박의 호한들이 고당주(高唐州)를 무너뜨리고 그의 숙백형제인 고렴(高廉)을 죽인데 한을 품고, 황상에 주절을 올려, 조정에서 병력을 파견하여 양산박의 도적을 평정하도록 요청한다. 여기서 뽑힌 장수는 하북명장(河北名將) 호연찬(呼延贊)의 적계자손인 호연작이었다. 명장에게는 명마가 있어야 한다. 송휘종은 그 자리에서 호연작에게 척설오추마를 하사한다. 책에는 이 말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 말은 온 몸이 묵정(墨錠)처럼 새카맣고, 네발은 눈처럼 하얗다. 그래서 척설오추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 말은 하루에 천리를 간다."(제54회). 무릇, 상사가 부하에게 좋은 선물을 주는 것은(하물며 황제가 주는 것은), 하나는 부하를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하를 격려하는 것이다. 황제가 천리마를 하사한 뜻은 분명하다. 그것은 호연작이 성은을 어기지 않고, 전쟁에서 공을 세우라는 것이다.

 

예술에 뛰어난 송휘종은 비록 황제의 역할을 잘하지 못했지만, 이 출발점은 문제가 없다. 이것은 어떤 권력가가 가노를 매수하거나, 타수(打手)를 고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고상하다. 유사한 사례는 <삼국연의>에 나온다. 동탁은 적토마를 줌으로써, 여포로 하여금 옛주인을 배신하고, 동탁의 방흉(幇凶)과 조아(爪牙)가 된다. 이리하여 소설에서 가장 욕을 얻어먹는 '삼성가노(三姓家奴)'가 된다. 조조는 적토마를 다시 관우에게 준 동기도 그다지 고상하지 못하다. 관우를 자신의 다리 아래의 천리마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상마제금(上馬提金), 하마제은(下馬提銀), 삼일에 작은 연회, 오일에 큰 연회를 베풀고, 심지어 한수정후(漢壽亭侯)로 봉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관우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적토마를 하사자자, 관우는 즉시 엎드려 감사인사를 한다. 조조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말한다: "내가 미녀와 금은보화를 내려도 공은 절을 하지 않더니, 이제 내가 말을 내리지, 기뻐하면서 다시 절을 하다니, 어찌 사람을 천하게 여기고 짐승을 귀하게 여기는가?"(삼국연의 제25회). 관우는 '신재조영심재한(身在曹營心在漢)", 참안량(斬顔良), 주문추(誅文醜)했지만, 어쨌든 조조를 도와 백마지위(白馬之圍)를 풀어준다.

 

호연작이 이 척설오추를 하사받은 것은 기실, 그도 조송황실이 쓰는 천리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운이 따르지 않아 전투에서 패배하고, 호연작은 필마단편(匹馬單鞭)으로 청주(靑州)로 도망간다. 그에게 유일하게 다행스러운 것은 이 황제가 하사한 명마이다. 그래서, 그는 도중에 점포에 머무를 때 특별히 주보(酒保, 술집종업원)에게 부탁한다: "나는 조정의 군관이다. 양산박을 치려다가 실패해서 청주의 모용지부에게 가는 중이다. 너는 이 말을 잘 먹여라. 이건 황상이 하사한 것이고, 이름은 '척설오추마'이다. 내일 너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다."(제57회). 미인은 청경(靑鏡)을 좋아하고, 명사는 고연(古硯)을 좋아하고, 대장은 양마(良馬)를 좋아한다. 하물머 양마가 황상이 하사한 것임에야. 김성탄(金聖嘆)은 호연작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한다: "이 글에 쓴 것은 대군이 전멸한 이후이다. 다른 뛰어난 것은 하나도 말하지 않으면서, 그저 이 말만 자랑한다." 그래서 이 말은 그의 유일한 정치자본이자 정신지주가 된다. 애마가 도화산(桃花山)의 도적에게 도둑맞자, 물질적으로건 정신적으로건 그는 정말 알거지가 되었다.

 

김성탄이 말한다: "무릇 호연작이 말을 사랑하는 것은 그가 특별한 은햬를 받았다는데서도 아니고, 그 신마가 아까워서도 아니고, 이를 가지고 회복하려 해서도 아니다. 천하의 감정은 환난을 같이 겪은 것보다 깊은 것이 없다. 인생의 정은 오랫동안 함께 한 것보다 중한 것이 없다." 이 말은 이치에 맞는 것같으면서도 맞지 않는다. 호연작과 이 명마는 환난을 함께 했다. 이는 형이상학적인 분석의 단계이다. 그러나 호연작에게는 현실의 곤경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시급한 일이다. 명장은 명마를 사랑한다. 심나를 잃은 것은 당연히 안타깝다. 하물며 이 말은 황상의 '특별한 은혜(殊恩)"를 상징하는 것이다. 더더구나 중요한 것은 호연작이 청주로 도망가서 모용지부에게 도움을 구하려는 것은 바로 모용귀비(慕容貴妃)의 베갯송사를 위한 것이고, '이를 기화로 회복'하고 동산재기(東山再起)하려고 꾀하였기 때문이다.

 

양산박은 여러번에 걸친 전투에서, 조정의 명장을 포로로 잡으면, 송강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당금 조정은 어두워서, 간신이 득세한다." 어쩌고 저쩌고. 간신이 득세한다는 것은 충신들이 쓰이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호연작의 문제에서, 이런 말은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다. 호연작은 여녕군도통제로 지금으로 하면 지구사령관의 지위이다. 그가 대송왕조의 만명이 넘는 정예병의 총사령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고태위(高太尉)가 추천해준 공이 크다. 이것은 양지(楊志)가 평생을 분투해도 얻지 못했던 기우(機遇)이다. 양지는 동경에서 고구에 의하여 전수부(殿帥府)를 쫓겨난 후, 일찌기 객점에서 이렇게 탄식한다: "일신의 재능을 가지고 창하나 칼하나를 가지고 봉처음자(封妻蔭子)를 얻어내고, 조상을 빛내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쫓겨나는구나. 고태위 너는 너무 악독하다. 이렇게 각박하구나."(제22회). 양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임충(林沖), 서녕(徐寧)등도 그렇지 않았는가?

 

태평성대에 간신이 사람을 기용하는 기본원칙은 무대랑개점(武大郞開店)이다. 항상 '구웅(狗熊)'을 쓰지, 영웅을 쓰지 않는다. 용재(庸才)를 쓰지 인재(人才)를 쓰지 않는다. '구웅'과 '용재'의 아부는 권세가에게 정신적인 기쁨을 주고 영웅이나 인재처럼 간신소인의 무능과 볼품없음을 드러나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허영, 지위 및 권세에 위협이 되지도 않느다. 그러나 전란시대가 되면, 고구와 같이 동생의 복수를 생각할 때는 곁에 있는 아부를 잘하는 용재와 노재는 어쨌든 일을 성사시킬 수 없다. 이런 때 호연작과 같은 진정한 영웅과 인재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영웅과 인재라고 하더라도, 고구의 마음 속에서는 그 지위가 척설오마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다. 그저 그를 태워주고, 그가 쓸 수 있는 한 마리의 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