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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송휘종)

송휘종(宋徽宗)과 이사사(李師師)

by 중은우시 2012. 2. 4.

글: 자의표표(紫衣飄飄)

 

한 대만의 대부호가 여러 여자스타등과 유명인들을 마다하고 별다를 것도 없는 삼십여세의 여자에게 붙잡혀서, 결혼까지 했다.

기자가 이유를 물었더니, 그 부호의 한마디는 정곡을 찔렀다: "그녀의 몸에서는 돈냄새가 나지 않았다."

돈있는 사람에게 시집가려면, 먼저 신경쓰지 않고, 돈을 돌맹이처럼 보는 모습을 취하여야 한다.

세상만사는 모두 모순덩어리이다. 대립의 통일이다.

필자는 일찌감치 말한 바 있다. 철학을 배우는 좋은 점이 여러가지라고. 보라. 연애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가?

 

이 문제는 이렇게 결론내리고 싶다. "얻고 싶어하는 물건일수록, 겉으로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옛날의 청루여자가 재주와 용모라는 이 전제조건을 버리면, 어떻게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꽃을 보고 날아드는 벌과 나비들이 돈을 흥청망청 쓰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

송휘종이 말했다: "그건 별 거 아니다. 너희 백명이 모두 단장을 하지 않고 그냥 소복만 입고 있으며, 그녀를 너희와 함께 서있게 하면, 한눈에 다르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녀는 선자표일(仙姿飄逸)의 자태로 보일 것이다. 이는 미색(美色)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이 말을 들으면, '선자표일' 마치 <신조협려>의 소룡녀를 말하는 것같다. 한 밤중에 흰 옷을 입고 싸우면서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송휘종의 이 말은 바로 청루여인 이사사에게 한 말이다.

이사사는 황제를 넋나가게 만드는 운치가 있었다. 우리가 오늘날 말하는 기품이다.

이사사의 기품은 선녀와 같았고, 청아하고 속되지 않았다. 이것은 당연히 "표자무정, 희자무의(婊子無情, 戱子無義)", "돈만 알지 사람은 모른다"는 청루의 법도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송휘종은 황제이면서 풍류재자이다.

황궁에서 하루종일 지내는 것이 싫증나서, 궁을 나가서 자극적인 일을 찾으려 했다. 태감은 그를 경사에 이름을 날리고 있던 이사사의 집을 데려간다.

송휘종은 이사사의 기생어멈 이마마를 보고는 자칭 조을(趙乙)이라고 하며 많은 돈을 주고 이사사와 하루를 놀겠다고 한다.

 

이사사는 일반적인 청루기녀가 아니었다. 남자를 홀리는 기술이 일류라 할 만했다. 위에서 말한 '겉으로는 버리는' 이론의 정수를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공주보다도 훨씬 무게를 잡았다.

황제가 오래를 기다리고서야, 이사사는 못이기는 척 나왔다. 제대로 절을 하지도않고, 표정은 굳어서 아주 차가웠다.

송휘종은 아래위로 이 미녀를 살펴본다. 화장도 별로 하지 않았고, 그냥 흰 옷을 입었다. 거기에 담담한 표정까지 그야말로 인간세상에 살 것같지 않은 미인이었다.

송휘종은 그녀와 얘기를 한다. 그녀는 신경쓰지도 않고, 벽에 걸어놓은 금(琴)을 가지고 와서 탁자위에 놓고 혼자서 <평사낙안>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소오강호>의 영호충이 청성파의 나인걸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구르게 만들면서, 청성파의 뛰어난 초식이라고 놀린다: "엉덩이를 뒤로 향하는 평사낙안식"

필자는 그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분명히 사람을 쫓아내는 뜻일 것으로 생각된다.

곡이 하나 끝나자, 이사사는 몸을 일으키더니 휙돌아서 걸어나가 버린다.

 

나중에 <대염방(大染坊)>을 보니 심원의(沈遠宜)의 "야명비서정관(夜明妃敍情館)", 1시간이 50대양이었다. 몇마니 얘기를 나누고, 피아노를 한 곡 치고는 손님을 쫓아버린다. 그런데도 남자들이 돈을 싸들고 벌떼처럼 몰려왔다. 미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며칠전에 예약하고 줄을 서는 것이다.

이런 것이 모두 이사사에게 배운 것이 아닌가? 그저 옛 고금을 피아노로 바꾼 것일 뿐이지 않는가?

옛날에 군자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영가직중취, 불가곡중구(寧可直中取, 不可曲中求)"(차라리 직접 가지지, 우회적으로 구하지는 않는다)

남녀간의 일은 많은 경우, 우회적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고 더 가까운 경우가 많다. 바로 곡선구국(曲線救國), 욕금고종(欲擒故縱)이다.

 

송휘종은 그래도 마음이 아주 기뻤다. 그는 궁중에서 하루종일 후궁 비빈들이 그의 총애를 서로 받으려고 싸운다. 그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런 성격의 여자는 본 적이 없다. 궁에 돌아온 후, 이사사의 선풍도골이 잊혀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한 풍진여인이 눈만 높아서, 돈도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일가.

사실 이사사의 이 수법은 현재 스타들을 포장하는데도 쓴다. 그렇지만 완전히 상업적인 조작이다.

이마마는 이 부자에게 밉보여서 나중에 돈줄이 끊길까봐 나중에 이사사를 책망한다: "그 조을이 너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었는데, 너는 왜 그렇게 차갑게 대하느냐."

이사사는 그저 콧웃음만 쳤다: "냄내나는 장삿꾼일 뿐이다. 나를 어떡하겠느냐."

세상에 새지 않는 창은 없다.

얼마후 경성에 속속 소문이 돈다. 황제가 이사사를 찾아갔다고. 이마마와 이사사는 그 말을 듣고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웠다. 그리고 놀라서 영호충에게 걷어차인 것같았다.

 

몇 달후, 송휘종이 다시 찾아온다. 이때 받은 대우는 완전히 달랐다.

이사사도 더 이상 청고하게 굴지 않았다. 급히 달려나가서 바닥에 꿇어앉아, 문바깥의 계단에 엎드려 황제를 맞이하고, 머리는 마늘을 빻는 것처럼 아래위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이사사가 더 이상 <평사낙안>을 연주하지 않고, 바로 <매화삼농>을 연주한다. 송휘종은 그녀의 연주를 듣고 연신 좋다고 감탄했다.

이때부터 송휘종은 이사사에게 완전히 빠진다. 서로 만나기 편하기 위하여, 궁중에서 동쪽으로 2,3리의 길을 닦아 이사사의 집까지 바로 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돈을 들여서 이사사의 번루(樊樓)를 화려하게 수선했다. 그리고, 독보천하의 '수금체(瘦金體)' 어필로, "행화루(杏花樓)"라는 세 글자를 친히 써준다.

번루는 북송 동경의 72ㅐ 주루중 최고가 된다. 당시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이 된다. "억득소년다락사, 야심등화상번루(憶得少年多樂事, 夜深燈花上樊樓)"

 

애정은 배타적이다. 송휘종은 이사사가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게 한다.

처음에 이사사는 황제의 말을 따랐다. 매일 화장을 마치고 혼자서 길가에 기대어 서서 기다렸다. 그러나, 석양이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도 그는 오지 않았다. 대부분은 실망만 한다. 어쨌든 그는 황제이니까. 이사사는 밤마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떠받들여지는 생활을 해왔다. 이렇게 적막하게 살 수는 없었다.

자신은 삼궁육원을 두고 있으면서, 이 여인에게는 명분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혼자서 지내라고 하다니, 남자들은 항상 너무 패도적이다.

이사사는 몰래 옛날의 생활로 돌아간다. <수호지>에서 말한 바 있다. 송강이 조정에 투항하고자 할 때, 거금을 들고 이사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문무를 겸비한 양산의 제일매력남 낭자연청을 보내어 유혹하고 잘보이게 한다. 나중에 송강은 과연 이사사가 선을 놓아주어서, 원하는 대로 '초안(招安)'된다.

 

한번은 이사사가 몰래 애인 주방언(周邦彦)을 만났다. 그런데 송휘종이 찾아왔다. 비록 적지 않게 놀랐지만, 이 애인의 뛰어난 글솜씨는 천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주방언과 이사사는 오랜만에 만나서, 마침 술을 마시면서 한참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때 시녀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언니, 그 대주고(大主顧)가 왔습니다." 주방언은 엄천나게 놀라서, 바로 침상아래로 기어들어간다.

 

이때, 송휘종이 강남에서 새로 바친 귤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미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이사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전혀 놀란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귤을 들어 까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귤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리고 송휘종은 떠난다.

주방언은? 정신과 육체의 이중고통을 겪고 겨우겨우 황제가 떠났다. 허리와 등을 두드리며 침상아래에서 기어나왔다. 그리고 붓을 들어 <소년유>라는 사를 쓴다:

 

병도여수(幷刀如水), 오염승설(吳鹽勝雪), 섬지파신등(纖指破新橙), 금위초온(錦幃初溫), 수향부단(獸香不斷), 상대좌조쟁(相對坐調箏)

저성문(低聲問): 향수항숙(向誰行宿), 성상이삼경(城上已三更), 마활상농(馬滑霜濃), 불여휴거(不如休去), 직시소행인(直是少行人)"

 

과도는 물과 같고, 소금은 눈처럼 희다. 가느다른 손으로 귤을 까니, 규방이 따스하고, 아름다운 향은 끊이지 않고 피어오른다. 서로 마주앉아서 금을 고르고 있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어디서 주무실 건가요. 이미 삼경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길거리에 서리고 내리고 말이 달리기도 미끄러우니, 오늘을 가지 말고 여기서 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도 적습니다.

 

재자(才子)는 재자이다. '병도여수, 오염승설"은 바로 과일깍는 칼과 과일을 찍어먹는 가는 소금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따스하고 낭만적이며 남녀간에 다정함을 그리고 있다.

"불여휴거,직시소행인"

송휘종이 가겠다고 말하자, 이사사는 침상아래의 애인이 신경쓰여 손님을 빨리 보내고 싶지만 입으로는 다르게 말한다: "이미 삼경이고 서리도 내리고 길이 미끄러우니, 가지 말고 여기서 머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이 애교넘치는 말솜씨와 '금위초온, 수향부단'은 사람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감정이란 것이 항상 이렇다. 허정가의(虛情假意)일수록 더욱 담담해지고, 빈틈이 없는 것이고, 상대방을 더욱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관심이 지나쳐서, 얻고 잃는 거을 겁내기 때문에, 원래의 매력, 긍지와 우아함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통쾌(痛快)", "사득(舍得)" 이 두 단어는 정말 잘 만들었다.

그렇다. "고통과 쾌락" "버림과 얻음"은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서로 보완해준다. 마찬가지로, 표현이 지나치게 완벽한 감정은 왕왕 '허위'라는 두 글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